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교육부가 발표한 2025~2026학년도 일반 중등교육 수료시험(General Secondary Certificate) 전국 수석 명단에 콥트 기독교인 학생이 단 한 명도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이집트 기독교 소수자에 대한 차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집트 콥트 기독교인 인권단체인 ‘콥트 연대(Coptic Solidarity)’에 따르면, 교육부가 발표한 인문계·이공계 등 3개 계열별 전국 상위 10명 명단에는 모두 무슬림 학생만 이름을 올렸다. 전국 최우수 졸업생 30명 가운데 기독교인은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이 단체는 예년에는 상위권 학생 명단에 최소 1명 이상의 기독교인이 포함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며, 올해처럼 기독교인이 전혀 없는 사례는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콥트 연대는 콥트 기독교인이 이집트 전체 인구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이번 결과는 교육 기회와 성취에 대한 인정 과정에서 기독교 소수자에 대한 불평등이나 차별이 존재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이집트의 콥트 공동체는 기독교 초기부터 이 지역에 뿌리를 내린 가장 오래된 기독교 공동체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있다.
단체는 최근 수년간 이집트 정부가 과거 종파 간 폭력으로 훼손된 교회를 복원하고, 법적 지위를 인정받지 못했던 수천 개의 교회 건물을 합법화하는 등 일부 긍정적인 조치를 취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국제 인권단체들은 이러한 조치만으로는 기독교인들이 직면한 구조적인 법적·사회적 차별을 해소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미국에 본부를 둔 기독교 박해 감시단체인 국제기독연대(ICC)는 정부의 추가 교회 합법화 조치 이후 한 콥트 기독교인의 발언을 인용해 “문제는 건물이 아니라 자유”라고 전했다.
이집트 헌법은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지만, 기독교인들은 여전히 다양한 형태의 차별을 경험하고 있다는 것이 인권단체들의 설명이다. 지역 극단주의 세력과 일부 정부 기관, 사회적 편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많은 기독교인들이 ‘2등 시민’으로 취급받고 있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ICC는 교회 공격과 교회 건축을 둘러싼 시위, 이슬람에서 기독교로 개종한 사람들에 대한 차별, 여성과 소녀들의 납치 및 강제 개종 등이 여전히 주요 위협으로 남아 있다고 밝혔다.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발생했던 대규모 반기독교 폭력은 감소했지만, 지역 단위의 종파 갈등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으며, 당국이 관련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거나 가해자를 처벌하지 않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ICC는 지적했다.
또한 이집트 당국은 형법 제98조(f)를 계속 적용하고 있다. 이 조항은 ‘천상의 종교를 모독하는 행위’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신성모독 혐의 기소에 활용돼 왔다. 법적으로는 이슬람에서 기독교로의 개종이 금지되지 않았지만, 실제 개종자들은 사회적 압력과 행정적 제약, 치안 당국의 감시 등에 직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사회는 이집트가 학교 교과서에서 일부 차별적 내용을 삭제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교육과정에 포함된 종교 관련 내용과 공교육에서 종교 정체성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은 종교 간 관용과 이집트의 기독교 유산을 강조해 왔으며, 정부는 과거 종파 폭력으로 훼손된 교회 복원 사업도 추진했다.
그러나 ICC는 이러한 상징적인 조치에도 불구하고 기독교인들이 완전한 평등을 누리지는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여전히 수천 개 교회가 법적 인정을 받는 과정에서 행정적 장벽에 직면해 있으며, 기독교 활동가와 개종자들은 광범위한 국가안보 및 종교 관련 법률에 따라 처벌받을 위험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한편 카이로에 거주하는 법률연구원 미나 압델말락(Mina Abdelmalak)은 앞서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 기고문에서 1921년 창설된 이집트축구협회 역사상 콥트 기독교인 국가대표 선수는 하니 람지(Hany Ramzy) 단 한 명뿐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2018년 전 국가대표 선수 아흐메드 호삼(미도)이 스포츠법 제정위원회에 콥트 기독교인 선수 10% 할당제를 제안했지만 별다른 토론 없이 다수결로 부결됐다고 전했다.
국제 종교자유 옹호단체인 자유수호연맹(ADF) 인터내셔널의 리지 프랜시스 브링크(Lizzie Francis Brink) 법률고문은 이집트에서 발생하는 기독교인 박해의 상당수는 정부보다는 무슬림 다수 사회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남부 이집트의 경우 공식적으로 금지됐음에도 살라피주의 성향의 알누르당(Salafi al-Nour Party) 등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영향력이 여전히 강해 기독교인들이 더욱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다고 설명했다.
예멘 출신의 기독교 개종자인 압둘바키 압도(Abdulbaqi Abdo)는 2021년 이슬람 개종자들을 위한 페이스북 모임에 참여한 뒤 테러단체 가입과 이슬람 모독 등의 혐의로 체포됐다.
국제 자유수호연맹(ADF)은 유엔 자의적 구금 실무그룹에 그의 사건을 제기하며 석방을 촉구했고, 압도는 올해 1월 석방된 뒤 현재는 이집트를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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