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국립대성당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워싱턴 국립대성당에서 열린 국가 기도회에 참석했다. ©유튜브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행사를 마무리하는 국가기도회에서 성소수자(LGBT)와 불법 이민자에 대한 자비를 당부한 미국 성공회 주교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지난 21일(이하 현지시간) 워싱턴국립대성당에서 열린 기도회에서 마리안 버드 미 성공회 워싱턴 교구 주교가 설교를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와 J.D. 밴스 부통령, 우샤 밴스 여사와 함께 앞줄에 앉아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하나님께서 암살 시도로부터 자신을 구해주었다고 언급 한 바 있다. 이에 버드 주교는 “당신은 사랑하는 하나님의 섭리적 손길을 느꼈다. 우리 하나님의 이름으로, 지금 두려워하는 미국인들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시기를 간구한다”라며 “민주당, 공화당, 무소속 가정에서는 게이, 레즈비언, 트랜스젠더 자녀가 있고 일부는 목숨을 위협받고 있다”고 했다.

또 이민자들에 대해서는 “그들은 시민이 아니거나 적절한 서류가 없을 수 있지만 대다수는 범죄자가 아니다”라며 “부모가 체포될까봐 두려워하는 자녀를 둔 사람들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시고, 전쟁터와 박해를 피해 미국으로 온 사람들이 이 곳에서 연민과 환영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이를 일축하면서 “좋은 예배였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라며 “(그들은) 훨씬 더 잘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그는 22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을 통해 버드 주교에 대해 “강경한 급진 좌파이자 트럼프 혐오자였다”면서 날카롭게 비판했다.

그는 “21일 오전 국가기도회에서 설교한 주교는 강경한 급진 좌파이자 트럼프 혐오자였다. 그녀는 매우 무례한 방식으로 자신의 교회를 정치계로 끌어들였다. 그녀의 어조는 형편없었고 설득력도 없고 똑똑하지도 않았다”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버드 주교가 불법 이민 문제를 회피했다고 말했다. 갤럽 여론 조사에 따르면 불법 이민은 2024년 선거를 앞둔 유권자들에게 가장 시급한 국가적 문제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버드 주교는) 우리나라에 들어와 미국 시민들을 죽인 수많은 불법 이민자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이민자들은 감옥과 정신 병원에서 나온 사람들이며,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거대한 범죄의 물결”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버드 주교와 성당이 대중에게 공개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하면서 “예배 행사는 매우 지루하고 영감을 주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버드 주교는 ABC ‘더 뷰’(The View)에 출연해 해당 논란을 언급하면서 그녀의 의도는 “국가와 함께 통합을 위해 기도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버드 주교는 “어제 오전 저의 책임은 성찰하고, 국가와 함께 통합을 위해 기도하는 것이었다”라며 “저는 통합의 기초는 무엇일까 숙고했다. 모든 인간의 명예와 존엄성, 기본적인 정직성과 겸손을 존중하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통합을 위해 어느 정도 자비, 연민,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을 꺠달았다. 한동안 미국 사회에서 들리지 않았던 목소리를 설교에 담으려 했다”고 말했다.

CP에 따르면 워싱턴국립대성당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대 입장으로 논란을 일으킨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5년 사임한 주임사제인 게리 홀은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의 첫번째 취임예배를 성당에서 열기로 한 결정에 실망했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홀 신부는 2017년 민주당 계열 뉴스 매체인 ‘씽크 프로그레스’(Think Progress)와의 인터뷰에서 국립대성당이 트럼프 행정부를 “합법화”했다고 비난했다.

한편, 1933년 이래 워싱턴국립대성당은 프랭클린 델라노 루즈벨트 전 대통령의 첫 취임식부터 대통령 취임 기도 예배 장소로 사용되었다.

‘모든 사람을 위한 기도의 집’이라고 밝힌 대성당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두 번의 취임식을 제외하고는 이러한 전통을 이어갔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기도회를 위해 워싱턴 도심에 있는 역사적인 메트로폴리탄 흑인 감리교 성공회 교회를 선택했다.

워싱턴국립대성당은 취임식 행사 외에도, 대성당이 건립된 이후 세상을 떠난 21명의 미국 대통령의 장례식과 추모식이 거행된 곳이기도 하다. 이달 초 세상을 떠난 지미 카터 전 대통령도 그 중 한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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