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합중국 제72대 국무장관 마코 루비오
미합중국 제72대 국무장관 마코 루비오 ©wiki

중국 왕이 외교부장이 미국의 신임 국무부 장관 마코 루비오와의 첫 통화에서 훈계의 뉘앙스를 담은 중국 성어를 사용하며 화제를 모았다. 일부 미국 언론은 이를 단순 인삿말로 오해해 혼동을 빚기도 했다.

25일 미국 국무부와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루비오와 왕이는 전날 통화를 통해 양국 관계와 주요 국제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루비오는 대만과 남중국해에서의 중국의 강압적 행동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며, 미국이 역내 동맹국들과 함께 확고한 입장을 견지할 것임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이익과 국민을 최우선으로 두는 미·중 관계를 추구하겠다"고 덧붙였다.

왕이는 이에 대해 "대만은 중국의 영토"라고 재차 강조하며,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준수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대국이 대국의 품격을 유지하려면 국제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중국 고전 성어 "호자위지(好自爲之)"를 인용해 루비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 표현은 직역하면 "스스로 잘 처신하라"는 의미지만, 주로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예의를 지키고 책임 있는 행동을 하라는 경고의 의미로 사용된다.

중국 전문가들은 왕이의 발언이 루비오의 대중 강경 노선을 겨냥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왕이웨이 중국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루비오는 중국에 대해 왜곡된 시각을 가진 인물로 평가받는다"며, "왕이의 발언은 루비오가 태도를 수정하지 않으면 의미 있는 대화가 어려울 것임을 암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루비오는 미국 정계에서 대표적인 대중 강경파로 알려져 있다. 그는 인사 청문회에서 "중국은 거짓과 도둑질로 강국이 됐다"며, "중국은 가장 위험한 적국"이라고 비난했다. 또한 신장 위구르자치구의 소수민족 탄압을 강력히 비판해 2020년 중국의 제재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런 맥락에서 왕이는 외교 베테랑으로서 선배의 태도로 루비오에게 경고를 날리며, 그의 개인적 발언이 양국 관계를 해치지 않도록 견제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언론은 왕이의 발언을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를 "올바르게 행동하라(conduct yourself well)"로 번역해 훈계조의 뉘앙스를 반영했지만, 뉴스위크는 "자신을 잘 돌봐라(take good care of yourself)"로 해석해 부드러운 인삿말처럼 보도했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 "알맞게 행동하라(act accordingly)"라는 공식 번역을 제시했으며, 관영 매체 차이나데일리는 "올바른 결정을 내려라(make the right decision)"로 해석을 보완했다.

중화권 매체들은 이번 통화가 강경한 외교적 표현이 오갔음에도 불구하고 양국 간 소통의 틀을 유지하는 선에서 마무리되었다고 평가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 싱타오일보는 "루비오가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는 중국 관영 언론의 보도를 인용하며, 통화가 실질적 협의의 시작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제기했다.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중관계 #미중대립 #왕이외교부장 #마코루비오국무장관 #기독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