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강연과 주일성수 메시지로 본지에 여러 차례 소개된 바 있는 권주혁 장로(국제정치학 박사)가 2025년 12월 성탄절 이브에 스물여섯 번째 저서를 발간했다. 이번 신간은 그동안의 저작들과 달리, 저자 혼자가 아닌 중학교 2학년 손녀들과 함께 공동으로 집필한 점에서 눈길을 끈다. 한 세대를 건너뛴 할아버지와 손녀들이 함께 여행하고, 보고 느낀 것을 공동의 언어로 기록한 사례는 국내 출판계에서도 매우 드문 시도로 평가된다.
월간중앙은 2026년 1월호에서 권주혁 장로를 ‘한국판 청교도, 열혈 꽃할배’로 소개하며 그의 삶과 사역을 조명한 바 있으며, 해당 기사에서는 이번 신간에 대해서도 간단히 언급했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한 가족 여행기가 아니라, 세대 간 협업이라는 형식을 통해 문명과 역사를 풀어낸 독특한 기록물로 자리한다.
세대를 건너 함께 쓴 여행 기록, 교육청 전시에서 책으로 이어지다
<손녀들과 함께 쓰는 아드리아해 문명탐험>은 할아버지와 중학생 손녀들이 역사와 문명, 자연 풍광이 어우러진 아드리아해 연안을 직접 여행하며 보고 배운 내용을 공동으로 집필한 문명탐험 여행기다. 국내에는 할아버지가 쓴 시를 손녀가 동화로 재구성한 사례나, 조부와 손녀가 서로에게 보낸 글을 엮은 책은 있었지만, 함께 여행하며 공동 집필한 책은 사실상 처음으로 알려졌다.
책이 출간되기 전, 공동저자 세 명은 2025년 9월 서울시교육청이 주관한 ‘가족이 함께 만드는 책’ 행사에 원고를 제출했다. 당시 제출된 원고는 같은 해 10월 말, 서울시교육청 본관 1층에서 전시되었으며, 이번 신간에는 해당 전시본의 내용 전부와 더불어 추가 원고와 사진 자료가 함께 수록됐다. 여행의 기록이 교육적 프로젝트를 거쳐 한 권의 책으로 확장된 셈이다.
잘 알려진 크로아티아를 넘어, 아드리아해 연안 6개국을 아우르다
아드리아해는 약 14만㎢ 규모로 한반도 면적의 약 3분의 2에 해당한다. 이 해역을 끼고 있는 나라 가운데 크로아티아는 드라마 촬영지로 알려진 두브로브니크 덕분에 국내에 이미 여러 권의 관련 서적이 출간돼 있다. 반면 슬로베니아, 몬테네그로, 알바니아 등 인접 국가들에 대한 국내 출판물은 매우 드문 편이다.
이 책은 이탈리아 북동부의 베니스를 시작으로 트리에스테, 리미니, 파도바 등 역사와 문명이 응축된 도시들을 다루며, 슬로베니아의 코바리드와 수도 루블랴나,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니크와 리예카까지 폭넓게 조명한다. 여기에 몬테네그로의 자연환경과 전략적 위치, 공산 체제 붕괴 이후 변화의 길을 걷는 알바니아, 로마 제국의 군사도로 에그나티아 가도가 시작되는 두러스 항구, 사란더와 이오니아해 연안, 그리고 서부 그리스의 악티움 해전과 레판토 해전의 현장까지 포함된다.
이처럼 <손녀들과 함께 쓰는 아드리아해 문명탐험>은 6개국을 아우르며 잘 알려지지 않았거나 접근이 쉽지 않은 지역들을 직접 발로 찾아 기록한 문명탐험기라는 점에서 차별성을 지닌다.
관광 안내서를 넘어 역사·신앙·문명을 읽는 여행서
이 책은 여행 준비물이나 교통편, 숙소, 음식점 정보를 중심으로 구성된 일반 여행 안내서와는 분명한 결을 달리한다. 대신 각 지역이 품고 있는 역사적 맥락과 문명적 의미, 자연환경과 문화적 층위를 중심으로 서술이 전개된다. 이러한 구성은 단순한 정보 소비가 아니라, 여행지를 ‘읽는’ 경험을 독자에게 제공한다.
할아버지가 집필한 역사와 문명에 대한 서술은 다소 묵직할 수 있지만, 손녀들의 시선은 이를 어린 소녀 특유의 감각적인 표현으로 부드럽게 감싼다. 이로 인해 책은 세대 간 시각의 대비와 조화를 동시에 담아내며 균형을 이룬다. 특히 베니스 편에서는 사도 마가의 행적을 여타 여행서보다 상세히 다루며, 기독교 독자들에게 신앙적 사유의 계기를 제공한다.
여행 속에서도 멈추지 않은 신앙의 기록
여행 중 주일에는 관광을 멈추고 현지 교회를 찾아 예배를 드리는 장면도 책 곳곳에 등장한다. 사도 바울의 선교 여정과 관련된 지역으로 추정되는 알바니아의 두러스 항구와 서부 그리스의 니고볼리 역시 성경 본문과 함께 상세히 소개된다. 이러한 기록은 단순한 종교적 언급을 넘어, 여행과 신앙이 분리되지 않는 삶의 태도를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이 책은 손녀들이 기록한 눈앞의 풍경과, 인생 경험을 통해 보이지 않는 역사를 읽어내는 할아버지의 시선이 교차하며 완성된 문명탐험기다. 독자는 이 여정을 따라가며 아드리아해 연안에 깃든 역사와 문화, 그리고 신앙의 흔적을 자연스럽게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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