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혈액암 치료를 위한 신약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늦어지면서 환자들이 치료 시기를 놓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반면 호주 등 일부 해외 국가는 빠르게 급여 결정을 내리며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고 있어, 국내 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호주는 최근 급성림프모구성백혈병(ALL) 치료용 면역항암제 '블리나투모맙'(제품명 블린사이토)의 공고요법에 대해 허가 후 35일 만에 건강보험 급여 등재를 결정했다. 이는 호주에서 의약품 허가 후 PBS(국민건강보험) 등재까지 평균 647일이 걸리는 점을 고려할 때, 약 18배 빠른 속도다. 해당 약물이 적용되는 급성림프모구성백혈병은 전체 암 발생률의 0.4% 미만으로 드물지만, 진행 속도가 매우 빠르고 전신을 침범해 치명적인 질환으로 분류된다.

호주의 이 같은 신속한 조치는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한 접근성 확대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해당 약물이 지난 2월 공고요법 적응증을 추가로 승인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환자들이 실질적인 치료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혈액암협회가 지난 5월 혈액암 환자 11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6%는 비급여 상태의 신약으로 인해 항암 치료를 고민하거나 결정을 미룬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87%는 해외에서 이미 사용 중인 항암 신약이 국내에서는 급여 적용이 되지 않아 치료 과정에서 소외감을 느꼈다고 호소했다.

대한혈액학회도 신약 급여 지연이 혈액암 치료의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3월 열린 '2025 대한혈액학회 국제학술대회'에서는 이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졌고, 관련 전문가들은 조속한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국회에서도 이와 관련된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이주영 의원(개혁신당)은 최근 3년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암질환심의위원회에 상정된 혈액암 치료제 13건 중 단 2건만이 최초 심의에서 급여 기준을 통과했다고 밝혔다. 그는 첫 심사 탈락률이 85%에 이른다는 점을 들어, 급여 진입 장벽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이로 인해 환자들은 고가의 치료제를 전액 자비로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특히 급성 질환일수록 치료 시기를 놓치는 일이 치명적이기에, 이러한 비용 부담은 환자의 생존 가능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인제대학교 부산백병원 혈액종양내과 이원식 교수(대한혈액학회 성인급성림프모구성백혈병연구회 위원장)는 "성인 급성림프모구성백혈병 환자의 절반 정도는 1차 치료 후 재발하며, 재발 시 완치율은 10% 미만이고 평균 생존기간도 1년을 넘기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발을 막기 위해 초기 치료 단계에서 효과적인 옵션을 사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생존률 제고를 위해 신약의 급여 적용은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정부도 신약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에 착수했다. 보건복지부는 보험 등재까지 소요되는 기간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검토 중이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암질환심의위원회를 전문 학회 추천 위주로 재편해 전문성을 높이고 있다.

이원식 위원장은 "성인 ALL처럼 환자 수가 적은 희귀 질환은 상대적으로 급여 도입이 늦어지는 경향이 있다"며 "생존과 직결되는 신약에 대해서는 호주 사례처럼 급여 심사 과정을 보다 신속히 진행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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