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 한학자 총재와 함께 교단 내 ‘최고 실세’로 꼽혀온 정원주 전 비서실장이 특검 수사에 이어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특검 단계에서 정 전 실장은 이른바 ‘정교 유착’ 의혹과 관련해 공범이라는 점이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구속을 피했으나, 경찰 수사 국면에서는 정치권 로비 범행에 가담했는지, 나아가 이를 주도했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4일 경찰과 법조계에 따르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전담수사팀은 통일교의 정치권 로비 의혹 전반을 들여다보고 있다. 경찰은 일부 사건의 공소시효가 지난 2일 만료됨에 따라 관련 피의자들을 우선 송치한 뒤, 검찰의 보완 수사 요구를 받아 관련 수사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교 핵심 인사 잇단 송치… 불법 정치자금 의혹 수사 지속
경찰이 먼저 송치한 통일교 핵심 관계자는 한학자 총재와 정원주 전 비서실장,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 송광석 전 천주평화연합(UPF) 회장 등 4명이다. 검찰은 이 가운데 송 전 회장을 우선 재판에 넘겼다.
이들은 전·현직 국회의원 11명에게 1인당 100만 원에서 300만 원씩 이른바 ‘쪼개기 방식’으로 불법 정치자금을 후원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범이 기소될 경우 법원 확정판결 전까지 공소시효가 정지되는 점을 고려하면, 경찰은 수사를 이어갈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한 셈이 됐다.
◈경찰도 정 전 실장 ‘공범’ 판단… 특검 판단과 교차되는 지점
경찰이 정 전 실장을 통일교 정치권 로비에 가담한 공범으로 판단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앞서 민중기 특별검사는 정 전 실장이 한 총재의 지시를 받아 윤 전 본부장 등과 함께 교단 현안을 정치권 인사들에게 청탁하려 했다고 판단한 바 있다.
정 전 실장은 2015년부터 한 총재의 비서실장으로 발탁된 이후 교단의 인사·행정·재정을 총괄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통일교 최상위 행정조직인 천무원의 부원장을 지낸 경력도 있는 만큼, 교단 안팎에서는 그를 한 총재에 버금가는 실세로 평가해 왔다.
◈압수수색·소환 조사 이어져… 경찰, 정 전 실장 관여 정도 집중 추적
경찰은 정 전 실장을 통일교 로비 의혹을 추진한 핵심 관계자로 보고 강도 높은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2월 18일과 28일 정 전 실장을 ‘쪼개기 후원 의혹’과 관련해 두 차례 불러 조사한 데 이어, 같은 달 31일에는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 관련 참고인 신분으로 정 전 실장의 자택과 관련 장소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통일교 로비 의혹의 ‘키맨’으로 지목된 윤 전 본부장을 지휘했다는 의혹을 받는 정 전 실장은, 교단 내부에서는 한 총재와 동일한 최종 책임자로 통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에 따라 경찰 수사 단계에서 정 전 실장이 관련 범행에 어느 수준까지 관여했는지가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특검 영장 기각 이후 경찰 수사로 무게 이동… 정치권 파장 이어져
경찰은 2019년 초 여야 전·현직 국회의원 11명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 외에도, 전재수·임종성·김규환 전 의원 등을 상대로 한 금품 수수 의혹까지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통일교 특검의 세부 수사 범위를 둘러싸고 여야 간 공방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특검은 수사 과정에서 한 총재와 정 전 실장 모두에 대해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법원은 한 총재에 대해서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은 정 전 실장과 관련해 “주된 공동범행 혐의들에 대해 공범일 수 있다는 강한 의심은 든다”면서도 “의사결정 과정과 의사결정권자, 범행의 구체적 내용과 실행 행위자 등을 종합하면 공범임이 충분히 소명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특검은 결국 정 전 실장을 불구속 기소했으며, 정치자금법 위반과 청탁금지법 위반 등 한 총재에게 적용된 혐의를 정 전 실장에게도 동일하게 적용했다. 이후 윤 전 본부장을 통해 통일교가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을 상대로도 로비를 벌여온 정황이 추가로 포착됐고, 해당 사건은 경찰 전담팀으로 이관돼 수사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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