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외교·안보 고문인 문정인 연세대 명예 특임교수가 한 좌담회에서 ‘한미 동맹’이 “축복이 아니고 저주가 될 수 있다”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이 미·중 패권 경쟁에 연루될 위험성을 경고한 취지라지만 6.25 전쟁 이후 70년 넘게 북의 도발을 억제하고 지금 대한민국 국민이 누리는 자유와 번영의 토대인 ‘한미 동맹’을 ‘저주’로 표현할 정도의 사고를 가진 이가 여당의 외교·안보를 자문하는 위치에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문 교수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특별보좌관을 지낸 원로 중 한 명으로 대북관계에 있어 ‘자주파’에 속한 인물이다. 그런 그가 “‘한미동맹’이 저주가 될 수 있다”라고 본 딱 하나의 이유는 앞으로 미국이 한국을 중국 견제의 최전방 기지로 활용할 경우 미·중 갈등 상황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거라는 데 있다.
그런데 더 충격적인 건 그의 다음 워드다. 그는 기존의 집단방위 중심 관계를 넘어 유엔 헌장에 기반한 집단안전보장 체제와 새 안보 공동체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한미 동맹’의 대안으로 ‘북·중·러가 참여하는 다자 안보 체제’를 들고 나왔다.
그가 아무리 ‘자주 통일’을 주장하는 인물이라도 ‘한미동맹’ 대신 ‘북한·중국·러시아와 손잡고 한반도 안보 제제를 구축하자고 한 건 충격적이다. 한국을 같은 민족이 아닌 적대적 국가로 규정해 핵탄두로 붕괴시키겠다고 위협하는 북한과 사실상 공산체제를 유지하며 자유 민주진영과 대척점에 있는 중국, 러시아와 안보 결속을 하자는 건 대한민국을 그들의 먹잇감으로 내주자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가 왜 그토록 미국을 배제하려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북한의 무력 남침으로 일어난 전쟁에 뛰어들어 목숨을 잃은 수만 명의 미군을 잊어선 안 된다. 그때 미국이 우리를 돕지 않았다면 지금 우리는 3대 세습 공산 독재 체제 속에서 자유를 빼앗긴 채 살아야 하는 처지가 됐을 거다.
’한미동맹‘은 6.25 전쟁 직후 고 이승만 대통령이 미국에 생떼를 쓰다시피 해 맺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바탕으로 서로의 안보를 지키는 동맹 관계로 발전했다. 세계 최고의 군사력을 지닌 미국 덕분에 전후 폐허 상태의 최빈국에서 오늘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건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이런 미국을 등지고 6.25 전쟁을 일으킨 북한과 이 전쟁의 배후인 중·러와 손잡으라니 이런 황당한 무논리를 입 밖으로 내는 이가 아직도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이날 좌담회에서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은 “동맹은 축복도 저주도 아닌 현실”이라며 동맹의 틀을 유지하면서 한국의 자율성을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북한의 핵무기 보유에 대응해 한국도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등을 통한 핵 잠재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반도를 적화통일하기 위해 외세를 몰아내야 한다는 북한의 주장을 앵무새처럼 따라 하는 철부지들만 있지 않고 제대로 된 안보관을 지닌 이들도 있는 게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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