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영장이 19일 발부됐다. 헌정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가 우리나라와 사회를 더욱 심각한 혼돈사태로 몰아가지 않을까 염려된다.
서울서부지방법원이 윤 대통령에 구속영장을 발부한 사유는 ‘증거인멸의 가능성이 있다’는 한 가지다. 그런데 대통령의 비상계엄령에 가담한 국방부장관을 비롯한 군 장성들이 모두 구속됐는데 무슨 증거를 어떻게 인멸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인지 좀체 납득이 안 된다.
공수처는 구속영장 청구 사유에 ‘2차 비상계엄 선포 가능성’을 적었다. 이것도 말이 안 된다. 이미 군대를 움직일 군 수뇌부가 체포 구속되고 민주당이 사실상 권력을 거머쥔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는데 국회 탄핵소추로 직무를 정지당한 대통령이 무슨 힘으로 다시 계엄령을 발동한다는 건가.
구속영장 청구에 대한 심사는 통상 영장전담 판사가 맡는다. 그런데 윤 대통령에 구속영장을 발부한 서울서부지법 차은경 부장판사는 영장전담 판사가 아닌 이날 당직 법관이다. 근무시간 외나 공휴일에 당직 판사가 영장 업무를 담당하는 관례에 따른 것인데 현직 대통령에 대한 구속 여부를 가리는 중대한 사안을 당직 판사가 관례에 따라 맡았다는 자체가 우리나라 사법체계에 심각한 결함이 될 소지가 다분하다.
여당은 윤 대통령의 구속 영장 발부와 관련해 “법원의 판단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유감의 뜻을 밝혔다. 국민의힘은 이날 발표한 입장문에서 “무엇보다 현직 대통령으로서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가 전혀 없는 점, 현재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 유무 여부, 각종 위법 행태 등 여러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현직 대통령 구속에 따른 파장이 충분히 고려되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대통령실은 “다른 야권 정치인들과의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 결과”라며 “사법부의 공정성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떨어뜨리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했다.
국민의힘과 대통령실이 제기한 야권 정치인들과의 형평성이란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지칭한다. 두 사람 모두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한 바 있다.
헌법은 기본권 제한에 대한 과잉 금지의 원칙이 명시돼 있다. 형사소송법은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모든 사건에 불구속 수사가 원칙이다. 아무리 중대한 사안이라도 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에게 적용한 불구속 수사 원칙을 현직 대통령인 윤 대통령에게 적용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사법부 스스로 법의 균형추를 마음대로 옮긴 참사로 기록될만하다.
앞으로의 쟁점은 내란죄 성립 여부이다. 비상계엄 선포 행위는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 국가 원수의 고도의 통치행위라는 게 헌법에 명시돼 있고, 모든 헌법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에 대해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재직 중인 판사가 법원 내부전산망에 ‘공수처는 수사권이 있습니까’란 제목으로 올린 글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법관은 “대통령 재직 중 소추가 불가한 직권남용죄로 강제수사는 어렵다”며 “직권남용죄가 내란죄에 흡수될 경우 공수처 권한이 아닌 내란죄 수사는 본말이 전도된 논리”라고 했다.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가 직권남용의 관련 범죄로 윤 대통령을 수사하는 게 타당하지 않다는 게 문제 제기의 핵심이다.
그런데도 공수처는 자신들이 관할인 서울중앙지법이 아닌 서울서부지법에 청구한 체포영장, 구속영장 건 등의 편법이 모두 통한 것에 고무된듯하다. 현직 대통령을 국헌 문란의 폭동을 일으킨 내란 우두머리로 반드시 처단하겠다는 건데 이런 폭주가 지난 문재인 정부 때 탄생한 공수처의 정치적 생명을 스스로 끝내는 자해행위가 되지 않을지 지켜볼 일이다.
이날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결과를 기다리던 4만4천여(경찰 추산)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구속영장 발부 소식에 울분을 참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부 시민은 법원으로 난입해 유리창을 깨부수는 등 과격한 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공수처 앞에서 대통령에 체포에 항의해 분신을 한 사건에 이어 이날 일부 시민이 보인 과격한 행동은 앞으로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 그 심각성을 예고하는 듯하다. 용광로처럼 끓는 민심이 한꺼번에 쏟아지면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분열은 회복 불능의 혼돈상태에 빠질 수 있다.
하지만 끓어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이성을 잃고 행동하면 그 행동의 정당성마저 그르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폭력사태는 구속된 윤 대통령에게도 불리하게 작용될 뿐 아니라 대한민국을 더욱 불행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극히 자제해야 할 것이다.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세력이 먹잇감을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해선 안 될 것이다.
국가적인 불행한 사태 앞에서 교계는 하나님께 기도하는 열기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도하는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가 지난 11일에 이어 18일 전국 7개 도시에서 열려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을 하나님의 손을 건져주실 것을 간구했다.
수많은 국민들이 엄동설한의 추위에도 불구하고 서울 광화문과 한남동 대통령 관저, 과천 공수처, 서울지법, 서울구치소 등지에서 밤새워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교회 국가비상기도회는 매우 소극적인 행동으로 비칠 수도 있다.
하지만 국가적인 위기상황에서 문제 해결의 열쇠를 전적으로 하나님 손에 맡겨드리는 기도와 결단을 가볍게 평가해선 안 될 것이다.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한꺼번에 무너지는 위기 국면에서 하나님께 드리는 기도야말로 목숨을 건 사생결단의 의미가 내포돼 있다. 이런 기도가 그 어떤 행동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건 복음의 관점에서 의심의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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