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학아카데미(원장 김균진)가 10일 오후 서울 안암동 세미나실에서 ‘창세기의 천지창조, 과학적 사실인가 신앙고백인가?’라는 주제로 2026년 봄학기 1차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학술세미나는 김균진 원장(연세대 명예교수)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김창주 교수(전 한신대 구약학)가 발제를 맡고, 박영식 교수(서울신대 조직신학)가 논평에 나섰다. 세미나는 창세기 해석을 둘러싼 오랜 논쟁을 재조명하며 창세기 천지창조의 성격을 신학적으로 재해석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 창세기 천지창조 해석의 역사와 과학과의 긴장
김창주 교수는 발제를 통해 창세기의 천지창조가 오랜 기간 우주의 기원을 설명하는 텍스트로 이해되어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세교회가 성서의 무오성을 강조하며 문자적 해석을 기독교 진리의 기초로 삼았고, 이에 따라 창세기 1장의 창조 기사가 실제 창조 과정을 기록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며 “이러한 이해는 오랜 시간 교회의 신앙과 세계관을 형성하는 기반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항해 시대 이후 자연과학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전통적인 성서 중심 세계관은 도전에 직면했다”며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의 태양 중심설과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지동설이 기존의 성서적 우주관과 긴장을 일으켰고, 계몽주의 시대를 거치며 기독교와 성서의 비합리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확산되었다”고 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창세기의 천지창조가 실제 우주의 시작을 기록한 것인지, 창조의 ‘하루’가 문자 그대로 24시간인지, 창조 이전의 상태가 절대적 공허였는지에 대한 질문들이 제기되며 성서는 비판적 탐구의 대상으로 확장되었다”고 덧붙였다.
◇ “창세기 창조 서술은 과학 아닌 신학적 고백”
김 교수는 “창세기의 창조 이야기가 특정한 과학적 설명이 아니라 신앙고백의 성격을 지닌다”며 “창조 모티브가 창세기뿐 아니라 구약성서 여러 문헌에 다양하게 나타난다. 창세기 1장은 문학적으로 압축적이고 선명하게 서술되어 실제 사건 기록처럼 읽히기 쉬운 구조를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창세기가 성경의 첫 책 첫 장에 위치한 점이 신앙인들로 하여금 이를 우주의 기원을 설명하는 생성론으로 이해하게 만들었고, 이는 신학과 과학 사이의 긴장을 지속시키는 배경이 되었다”며 “그러나 현대 성서학은 창세기의 창조 서술이 자연과학적 우주 기원론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을 강조하고 있으며, 이는 이스라엘 공동체가 경험한 하나님에 대한 신학적 진술이자 믿음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창조 신학이 기원전 6세기 이스라엘의 역사적 위기 속에서 형성되었다. 예루살렘 성전의 파괴와 왕국의 멸망, 강제 이주라는 절망적 상황 속에서 이스라엘은 자신들의 구원자 하나님을 온 세상의 창조주로 선포했다”며 그는 이를 “치열한 신학적 전략이자 확고한 믿음의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 창세기의 신학적 의도와 ‘신앙의 선언’
김 교수는 “창세기가 구약성서의 서두에 배치된 것이 우연이 아니”라며 “이는 멸망의 위기 속에서 형성된 신학적 성찰의 결과이다. 창세기의 천지창조가 우주의 물리적 기원을 설명하려는 과학적 기록이 아니라 이스라엘 신앙의 정체성과 세계관을 선포하는 신학적 선언”이라고 했다.
또한 “창조의 순간은 인간이 목격할 수 없는 영역이며, 창세기의 창조 서술은 역사적 기록이 아니라 공동체가 신앙으로 해석한 고백”이라며 “이를 천문학적 기록이나 우주 연대기로 읽는 것은 본문의 맥락을 벗어난 문자적 이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조선왕조실록에 초신성 기록이 있다고 해서 이를 과학서로 보지 않는 것처럼, 창세기가 창조를 언급한다고 해서 과학 교과서로 볼 수 없다”며 “과학의 도전 속에서 흔들렸던 창조 이해가 다시 신학적 성찰을 통해 새롭게 재구성되었으며, 이는 이스라엘 공동체가 역사 속에서 선언한 믿음의 헌장”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그는 “창세기의 천지창조가 절망적인 현실 속에서도 하나님이 온 세상의 창조주임을 선포하는 담대한 신앙이며 토라의 신학적 방향”이라고 정리했다.
◇ “성경 해석, 개방성과 지속적 토론 필요”
논평에 나선 박영식 교수는 김창주 교수의 발제가 창세기를 넘어 성경 전체의 창조 이해와 해석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논문이 오늘날 신학이 창조를 해석하는 데 있어 중요한 기준과 토대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는 발제와 논평 이후 참석자들과의 질의응답 순서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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