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선교연구원(원장 백광훈)과 서울국제사랑영화제가 공동주최한 ‘제22회 서울국제사랑영화제 시네포럼’이 ‘LIGHT UP [AI와 기독교 문화]: AI-환경 속 기독교 문화 창조와 책임’이라는 주제로 10월 31일 오후 필름포럼 2관에서 개최됐다.
행사는 성경 AI 애니메이션 상영, 백광훈 원장의 인사말, 발제 순으로 이어졌다. 백 원장은 인사말에서 “AI라는 중요한 주제를 가지고 기독교와 문화, 특히 기독교 문화 콘텐츠 관련해서 함께 나누고 또 그 고민과 방향들을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게 됐다”고 했다.
이어 김경래 교수(장신대 조직신학)가 ‘AI, 창작자인가 도구인가?: AI시대, 창조와 주체성의 의미를 묻다’라는 제목으로 발제했다.
김 교수는 “이제 몇 번의 명령만으로도 지브리풍의 아름다운 그림을 완성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나 이런 창작물의 저작권은 누구에게 속할까? AI인가, 인간인가, 혹은 AI를 만든 개발사인가? 일본 문부과학성은 ‘화풍의 유사성만으로는 저작권 침해로 볼 수 없다’고 밝혔지만, 논의는 여전히 이어진다. 인간이 직접 기획하고 세부를 조정하며 AI를 도구로 사용하는 경우, 창작의 주체는 인간이 된다. 반면, 아무런 구상 없이 단순히 ‘그림 하나 그려줘’라고 명령해 생성된 결과물은 누구의 창작물도 되지 않는다. 결국 인간의 개입 정도에 따라 창작의 의미는 달라진다”고 했다.
그는 “이 논의의 근저에는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Imago Dei)’으로 창조되었다는 신학적 질문이 놓여 있다. 인간은 단순한 기술적 존재가 아니라 영적이고 인격적인 존재로,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창조의 본질을 이어받았다. 인간의 창조 행위는 단순한 생산이 아니라, 감정과 사상, 고뇌와 기쁨을 표현하는 인격적 활동이다. 반면 AI는 이러한 내면의 경험이나 의도를 갖지 않는다. AI가 만들어내는 결과물은 인간의 패턴을 학습해 조합한 결과일 뿐, 그 안에는 ‘왜’라는 동기나 ‘무엇을 전하려는가’라는 의식이 결여되어 있다. 인간의 창조는 관계와 의미를 담은 행위이며, 이는 단순히 계산의 결과로는 대체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인공지능의 발전 속에서도 본질적인 질문은 여전히 인간의 책임으로 돌아온다. AI는 도구일 뿐이며, 그 결과물을 통해 발생하는 윤리적 문제는 인간이 감당해야 한다. 가짜 뉴스나 허위 이미지, 혹은 누군가를 해치는 콘텐츠가 AI로 생성되더라도, 그 책임은 창작을 지시하거나 유포한 사람에게 있다. 기술은 발전했지만, 그 안에 담길 도덕과 진리는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인공지능 시대의 창조는 결국 ‘무엇을 만들 것인가’보다 ‘어떻게 만들고 어떤 가치를 담을 것인가’의 문제이며, 그 물음 앞에 인간은 여전히 창조의 주체로 서야 한다”고 했다.
이어 김지혜 책임연구원(문화선교연구원)이 ‘AI 콘텐츠 시대, 기독교 문화 창조의 의미와 방향’이라는 제목으로 발제했다.
김 연구원은 “우리는 AI 덕분에 이제는 손으로 무언가를 길게 만들지 않아도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말로 설명하고, 짧게 지시를 던지고, 몇 번만 수정 요청을 하면 그럴듯한 그림과 영상, 음악, 심지어 예배 영상까지 나오는 시대가 됐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이렇게 기계가 쏟아내는 결과물들을 어디까지 ‘작품’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그리고 그 작품의 주체가 사람인지 기계인지 구별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예술·문화라는 것은 원래 시대마다 정의가 달라져 왔고, 기술의 발전과 함께 예술 개념도 계속 확장돼 왔다”며 “지금 우리가 AI 창작을 두고 느끼는 낯섦은 결국 ‘창조성은 인간에게만 있는가?’라는 더 오래된 질문으로 이어진다. 결론부터 말하면, AI는 데이터를 통계적으로 조합해 결과를 만들어낼 수는 있지만, 그 결과물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을 세계와의 관계 속에 놓는 일은 여전히 인간의 영역에 남아 있다. 기계는 ‘만들 수’ 있지만 인간만이 ‘무엇을 위해 만들었는지’를 말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AI 시대의 문화 참여는 ‘AI가 사람을 대체하느냐’는 수준을 넘어서 ‘의미를 누가 구성하느냐’의 문제로 옮겨가야 한다. 지금 AI가 만드는 콘텐츠는 양이 너무 많고, 너무 빠르며, 너무 쉽게 복제된다. 그 과정에서 맥락이 떨어져 나가고, 출처가 흐릿해지고, 진짜와 가짜가 섞이며, 조회 수가 곧 신뢰가 되는 이상한 생태계가 생기기 쉽다. 할루시네이션, 조작된 이미지, 감정을 자극하는 짧은 영상들이 넘쳐나면 결국 사회는 ‘진실이 있기는 한가’라는 피로감으로 흘러간다. 이런 환경에서 기독교적 문화 창조가 할 일은 뚜렷하다“고 했다.
이어 ”먼저, 인간을 단순 소비자가 아니라 해석하는 존재로 세워야 한다. 같은 영상을 보더라도 왜 이게 만들어졌고, 어떤 세계관을 전제하고 있고, 나를 어디로 이끌려 하는지를 읽어내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둘째, 사실(fact)만이 아니라 의미로서의 진리를 좇아야 한다. 예수님의 비유처럼, 허구가 때로는 더 깊은 진실을 드러낼 수 있다. AI가 거짓을 양산한다고 해서 교회까지 사실 확인만 하는 기관이 되면 안 된다. 우리의 질문은 ‘이 콘텐츠가 하나님 나라를 드러내는가, 아니면 인간을 소모품으로 만드는가’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AI 시대에는 기독교적 리믹스가 중요한 문화 방식이 될 수 있다. 지금의 디지털 문화는 원본을 절대화하지 않는다. 기존의 자료를 잘라 붙이고, 재배열하고, 다른 맥락에 옮겨놓으면서 새 의미를 만든다. 그렇다면 그 작업 안에 의도와 신학과 사랑을 집어넣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몫이다. AI가 자료를 만들어내고, 인간이 그것을 다시 엮어 공동체를 살리는 이야기로 바꾸는 구조다. 이 과정은 혼자만의 작업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람과 기계가 엮인 네트워크 작업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책임이다. AI는 도구이기 때문에 죄를 지을 수도, 사랑할 수도 없다. 거짓 이미지를 유포할지, 약한 이들을 위한 이야기를 다시 엮을지, 혐오를 키울지, 화해를 준비할지는 결국 인간이 결정한다. 그러므로 AI가 무한히 생성하는 시대일수록, 인간은 유한한 시간 안에서 더 선별적으로, 더 응답적으로, 더 하나님을 닮은 창조를 해야 한다. 이것이 AI 시대에도 여전히 인간이 문화의 주체로 남는 길이다“고 했다.
이어 조성실 센터장(교회와디지털미디어센터)이 ‘AI 콘텐츠 사용. 활용일까 오용일까?: 함께 지켜야 할 약속’이라는 제목으로 발제했다.
조 센터장은 ”AI가 인간의 창작을 대신하는 시대가 빠르게 도래하고 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던 시대에서, 이제는 인공지능이 공동 창작자로 참여해 예술과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흐름이 자연스러워졌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단순한 생산이 아니라 ‘해석의 책임’이다. AI가 이미지를 그리고 음악을 만들어낼 수는 있지만, 그것이 가진 의미를 느끼고 해석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인간은 시각과 청각뿐 아니라 냄새, 촉감, 기억 같은 공감각적 경험을 통해 세상을 이해한다. 반면 인공지능은 데이터로만 작동하기에, 냄새를 ‘분자 수치’로는 분석할 수 있어도 그 냄새가 주는 추억이나 생명의 감각을 이해하지는 못한다. 그렇기에 AI는 결과를 재현할 수 있을 뿐, 그 안의 의미를 ‘응답’할 수는 없다. 해석이란 단순한 정보 분석이 아니라 인간과 세계가 만나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AI는 아직 그 문턱을 넘지 못한 존재다“고 했다.
그는 ”동시에 AI의 창작 시대는 저작권과 정체성, 노동의 문제를 새롭게 드러내고 있다. AI가 인간의 목소리와 얼굴을 학습해 배우의 대역을 만들고, 작가의 스타일을 모방해 글을 쓸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배우와 작가들이 자신들의 디지털 복제물 사용에 대한 사전 동의와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며 대규모 파업을 벌였고, 스칼렛 요한슨은 자신의 목소리가 무단으로 사용됐다며 오픈AI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한국에서도 한 가수가 AI가 자신의 음성을 학습해 만든 콘텐츠로 인해 생긴 피해를 호소하며 법적 대응을 했고, 법원은 저작자의 권리를 인정했다. 이러한 사건들은 AI 활용의 편리함 이면에 숨은 윤리적 공백을 드러낸다. 결국 AI의 발전 속에서도 인간의 창조적 권리와 존엄을 보호할 ‘가이드라인’과 윤리적 경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시대에 필요한 것은 기술을 통제할 새로운 도덕 체계다. ‘책임 있는 AI’란 인공지능 자체의 특성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다루는 인간 공동체의 태도를 가리킨다. 개발자, 투자자, 사용자, 정부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인간의 존엄을 해치지 않으면서 기술을 어떻게 사용할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제니퍼 로페즈가 참여한 ‘젠AI’ 캠페인처럼 투명한 동의, 감시 체계, 윤리적 제한이 결합될 때 비로소 기술은 인간을 돕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 결국 AI 시대의 핵심 질문은 ‘기계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우리가 어떤 존재로 응답할 것인가?’이다. 인간의 책임 있는 해석과 참여, 그리고 공동체적 응답이 있을 때 비로소 기술은 문화가 되고, AI는 인간의 창조성을 확장하는 도구로 자리 잡게 된다“고 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