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이 밀어붙인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를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의 가장 큰 피해가 여성이 될 거란 우려가 커지는 현실에서 성평등가족부가 여당의 입법 과정에서 아무런 의견도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여성단체들이 끝까지 반대 입장을 표명한 가운데 정작 여성 인권 진작에 힘써야 할 정부의 주무 부처가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는 게 놀랍다.
국회 성평등가족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임종득 의원실에 따르면 성평등부는 보완수사권 폐지 과정에서 법무부와 정부, 여당에 제출한 기관 검토 의견 내역 등을 묻는 질의에 “해당 없음”이라고 답했다. 당정협의회, 국무회의 등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관련해 제시한 기관 의견과 국무회의 시 장관의 개정안 관련 발언 내용 등에 대한 질의에도 똑같이 “해당 없음”이라고 회신했다.성평등부는 보완수사권 폐지 등 개정 내용에 아무런 의견도 제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형사사법체계 전반을 고려해 도출된 사항으로, 국회를 중심으로 국민의 권익 보호를 위해 충분히 검토해 추진된 것으로 생각한다”는 공식 답변을 냈다. 이미 국회에서 국민 권익 보호장치를 마련해 입법을 추진한 이상 따로 의견을 제시할 필요가 없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성평등부가 보완수사권 폐지에 입을 다문 이유가 그런 거라면 존재 이유를 망각한 무책임한 짓이다. 여당이 밀어붙인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성평등부가 생각하는 것만큼 국민의 권익 보호를 위해 충분히 검토했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졸속으로 처리됐다. 오죽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까지 형사소송법이 이렇게 빛의 속도로 개정된 것은 처음”이라며 “소위 몇 번 하고 완전히 법을 바꿨다”고 꼬집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정 장관은 “뒷감당을 어쩌려고 하는지, 문제 많이 나올 건데”라며 대놓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여당의 형소법 개정에 가장 크게 반대한 게 여성단체들이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의 가장 큰 피해자는 여성이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고 형소법 개정의 중단을 촉구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6개 여성·시민단체도 “형사소송법 개정이 피해자에게 개악이 될 것”이라며 우려했다.
여성단체가 형소법 개정에 반대 목소리를 높인 건 광주여고생 살인 사건, 부산 돌려차기 사건 등 최근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 사건들이 모두 검찰의 보완 수사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게 없어지면 결국 여성 등 힘없는 피해자만 보호받지 못하고 억울한 일을 당할 게 뻔하다는 거다.
현실이 이런데도 성평등부는 여성단체의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엔 귀를 닫은 채 “피해자가 수사 공백 없이 보호받고 권리가 실질적으로 보장되는 방향으로 제도가 안착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주로 여성과 약자가 큰 피해를 볼 게 뻔한 상황에서 도대체 어떤 근거로 피해자 보호와 약자의 권리 보장을 기대한다는 건지 아무리 유체이탈 화법이라도 도가 지나치다. 이재명 정부 들어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고 성평등가족부로 얼굴을 바꾸더니 이제 여성과 아동 인권은 무시하기로 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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