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처음으로 1%대 후반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단기적인 경기 둔화에 이어, 장기적인 성장 역량마저 약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며 경제 전반에 구조적 위기가 우려되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최근 발표한 2025년 ‘NABO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1.9%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발표한 2.1%보다 0.2%포인트 하향 조정된 수치다. 예산정책처는 “2024년과 2025년의 경제성장률 실적과 전망이 지난해 10월보다 크게 낮아지면서 잠재성장률 역시 하향 조정됐다”고 설명했다.
잠재성장률은 물가 상승 없이 한 국가가 지속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을 의미하는 지표로, 노동력과 자본, 기술 등 경제의 기초 체력을 종합적으로 반영한다. 일시적인 경기 요인과 무관하게 국가의 장기적 성장 가능성을 판단하는 기준이기도 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예산정책처는 올해 실질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4%에서 2.0%로, 내년은 2.2%에서 1.5%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실질 성장률의 하락은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까지 제한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곧 잠재성장률의 추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앞서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지난 2월 발표한 경제전망 수정 보고서에서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이미 1%대에 진입했을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2000년대 초반 5%에 달하던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010년대에 3%대로 떨어졌고, 2020년대 들어서는 2% 초반대로 낮아졌다. 최근 들어 1%대 진입이 공식화되며, 성장 역량이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잠재성장률이 1%대에 머문다는 것은 금리 인하나 재정 지출 같은 경기 부양책이 없이는 한국 경제가 2%대 성장을 유지하기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이는 단순한 경기 침체를 넘어, 경제 구조 자체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선진국 대부분이 장기적으로 성장률 하락을 겪고 있지만, 한국의 하락 속도는 그중에서도 빠르다는 점에서 우려가 더 크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해 노동 공급이 줄어들고, 이에 따라 자본 투자와 기술 혁신이 위축되면서 성장 동력이 급속히 약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올해의 성장률 둔화보다 잠재성장률의 하락세를 더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단기적인 경기 침체는 금리나 재정정책 등으로 대응이 가능하지만, 잠재성장률의 하락은 구조적인 개혁 없이는 회복이 어려운 문제로, ‘만성병’에 비유된다.
김정식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우리나라는 아직 국민들의 노후 기반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잠재성장률이 떨어지면 복지 지출과 국가 부채가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며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정책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출산율을 제고하고 생산가능 인구를 늘리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기술 진보, 노동 생산성 향상, 생산요소의 효율적 활용을 위한 제도 개선도 함께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경제정책이 단기적인 경기 대응을 넘어서 중장기적 구조 개선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보고 있다. 잠재성장률의 하락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지속적인 추세로 이어질 경우, 한국 경제의 지속 가능성 전반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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