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적절한 대응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2100년경 국내 금융권의 물리적 손실 규모가 45조7000억 원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18일 ‘한국은행-금융감독원 공동 기후 금융 컨퍼런스’를 개최하고, 은행과 보험사를 대상으로 한 기후변화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발표했다.
◈국내 최초 기후 리스크 스트레스 테스트 시행
이번 발표는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 기상청, 14개 금융사가 협력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실시한 기후 리스크 스트레스 테스트의 결과다. 이를 통해 기후 변화가 실물경제 및 금융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금융권의 기후 리스크 관리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목표다.
한국은행은 기후 대응 정책 도입 시점과 강도에 따른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1.5℃ 대응 ▲2℃ 대응 ▲지연대응 ▲무대응 등 총 4개의 시나리오를 설정했다.
1.5℃ 대응 시나리오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2℃ 대응은 같은 기간 탄소 배출을 현재 대비 80% 감축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지연대응 시나리오는 2030년까지 대응이 지연되다가 2050년 ‘넷제로(Net-Zero)’ 정책이 추진되는 상황을 가정한다.
◈기후 리스크 따른 금융권 손실 전망
기후 변화에 따른 금융기관의 예상 손실 규모를 분석한 결과, 무대응 시나리오에서 가장 큰 피해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적극적인 기후 대응이 이루어질수록 금융권 손실 규모는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세부적으로 1.5℃ 및 2℃ 대응 시나리오에서는 금융권(은행 7개사, 보험 7개사 기준)의 예상 손실 규모가 약 27조 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지연대응 시나리오에서는 급격한 탄소 감축이 요구되면서 전환 리스크(탄소 감축 정책 시행으로 인한 경제적 충격)가 증가해 금융권 예상 손실이 약 40조 원으로 확대됐다.
특히, 무대응 시에는 고온 현상과 강수 증가 등 물리적 리스크가 심화되며 금융권 예상 손실이 45조7000억 원까지 확대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금융권의 기후 리스크 대응 필요성
한국은행은 금융권이 기후 리스크에 체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은행과 보험사의 리스크 관리 방식이 달라야 한다고 제안했다. 은행은 신용 손실 관리를 강화해야 하며, 보험사는 시장 손실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기후 대응 정책이 시행될 경우 철강, 금속가공, 시멘트 산업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며, 반대로 무대응 시에는 식료품, 음식점, 건설, 부동산 등 다양한 업종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은행들은 기후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 신용 손실 증가로 인해 BIS(국제결제은행) 자본비율이 규제 기준을 밑돌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1.5℃ 대응 및 지연대응 시나리오에서는 2050년경 BIS 비율 하락 충격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며, 무대응 시에는 2080년 이후 더욱 심각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됐다.
보험업계는 신용위험 노출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아 은행보다 자본적정성 저하 위험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최근 태풍, 홍수 등 자연재해가 빈번하고 강하게 발생하면서 보험 손실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금융기관의 대응 전략 필요
김재윤 한국은행 기후리스크분석팀 과장은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기후 리스크는 은행과 보험사의 건전성과 금융 안정성을 저해하는 핵심 위험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융기관들이 기후 리스크에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리스크 관리 지침을 개선하고, 예상치 못한 손실에 대한 대비를 강화하며, 녹색 및 적응 투자를 활성화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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