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의 보호 아래 성장한 후 홀로서기에 나선 '자립준비청년' 3명 중 1명은 자살에 대해 생각해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보호체계 내 아동들보다 훨씬 높은 수치로, 자립 이후 이들이 마주하는 심리적 위기와 사회적 고립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아동권리보장원이 최근 발간한 『아동정책 브리프-자립준비청년의 이용 서비스 만족도와 정책 효과』에 따르면, 장희선 아동권리정책본부 정책연구부 부연구위원은 2023년 자립준비청년패널조사 결과를 토대로 이들의 심리·정서 상태를 분석했다.
자립준비청년은 부모의 사망, 학대 등의 사유로 인해 원가정이 아닌 가정위탁, 아동양육시설, 공동생활가정 등 국가 보호체계에서 자란 뒤 일정 나이에 도달해 보호가 종료된 청년들을 말한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이처럼 보호가 종료된 청년은 총 9,970명에 달하며, 매년 약 2,000명이 자립 과정에 들어선다.
정부는 이들의 안정적인 사회 정착을 위해 다양한 지원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자립 이후 삶의 질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패널조사에 따르면 자립준비청년의 삶의 만족도는 10점 만점 기준 평균 5.3점으로, 보호체계 내 아동인 아동양육시설(7.0점), 공동생활가정(7.3점), 가정위탁(6.9점) 아동에 비해 낮은 수치를 보였다.
자살과 관련된 문항에서는 자립준비청년의 35.1%가 "한 번이라도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아동양육시설(20.8%), 공동생활가정(16.9%), 가정위탁(17.3%) 아동들과 비교해 월등히 높은 수치로, 자립 이후 심리·정서적 위기 상황에 놓인 청년들이 적지 않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자립 이후 겪는 주요 어려움으로는 '생활비 부족', '주거 문제', '취업 정보 및 자격 부족' 등이 지목됐으며, 해당 항목을 꼽은 비율은 41.8%에 달했다. 경제적·사회적 기반이 부족한 상태에서 자립해야 하는 현실이 이들의 심리적 부담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운영하는 자립지원서비스 가운데 일부는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멘토링 서비스를 이용한 청년의 만족도는 평균 5.72점으로,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은 청년(5.32점)보다 높았다. 반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이용하는 청년의 만족도는 5.07점으로, 오히려 미이용자(5.49점)보다 낮게 나타나 단순한 생계지원만으로는 만족도를 높이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했다.
장희선 부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소득이 낮은 상황에서는 경제적 어려움뿐 아니라 심리적 고립감과 정서적 불안도 함께 나타난다"며 "이들에게는 경제적 지원뿐 아니라 심리·정서적 상담 등 통합적인 지원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매년 일정 수의 자립준비청년이 연락이 두절돼 자립지원전담기관의 관리망에서 이탈하고 있다"며 "이들은 제도적 사각지대에서 고립될 위험이 높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인 발굴과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우울감이나 극단적인 생각 등 정신적 어려움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이나 지인이 있다면,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를 통해 24시간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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