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성길 교수
민성길 명예교수

동성애 원인에 대한 일반적 사회문화의 영향에 대한 연구로서, 동성애가 농촌지역보다 대도시에서 성장한 사람에게 많다는 연구가 있다. 다음 학력이 높은, 그래서 소득이 높은 사람들 중에 동성애자가 많다고 한다. (서구에서는 이제 동성애자를 더 이상 사회적 약자로 보기 어렵다) 어떻게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가?

첫째, 변화된 사회 풍조 때문으로 보인다. 동성애 자체가 오랫동안 터부시되었기 때문에, 20세기에 이르러 대도시에서 하위문화인 성소수자 문화가 눈에 띄기 시작하였다. 점차 동성애의 실상에 대해 호기심이 일어났다. (지금도 동성애의 세계는 미숙한 정신을 가진 사람들에게 매우 자극적이다.)

그러던 중, 1960년대에 이르러 서구사회에 학생혁명운동과 더불어 소위 “성혁명”이 일어났다. 2,000여년간 이어오던 기존의 성윤리나 풍습이 짧은 시간에 “혁명“되었다. 억압되어왔던 성을 해방하자는 “프리섹스” 풍조가 서구 기독교 사회에 번졌다. 성혁명에 그동안 터부시되었던 동성애 옹호도 자연스레 표면화되었다.

현대 도시 문화에서 범람하고 있는 영화, 연극, 드라마, 예능, 미디어, 그리고 광고 등등에 동성 간의 관계를 성화(erotization, sexualization)하는 동성애 코드가 들어와, 은근히 동성애를 감성적으로 “멋져 보이게” 연출되고 있다. 화려하고 요란한 LGBT 프라이드시위는 대중들의, 특히 젊은이들의 눈길을 끈다. 이는 청소년들을 동성애의 세계로 모집(recruitment)하는 것이다. 이미 많은 청소년들이 동성애에 대해 용인하고 있다.

둘째, 현대 청년문화의 핵심 중 하나인 반권위주의 또는 기성 체제에 대한 reactance가 동성애 옹호를 조장할 수 있다. Reactance란 “유도(誘導)저항”이라 번역되는데, 특정 행동의 자유를 위협하거나 제거하려는 시도에 대해 동기화된 반응(motivational reaction)을 의미한다. 누군가가 개인의 압력을 가하거나 설득하려 할 때, 저항하고, 오히려 그와 반대되는 관점이나 태도를 택하고 우기려 한다. 말하자면 금지하는 것에 매력을 느낀다. 동성애를 반대하는 전통도 무언가 자유를 억압한다고 느껴, 동성애자가 아니더라도 동성애를 옹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에게는 중립적인 “과학적” 설명이 효과적이다)

셋째, 엘리트를 자처하는 지식인들은, 자신들의 존재 이유가 기성 가치관에 대한 비판이라고 보기 때문에, 전통 성윤리를 비판 거부하고 동성애를 옹호하기 쉽다. 그런 엘리트에는, 교수, 언론인, 그리고 예술가들이 많다. 정치사회운동가들 중에도 이런 엘리트 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특히 현재, 대학들은 진보적이고 개방적인 편이다. 현재 미국의 경우 거의 모든 대학들은, 심지어 신학교마저 해방이론, 젠더이론 또는 퀴어이론에 사로잡혀 있다. 자연히 지식인들 또는 교육수준이 높은 사람들이 동성애를 옹호하는 경향이 큰데, 실제 그들 중에 동성애자가 많다고 한다. 미디어도 상업적 목적으로 대중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데 몰두하여, 의도하든 아니든, 기성 성윤리의 부정적인 면을 폭로하고 공격하거나 동성애를 옹호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넷째, 소수자 인권 이슈가 있다. 소수자 인권 옹호의 근거는 인권, 다양성, 포용, 자기결정권 등이다. 전통적으로 소수자는 여성, 어린이, 노동자, 흑인, 장애자, 이민자 등등이었다. 그런데 현대 사회에서는 성소수자도 소수자 집단에 포함되었다. 크리스천은 소수자 인권 이슈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

50년대부터 서구사회에 동성애를 옹호하는 조직적인 체제 저항적인 풀뿌리 운동 집단이 있었다. 이들이 60년대의 전반적인 인권운동에 편승하여 70년대 초반에 인권운동을 시작하였다. 그들은 동성애가 자연스런 것인데, 정신의학이 병으로 취급한다고 비난하였다. 즉 동성애 문제를 윤리나 종교적 “죄”의 차원에서 벗어나게 해 준 것은 좋은데, 반면 의학의 이름으로 병리화함으로 다시 차별한다는 것이었다. 당시 사회적으로 반정신의학 운동이 활발하였다. (1975년 개봉된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라는 영화가 그 대표적 문화적 산물이다) 동성애자들로서는 차별에서 벗어나기 위해 동성애를 병명 분류표에서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였다. 그들은 미국 정신의학회를 향해 맹렬히 시위하였다. 그 전선에서 동성애자인 정신과 의사들이 앞장 섰다. 동성애 옹호는 진보적 지식인들 사이의 유력한 담론이 되었다.

끝으로, 동성애를 옹호하는 각종 새로운 사회사상들이 있다. 멀리는 고대 그리스의 인본주의와 르네상스 정신 등이 있고, 근대에는 계몽주의, 낭만주의, 무신론, 진화론, 막시즘 등등이 있고, 현대에는 프로이트막시즘 내지 네오막시즘, 비판이론, 구성주의, 급진 페미니즘 등이 있다. 특히 “이성애 강요는 억압이다. 또는 모든 억압에서 벗어나라”는 성해방이론이 동성애자들을 부추겼다. 포스트모더니즘도 기존의 전통적 성적 가치관을 혼란시키는 풍조에 기여하였다.

그리하여 동성애 옹호 주장은 현대 사회의 성혁명적 문화의 분위기 속에서, reactance 정신, 반문화운동, 마약문화, 히피운동, 헤비메탈 롴음악, 사탄숭배, 등등의 저항 운동들과 합류하여 거대한 물즐기로 흘러갔다. 지금은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워키즘(wokism), 젠더이데올로기 같은 사상들이 동성애 옹호운동과 같이 흘러가고 있다.

원래 젠더이데올로기는 남녀 양성의 이데올로기였는데, 어느새 트랜스젠더도 젠더 중 하나라는 이데올로기로 바뀌었고, 거기에 비이성애(동성애와 양성애)도 정상이다라는 이데올로기도 통합되었다. 이를 지지하는 이론을 퀴어이론이라 한다. 이런 발전된 “진보적” 현대 사상에 대해, 신세대 엘리트들은 환영하고 있다. 이를 이데올로기라 하는 것은 이들 LGBTQ 사람들을 법적으로 차별하지 못하게 하는 정치 때문이다. 지금은 젠더이데올로기가 서구사회의 지배적 담론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속한 동아시아는 어떠한가? 일본은 서구화가 우리보다 빠르다.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로서 동성애에 대해 진보적이다. 우리나라는 그래도 동아시아의 전통적 유교문화가 잘 보존되고 있다. 한국 기독교는 매우 복음주의적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온갖 사상들이 난무하고 있으며, 각기 세속적 헤게모니를 쥐려고 경쟁하고 있다. 그런데 이 모든 사상들과 운동들은 전통적 서구 기독교에 대한 반대 움직임이라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진실한 크리스천들은 현대 사회를 어지럽히고 있는 사회 풍조나 사상들을 ”객관적이지도 않고 중립적이지도 않다“고 본다. 전통적 기독교는 반기독교 문화에 대해 “문화전쟁을 하고 있다”라고 말한다.

문제는, 다수의 크리스천들이 이런 철학적 사조들에 대해 성경적 원리에 근거하여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지적 훈련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어려서부터의 기본적 “교리문답”식 교육은 물론, 기독교적 성교육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아이들을 키우는 젊은 어머니들의 각성이 필요하다. 사회 각 분야에 지적인 신세대 크리스천 엘리트들이 양육되어야 한다.

성경은 말씀하신다: 누가 철학과 헛된 속임수로 너희를 사로잡을까 주의하라 이것은 사람의 전통과 세상의 초등학문을 따름이요 그리스도를 따름이 아니니라(골 2:8)

민성길(연세의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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