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파주 출판도시의 출판사 사장과 만났다. 출판계 상황과 독서문화 지형 변화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다. 그는 뜬금없는 말부터 시작했다. 요즘 출판계 판도가 크게 바뀌었다고 했다. 봄 여름 가을은 출판계 비수기이며 겨울에만 반짝 성수기를 만나 종이책을 찍는다고 했다.
그 요인은 경제적 여유가 생기면서 사람들은 겨울 외에는 가족 단위로 야외로 나가기 때문이라고 했다. 겨울이 되어야 비로소 책을 가까이하기에 겨울이 출판계는 성수기가 되었다. 겨울 한철 벌어서 세 계절을 버티어야 한단다. 그래서 이제 가을이 독서의 계절이라는 말은 옛말이 되고 말았다고.
2024년 4월 문화체육부가 제4차 독서문화 진흥 기본계획에서 성인 종합 독서율이 1994년 86.8%에서 2023년 43.0%로 급감한 현상을 발표했다.
성인들이 독서를 하지 않는 주요 이유는 책 이외의 다른 콘텐츠인 스마트폰과 유튜브 등 디지털 매체의 다양화가 주요 원인이라고 한다. 종이책 연간 독서율은 감소한 반면 전자책 이용은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독서 인구의 감소가 문화 기반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음이다.
빌 게이츠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최고경영자 시절, 1년에 두 번씩 생각 주간(Think Week)이라는 특별한 시간을 가졌다. 이 기간 동안 그는 외부와의 연락을 차단하고, 오직 독서와 사색에 몰두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데 집중했다. 이를 바탕으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현실화했음을 보여준다.
필자는 주간 중에 3일 정도 공공 도서관에 가서 독서와 집필을 하는 편이다. 선진국 여행 시 보았던 마을 도서관 못지않다. 공공도서관은 주로 일층은 어린이 전용 도서관이 있고 이층과 삼층은 성인용 도서관이 있다. 항상 자리가 부족할 정도로 사람들이 많다. 중·고등학생, 대학생, 취준생, 고시생, 시니어와 고령자도 자리하고 있다.
가만히 그들이 펼쳐놓은 책들을 등 넘어 보았다. 대개 시험 준비를 위해 공부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다. 분위기가 입시 전용 독서실 같았다. 순수하게 도서관 도서로 독서하는 사람은 드물게 보였다. 매우 아쉬운 점이다.
작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로 인해 모처럼 출판계에 훈풍이 불었다. 필자도 한강의 소설 네 권을 추가로 구입해 읽고 있다. 이처럼 독서 계도 많은 변화가 왔으리라고 본다. 국민들이 호기심을 가지고서라도 종이책을 가까이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일본의 뇌과학자 가와시마 류타 교수는 독서가 뇌의 거의 모든 영역을 활성화시키는 강력한 도구임을 밝혀내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매일 단 2분의 독서만으로도 뇌의 전두엽, 후두엽 등 여러 부위가 활성화되어 기억력과 창의력이 향상되고, 뇌 노화 방지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특히 소리 내어 읽는 '음독'은 뇌를 더욱 활발하게 자극하여 치매 예방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고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문화 강국으로 가는 길은 국민들의 독서율에 달렸다. 특히 미디어 매체 보다 종이책을 선호하면 좋겠다. 독서하면서 무한한 상상력과 아이디어를 얻게 된다. 정신 건강과 문화생활의 질을 높여가는 계기가 될 것이다.
가을만 독서의 계절이 아니다. 시대와 생활 패턴이 달라졌어도 겨울에만 책을 가까이해서 되겠는가. K-컬처는 사계절 독서의 기반 위에서 더욱 굳게 서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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