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라마바드 시 당국의 강제 퇴거 계획에 반대해 림샤 이주지에 거주하는 기독교 주민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슬라마바드 시 당국의 강제 퇴거 계획에 반대해 림샤 이주지에 거주하는 기독교 주민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Christian Daily International

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수천 명의 기독교 가정이 강제퇴거 위기에 놓이면서 인권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고 16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정부 당국이 구두 지시 형태로 정착촌 주민들에게 퇴거를 요구하면서 현지 주민들의 불안과 반발이 커지고 있다.

이번 조치는 이슬라마바드 도시개발을 담당하는 수도개발청(CDA)이 내린 것으로, 림샤 콜로니(Rimsha Colony)와 샤르파르 콜로니(Sharpar Colony) 등 여러 지역이 대상에 포함됐다. 해당 지역은 10년 이상 거주해 온 저소득층 기독교 가정이 밀집해 있는 곳으로 알려졌다.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나”…기독교 가정 불안 확산

현지 주민들은 갑작스러운 퇴거 통보로 극심한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림샤 이주지에 거주하는 안와르 마시흐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며 “어린 자녀들이 있는데 가족 모두가 불안에 떨고 있고 아이들은 밤에 잠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2일부터 주민 수백 명은 림샤 콜로니와 인근 샤르파르 콜로니에서 강제퇴거에 반대하는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주민들은 대체 거주지 없이 퇴거를 강행할 경우 수천 명의 생존이 위협받게 된다고 주장했다.

지역 사회 지도자 임란 샤자드 사호트라는 “대체 주거 대책 없이 철거를 요구하는 것은 심각한 불의”라며 정부에 재정착 방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기독교 소수자 주거 취약성…차별 구조 지적

주민들에 따르면 대부분의 가정은 경제적 여건이 열악해 다른 지역으로 이주할 현실적인 선택지가 거의 없다. 특히 파키스탄 주택 시장에서 기독교 소수자가 겪는 차별도 이동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림샤 이주지는 이슬라마바드 내 대표적인 비공식 정착촌 중 하나로, 환경미화원과 가사노동자, 건설 노동자 등 도시 기반을 유지하는 저소득 노동자들이 주로 거주하고 있다.

이 지역은 작은 교회와 비공식 학교, 지역 공동체 조직이 형성된 생활 공간으로 자리 잡았지만, 여전히 식수와 위생, 의료 등 기본적인 서비스는 충분히 제공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주민들에게 이곳은 오랜 빈곤과 이주를 거친 끝에 얻은 안정된 삶의 터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림샤 사건’ 이후 형성된 공동체…퇴거 논란 확산

림샤 이주지의 형성 배경은 2012년 발생한 ‘림샤 사건’과 깊이 연결돼 있다. 당시 정신적 장애가 있던 기독교 소녀 림샤 마시흐가 코란 훼손 혐의로 고발되면서 기독교 공동체에 대한 위협이 확산됐고, 인근 지역에 거주하던 기독교 가정들이 폭력을 피해 집을 떠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후 정부는 이들 가족이 임시로 정착할 수 있도록 현재 지역에 거주를 허용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텐트 형태의 임시 거주지가 현재의 정착촌으로 발전했다. 현재 림샤 이주지와 인근 지역에는 약 2만 5천 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대다수가 기독교인으로 알려졌다.

인권단체 “정부가 정착시켜 놓고 퇴거”…법적 논란 제기

인권단체들은 이번 조치가 모순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파키스탄 인권위원회(HRCP)는 “정부가 과거 이들을 이곳에 정착시켜 놓고 이제는 퇴거를 요구하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또한 2015년 파키스탄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정착촌 주민은 재정착 계획 없이 강제퇴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인권단체와 활동가들은 정부에 철거 계획을 중단하고 법과 국제 인권 기준에 맞는 재정착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정부 “불법 점거 단속”…주민 “공식 인정된 거주지” 반발

수도개발청은 이번 조치가 도시계획에 따른 불법 점거 단속의 일환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당국은 상업시설과 불법 건축물에 대한 단속과 동일한 기준으로 진행되는 조치라고 설명하며, 특정 집단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다만 림샤 이주지와 관련해 과거 정착 허용 사실이 확인될 경우 이를 검토하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반면 주민들은 해당 지역이 이미 국가기관에 의해 사실상 인정된 거주지라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주민등록과 선거 등록이 이 주소로 이루어지고 전기와 가스 시설도 설치돼 있다”며 오랜 기간 공식적으로 인정된 생활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기독교 소수자 주거권 논쟁…퇴거 위기 지속

종교 간 연대 단체 관계자들은 이번 사안이 단순한 도시 정비 문제가 아니라 기독교 소수자의 주거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정부가 해당 가정에 재정착지를 제공하거나 주거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으며, 주택 건설 비용에 대한 보상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까지 구체적인 대안이 제시되지 않은 가운데, 강제퇴거 가능성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계속 커지고 있으며 수천 명의 기독교 가정이 삶의 터전을 잃을 위기에 놓인 상황에서, 이들이 향후 어디로 향하게 될지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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