심정지된 아기를 살리려고 1시간 넘게 심폐소생술(CPR)을 진행한 대학병원 응급실에 경찰이 들이닥쳐 압수수색을 했다. 병원의 의료 과실로 아기가 숨졌다고 주장한 외국인 부모가 고소해 벌어진 일이라는 데 아이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한 의료진을 범법자 취급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7월, 생후 4개월 된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영아가 심정지 상태로 아주대병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로 이송됐다. 의료진은 아이를 살리기 위해 1시간이 넘게 CPR을 실시하는 등 사투를 벌였으나 아기는 안타깝게 숨을 거두고 말았다.

그런데 아기가 사망한 직후 이 병원 응급실에 경찰과 과학수사대가 들이닥쳤다. 우즈베키스탄인 부모가 112에 의료 과실 신고를 하자마자 벌어진 일이다. 의료진은 아기를 살리기 위해 사력을 다한 결과가 고작 범법자 취급이냐며 허탈해하고 있다.

뒤이어 벌어진 일은 더 놀랍다. 경찰에 신고한 외국인 부모가 의료진을 고소하자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은 경찰이 지난달 30일 아주대병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에 들어와 압수수색을 강행한 거다. 당시 응급실 안에 응급환자가 있었는데도 수사진이 진료용 컴퓨터를 뒤지고 사진을 촬영하는 등 환자의 안전과 진료권을 침해했다고 한다.

과잉 수사 논란이 일자 경찰은 응급환자 처치가 종료된 후 다른 환자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최소한의 수색을 했다며 정당한 집행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자의무기록(EMR)의 특성상 증거 인멸 가능성이 극히 낮은데도 두 달이 지난 시점에서 진료 중인 응급실을 강제수색한 행위가 과연 정당했는지를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소식이 전해진 후 온라인 커뮤니티는 “아기를 살리기 위해 1시간 넘게 땀 흘리며 최선을 다한 의료진을 고소하다니 배은망덕하다” “누가 소아응급실에서 일하려고 하겠나?” 등 비판의 글로 도배됐다. 그런데 ​정말 심각한 건 이 사건 이후 아주대병원 소아응급센터 전문의를 포함한 의료진들이 줄줄이 사직을 하고 응급실을 떠나는 사태로 번지고 있는 점이다.

응급실에 실려 온 영아가 사망한 것이 의료 과실인지는 향후 수사와 재판으로 판명될 것이다. 문제는 심정지 상태의 아기를 살리려고 최선을 다한 의료진 가슴에 아기 부모와 경찰이 남긴 범죄자 낙인이다. 이게 의료 과실이라면 앞으로 어떤 의사가 응급환자를 받으려 하겠나. 의료 파동 이후 그렇지 않아도 필수의료 인프라가 위축된 응급실 현장을 찾는 아무 죄 없는 소아 환자와 그 부모에게 그 피해가 돌아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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