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창작/연주 관점에서 접근, 분석
찬송에 신학·음악·문학적 이해 필요
번역자 이름 표기하는 지침 제안도

한국교회음악협회
한국교회음악협회는 ‘교회음악: 가사와 음악의 관계’란 주제로 제17차 학술포럼을 열고, 앞으로 교회음악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백선영 기자

한국교회음악협회(이사장 윤의중)는 30일 서울 서초구 사랑의교회 찬양대연습실에서 '교회음악: 가사와 음악의 관계'란 주제로 제17차 학술포럼을 열고, 앞으로 교회음악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이번 포럼에서는 주제에 대해 △학술 △창작 △연주의 관점에서 발제와 토론이 이뤄졌다. 교회 반주자, 지휘자, 작곡가 등 교회음악 관계자들이 모인 가운데, 우리가 흔히 부르는 찬송의 가사와 음악의 관계에 대해 각 관점에서 고찰했다.

패널들은 찬송가 번역 혹은 연주 시, 원작의 의도와 원리를 이해하고 최대한 살리되, 가사에 담긴 메시지를 음악을 통해 가장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온전한 교회음악의 본질이자 기능임을 확인했다. 또한 찬송 번역에 있어서 네 가지 지침을 제언하기도 했다.

하재송
학술분과위원장 하재송 교수는 마틴 루터의 종교개혁 이후 ‘가사 우선’의 흐름이 현대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백선영 기자

협회 학술분과위원장 하재송 교수(총신대)는 초대교회에서부터 시작된 교회음악사를 시대순으로 살펴보며, 종교개혁 이후부터 가사를 통한 메시지 전달에 방점을 두는 '가사 우선'의 흐름이 낭만시대를 거쳐 현대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교회음악의 본질과 기능은 가사에 담긴 메시지를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것임을 강조했다.

하 교수에 따르면, 르네상스 시대 모테트와 미사곡 등 교회음악의 문제점은 가사가 라틴어로 되어 있어 일반 회중이 이해하기 어려웠다. 이러한 상황 가운데 종교개혁이 일어났고 종교개혁자들은 회중이 가사를 이해하고 함께 부를 수 있는 '회중찬송'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우리가 흔히 아는 바로크 시대의 음악가 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아'는 가사를 음악적으로 표현하는 데 좀 더 다양하고 확장된 양식을 보여주는 대표적 예이다. 이 곡은 모든 음악적 구성·형식·요소·진행 대부분 가사와 관련이 있다.

하 교수는 "교회음악에서 가사를 중시하는 것은 그것이 담고 있는 내용, 즉 '메시지'가 교회음악의 본질을 결정하기 때문"이라며, "요즘 찬송가나 찬양대가 부르는 찬양곡에 있어서 가사와 음악이 서로 잘 맞지 않는 경우가 있다. 교회음악인은 음악이 표현하는 가사를 더 잘 드러내어 메시지를 청중에게 분명히 전달하도록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문승
이문승 교수는 찬송가 220장 '사랑의 주님 앞에서'를 예시로, 영어와 한국어의 강세 차이 등 언어구조적 차이로 인해 생기는 점을 이해하고 이를 최소화할 것을 강조했다. ©백선영 기자

협회 고문이자 전 찬송가공회 음악위원으로 활동했던 이문승 교수(서울신대 명예)는 한국 선교 140년이 지난 지금도 번역자 혹은 작곡가들이 가사와 음악의 관계에 대한 세밀한 이해가 부족한 점을 지적하며, 어색한 혹은 부적합한 가사 번역을 방지하기 위해서 한국어와 영어 구조의 차이점에 따른 적절한 절충방안으로써 '순화'를 하나의 방법론으로 주장했다.

이 교수가 제안하는 '순화'란, 원곡의 의도와 메시지를 최대한 살리며 회중이 이해하고 부르기 쉽게 만들기 위한 일종의 대안이다. 음절수와 악센트를 맞추기 위해 못갖춘마디의 프레이즈라 할지라도 '하행 순차진행', '점층적 진행', '예비 박(음정)' 등의 요소로 보완하는 것, 또한 지나치게 단음절적(syllabic)인 경우 중음절적(neumatic)인 음절법을 활용하는 것 등이다. 또한 가사에서 '생각되어진다' 같은 이중 피동 표현을 지양할 것도 덧붙였다.

찬송이나 성가 선율의 리듬과 음율은 '언어구조'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그러나 이 교수에 따르면, 일부 찬송은 한국어와 영어 구조의 차이점에 대한 적절한 절충 방안을 생각지 않고 자유롭게 번역됐다는 한계를 지닌다. 이 교수는 "이는 번역하는 사람의 음악적 개인 취향이나 주관적 신앙 감성에 따른 결과이다"며, "가사가 10번이나 바뀐 곡도 있다. 가사와 음악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접근해야 하는데 이는 한국교회의 단적인 현실을 보여주는 것과 같다. 노래하기 불편하거나 문제가 있는 것은 어떻게 적응하며 절충할 것인지 의견을 모으고 공감대를 쌓아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서양 언어는 정관사, 부정관사로 인해 '약박'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단어 'today', 'prepare', 'understand' 모두 뒤쪽에 강세가 있다. 그러나 한국어는 강박으로 시작하는 단어가 흔하다. 이러한 언어구조적 차이로 인해 잘못 번역된 찬송은 가사에 들어간 단어의 의미와 상관없이 못갖춘마디로 시작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못갖춘마디라도 우리말은 시작을 강박으로 해야 자연스럽다"며, "그러나 이미 알려진 곡은 바꿀 수 없다. 회중찬송의 주인은 '회중'이기 때문이다. 이제 와서 바꾸면 혼란을 일으킨다는 딜레마가 있다"고 토로했다.

한국교회음악협회
백정진 교수는 "원작시에 담긴 깊은 뜻뿐 아니라, 그 시를 담아내는 음악을 함께 이해하는 것은 곡을 성도에게 소개하기 이전에 반드시 충분히 선행돼야 할 작업"이라고 했다. ©백선영 기자

마지막 발제는 음악가의 관점에 협회 이사인 백정진 교수(장신대)가 가사와 음악의 관계를 밝혔다. 특히 가사적 운율과 음악적 프레이징을 중점으로 발표했다.

백 교수는 존 프랜시스 웨이드가 지은 찬송시이자 우리에게 알려진 찬송가 122장 '참 반가운 성도여'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이 찬송은 라틴시가 원작이다. 그는 영어번역시와 한국 찬송의 우리말 번역시를 비교하며, "한글 번역은 라틴시와 영어 번역이 갖고 있는 고유의 특징을 잃어버리고 있다"면서, "원작 시와 음악이 가진 움직임을 반영하지 않고, 획일화 및 규격화 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본래 가사와 음악이 갖고 있는 구조를 가린다"고 분석했다.

또한 찬송가 531장 '때 저물어서 날이 어두니'를 예로 들며 '프레이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프레이징이란 연속된 음들을 적절한 단위로 묶어서 곡을 읽는 것을 말하며, 일종의 음악적인 '숨 쉬기'와 유사하다. 백 교수는 "영국의 '옥스퍼드 운동'은 존 메이슨 닐과 같은 번역자들의 세심한 작업을 통해 시대와 교파를 초월하는 위대한 찬송들이 영국과 미국을 지나 우리에게까지 전달됐다. 이후에도 다양한 역본들이 번역자의 이름을 밝히며 전해지고 있다"고 언급하며, "원작시에 담긴 깊은 뜻뿐 아니라, 그 시를 담아내는 음악을 함께 이해하는 것은 곡을 성도에게 소개하기 이전에 반드시 충분히 선행돼야 할 작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백 교수는 찬송의 번역에 있어서 네 가지 지침을 제안했다. △최초 저자의 시(제1언어)를 이해하고 이후 제2언어의 번역을 참고할 것 △최초 저작물을 담았던 음악의 원리를 이해할 것 △성급한 규격화 및 획일화를 피할 것 △번역자의 이름을 밝힐 것 등이다.

한편 한국교회음악협회는 1964년 제1차 교회음악 심포지움을 개최한 이후, 지난 2001년부터 학술포럼을 열어왔다. 학술적인 교회음악의 연구와 더불어 교회음악 전공의 현실, 교회음악 지도자의 현황과 제도, 찬송가의 한국화, 남북한이 함께 부를 노래 등 교회음악에 관한 다양한 주제를 다루며 교회음악 발전을 위한 연구를 거듭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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