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이라는 선물
도서 「성령이라는 선물」

십자가를 앞둔 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무엇을 남기셨을까. 이태복 목사(매릴랜드 새길개혁교회)의 신간 『성령이라는 선물』은 요한복음 14-16장에 기록된 예수님의 고별설교를 중심으로, 주님이 제자들에게 약속하신 성령의 의미를 차분하고 따뜻하게 풀어낸 성령론 입문서다.

출판사 ‘온기를 품은 진리’의 첫 번째 책으로 출간된 『성령이라는 선물』은 성령에 관한 막연한 오해와 거리감을 바로잡고, 성경이 말하는 성령의 본질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성령을 단순한 능력이나 감정의 고조, 혹은 신비한 체험으로만 이해하는 데서 벗어나, 예수님이 친히 약속하신 ‘인격적 선물’로 만나도록 돕는 책이다.

저자는 예수님의 고별설교를 ‘십자가라는 거대한 사건을 목전에 둔 밤, 가장 가까운 제자들에게 남기신 마지막 유언이자 가장 내밀한 사랑의 약속’으로 읽어낸다. 제자들은 주님의 떠나심 앞에서 슬픔과 근심에 사로잡혀 있었지만, 예수님은 그들에게 또 다른 보혜사이신 성령을 약속하셨다. 이 책은 바로 그 약속이 왜 제자들에게 위로였고, 오늘의 성도들에게도 왜 가장 큰 유익인지를 설명한다.

무엇보다 『성령이라는 선물』은 철저히 성경에 기초한 성령론을 지향한다. 저자는 감정적 흥분이나 신비주의적 접근을 앞세우지 않고, 기록된 말씀 안에서 성령을 바르게 인식하는 길을 제시한다. 장 칼뱅이 강조한 ‘말씀과 성령의 상호 유대’를 바탕으로, 성령에 대한 이해가 말씀과 분리될 수 없음을 강조한다.

책은 성령을 ‘가까이 계시지만 덜 친숙한 분’으로 표현한다. 많은 성도가 성부 하나님과 성자 예수님에 대해서는 익숙하게 말하지만, 성령 하나님에 대해서는 막연하거나 어렵게 느끼곤 한다. 저자는 이 거리감을 낮추기 위해 신학적 단단함과 목양적 온기를 함께 담아낸다. 그래서 이 책은 성령론을 처음 접하는 독자에게는 친절한 입문서가 되고, 목회자와 설교자에게는 고별설교와 성령 하나님을 깊이 묵상하게 하는 자료가 된다.

이 책의 핵심은 성령을 ‘능력’ 이전에 ‘인격’으로 바라보게 하는 데 있다. 성령은 우리가 필요할 때 사용하는 힘이 아니라, 우리 안에 거하시며 가르치고 인도하시고 위로하시는 하나님이다. 저자는 성령을 “허물 많은 우리를 당신의 거처로 삼아 기어이 거룩하게 빚어내고야 마시는 사랑의 주인”으로 표현한다. 이는 성령의 임재가 단순한 종교적 체험이 아니라 존재의 변화를 가져오는 은혜임을 보여준다.

예수님이 약속하신 성령은 제자들의 근심을 제거하는 위로자이자, 진리를 가르치는 스승이며, 세상 앞에 설 용기를 주시는 분이다. 책은 “칠흑 같은 어둠을 몰아내는 데 손바닥만 한 등불 하나면 충분한 것처럼” 성령에 관한 주님의 약속이 제자들의 마음에 쌓인 근심을 걷어낸다고 설명한다. 이처럼 저자는 성령론을 차가운 교리 설명이 아니라 성도를 살리는 위로의 언어로 풀어낸다.

또한 책은 성령의 내주를 ‘존재적 변화’로 설명한다. 하나님이 우리 영혼 깊은 곳에 거하시며 우리를 성전 삼으신다는 약속은, 단지 하나님을 멀리서 바라보는 구경꾼이 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으로 초대받았다는 뜻이다. 성령은 성도의 내면에 거하시며 삶 전체를 거룩하게 빚어가신다.

삼위일체적 관점도 이 책의 중요한 축이다. 저자는 성부 하나님이 아들을 아끼지 않으셨고, 성자 예수님이 자기 목숨을 내어주셨듯이, 성령 하나님도 성도에게 오셔서 당신의 전부를 다해 일하신다고 말한다. 성령론은 고립된 교리가 아니라 삼위 하나님이 구원을 이루시고 적용하시는 사랑의 신비 안에서 이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책은 개인의 위로에만 머물지 않고 세상 앞에 선 교회의 태도도 묻는다. 예수님은 고별설교에서 성령께서 세상을 책망하실 것을 말씀하셨다. 저자는 교회가 세상을 대할 때 힘의 논리를 따라가서는 안 되며, 성령의 진리 안에서 세상을 분별하고 사랑하며 증언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성령론이 개인 경건의 영역을 넘어 교회의 공적 증언과도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성령이라는 선물』은 성령님을 막연하게만 알고 있던 성도, 자신이 알고 있는 성령에 관한 지식이 성경적으로 바른지 점검하고 싶은 독자, 세상의 미움과 박해 속에서 참된 평안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적합하다. 또한 고별설교나 성령 하나님에 관해 설교를 준비하는 목회자, 개혁주의 문헌의 통찰을 현대적 목회 현장에 녹여내고 싶은 설교자에게도 유익한 책이다.

책의 물성 역시 눈길을 끈다. 부드러운 촉감의 내지와 은은한 표지, 정갈한 2도 인쇄와 세련된 조판은 책이 담고 있는 ‘온기를 품은 진리’라는 방향과 조화를 이룬다. 내용의 깊이와 독서 경험의 편안함을 함께 고려한 구성이다.

『성령이라는 선물』은 성령을 더 많이 설명하기보다, 성령님과 더 친밀히 동행하도록 이끄는 책이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삶이라는 진짜 현장으로 나아가라고 권한다. 주님 안에 거하고, 형제자매를 사랑하며, 세상의 핍박을 견뎌내는 평범한 하루하루 속에 성령 하나님이 가장 따뜻한 선물로 함께하신다는 것이다.

예수님의 이별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선물의 시작이었다. 『성령이라는 선물』은 그 선물이 오늘도 성도 곁에 계신 성령 하나님임을 일깨우며, 독자들을 말씀 안에서 깊고 따뜻한 성령의 동행으로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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