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로 박사(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
김병로 박사(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 ©기독일보DB

김병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한반도평화연구원 연구위원)가 31일 ‘북한의 대남전략 대전환과 한반도 미래 : 2024년 북한 신년 메시지 분석과 전망’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KPI Issue Brief 1월호에 게재했다.

김 교수는 이 칼럼에서 “북한이 2024년 새해 벽두부터 대남정책을 전면적으로 전환하겠다는 폭탄선언을 했다. 지난 2년 동안 남한을 ‘주적’으로 설정하고 ‘대적 투쟁’을 공언하더니 급기야 남북관계는 ‘더 이상 동족관계, 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되었다’고 규정했다”며 “70년간 견지했던 ‘하나의 조선’ 정책을 폐기하고 ‘두 국가론’에 기초한 대남전략의 근본적 전환을 표방하고 나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 남북관계 규정 발언에는 두 가지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하나는 남북관계의 적대성 측면이고, 다른 하나는 남북관계를 민족관계가 아닌 국가관계로 보는 관점의 변화”라며 “북한은 남한이 먼저 북한을 ‘주적’으로 설정했음을 지적하며 결국 ‘9.19남북군사합의’를 파기한데 대해 격앙하는 모습이다. 그런 점에서 ‘대한민국을 철두철미 제1의 적대국으로, 불변의 주적’으로 법제화하겠다고 공언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새로 천명한 대남정책을 즉각 실행에 옮기는 조치를 단행했다. 통일과 관련한 조직과 기구 및 단체들을 신속히 정리하고, 헌법의 일부 내용 개정에 착수했다”며 “지난 1월 15일 최고인민회의는 ‘조국평화통일위원회와 민족경제협력국, 금강산국제관광국을 폐기함에 대한 결정’을 발표하고, 그에 따라 조평통, 민경련, 민화협, 금강산관광, 개성공단 등 남북교류에 관여했던 모든 조직과 기구를 해체했다”고 했다.

아울러 “이러한 조직과 기구는 명칭을 바꾸어 외무성 산하로 흡수되었을 것으로 보이는데, 지난 수 십 년간 활약했던 남북교류의 주체들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며 “북한은 자신들 역사에서 ‘통일’, ‘화해’, ‘동족’이라는 개념 자체를 완전히 제거했고, 헌법에 규정된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이라는 표현도 삭제할 것을 주문했다”고 했다.

또한 “7.4남북공동성명과 ‘조국통일 3대헌장’의 폐기를 지시하고 통일거리에 거대하게 조성되어 있던 ’조국통일 3대헌장 기념탑‘을 즉각 철거했다. 남북교류의 상징으로 존재하던 경의선을 회복 불가한 수준으로 물리적으로 완전히 끊어놓는 것을 비롯하여 접경지역의 모든 남북관계 조건들을 철저히 분리하기 위한 조치를 단계적으로 실시하겠다며 실행에 착수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남한을 ”화해와 통일의 상대로 여기는 것은 더 이상 우리가 범하지 말아야 할 착오‘라며 ’북반부’ ‘8천만 겨레’ 등 남북을 ‘동족으로 오도하는 잔재적인 낱말’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헌법에 명기하도록 했다“고 했다.

그는 “김정은의 대남전략 대전환 선언은 남북한 간 사활을 건 국가경쟁 모험이 시작됐음을 의미한다. 김정은 위원장은 집권 이후 줄곧 ‘국가주의’를 강조했다. 선대의 ‘민족제일주의’를 뒤로하고 ‘국가제일주의’를 기치로 들고 나온 것”이라며 “탈냉전 30년 동안 남북한의 ‘국가성’이 확연히 강화됐다. 조선(DPRK)과 한국(ROK)은 이미 1991년 9월 각각 유엔 회원국으로 가입하여 국제적으로 국가성을 인정받았으며, 사회 내부적으로도 국민의식이 고조되어 ‘국민국가’의 성격이 완연해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남쪽에 대한민국이 있다면 북쪽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있음을 상기시키는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서방세계가 왜 북한을 ‘정상국가’로 대우하지 않고 ‘불량국가’로 치부하는가에 대한 불만이 매우 크다. 남북한이 동족이라며 인권문제나 핵문제로 간섭하는 것이 체제의 큰 부담이기도 하다”며 “(북한은) 경제가 기왕에 경쟁에서 실패했으니, 군사력과 정치, 문화를 앞세워 정통성 경쟁을 해보겠다는 것이다. 핵무기로 군사력을 압도했고 한류 문화를 비판하며 정치에서도 경쟁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무엇보다 30대 청년들인 김정은과 김여정의 현실 인식이 기성세대와는 완전히 다르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남한에서도 20~30대의 젊은 층은 통일에 대해 30% 정도만 공감하고, 북한에 대해서도 적이라거나 경계해야 한다는 부정적 인식이 50% 가까이 되며, 대부분 ‘다른 나라’로 인식한다”고 했다.

또한 “김정은·김여정의 ‘국가주의’ 사고나 ‘대한민국’ 호명은 30대 젊은층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남한의 MZ세대와 마찬가지로 김정은과 김여정은 분단의 기억이 거의 없고, 왜 통일을 해야 하는가의 당위성을 실감하지 못하는 세대”라며 “남한과 북한은 더 이상 같은 민족이나 같은 나라가 아니다. 상상할 수 없이 전혀 다른 나라”라고 했다.

김 교수는 “남북관계의 이러한 질적 변화는 극히 정상적인 흐름이라 할 수 있다. 동서독의 경우처럼 한반도도 비슷하게 가고 있기 때문”이라며 “통일 전 동독은 서독과의 민족관계를 부정하고 국가관계를 주장한 반면, 서독은 그러한 동독의 입장에 동의하지 않고 민족관계임을 끝까지 주장하며 통일을 이룩했다”고 했다.

그는 “동독이 서독에 비해 여러 면에서 수세적인 입장에 있었기 때문에 민족관계를 단절하고 국가관계로 발전하고 싶어 했던 것”이라며 “남북한 간에도 북한이 체제의 우월적 위치에 있었을 때엔 민족과 통일을 강조했었는데, 열세에 놓여 있는 현 상황에서는 민족담론으로 교류를 지속하거나 통일을 추진하기 힘들게 됐다”고 했다.

김 교수는 “세계적 신 냉전 질서와 전쟁 국면에서 북한은 중국 및 러시아와 관계를 밀착하면서 체제 생존의 호기를 맞고 있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와 경제·군사 관계를 강화함으로써 생존 공간을 찾아가고 있다”며 “남한에 대한 적대적 태도 및 대남전략의 전환은 작금의 국제정세가 미·중 패권갈등의 고조로 미국이 점차 세력을 잃고 있다는 판단을 깔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신 냉전 질서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고 미국에 대해 강대 강 정면승부 대적 투쟁을 선언하고 나섰다. 2024년에는 신 냉전이라는 표현이 아예 사라지고 대신 전쟁, 핵전쟁과 같은 공격적 언어가 등장할 정도로 전쟁을 현실 문제로 보고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북한의 대남전략 대전환에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의견은 양분된다. 한편에서는 우리도 독일처럼 북한이 아무리 통일·민족을 폐기하고 ‘투코리아’를 주장하더라도 헌법에 명시된 통일을 포기해서는 안 되며, 민족관계를 고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했다.

반면 “다른 편에선 남북관계의 현실이나 국민 의식변화를 놓고 볼 때 통일은 요원하므로 통일보다는 공존과 평화를 우선하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먼저 통일구상을 현실에 맞게 재정립해야 한다. 30년이 넘은 ‘민족공동체 통일방안’도 전면적으로 수정해야 한다. 북한도 연방제의 비현실성을 인정하고 2000년 6.15정상회담에서 ‘낮은 단계’ 연방제를 수정·제안했다”고 했다.

아울러 “남북관계의 성격 변화에 걸맞게 한국도 ‘투코리아 정책’에 입각한 통일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며 “한국이 제시한 ‘남북연합’의 국가성을 애매하게 가져갈 것이 아니라, 통일국가의 최종국면을 열어 둔 상태에서, ‘국가연합’을 잠정적 최종형태로 제안하는 용단을 내려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러한 통일구상에 맞게 ‘북한 국제화’를 위한 글로벌 대북전략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극단적으로 폐쇄된 북한을 개방으로 유도하고 북한이 국제사회에 진출하여 규범과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세계적 수준의 관여정책인 것”이라며 “북한의 변화를 견인하고 통일을 실질적으로 준비하려면 북한이 외부세계와의 접촉면을 확대해, 자체 혁신을 담당할 인적 자원 역량 강화가 필수적”이라고 했다.

그는 “그렇지 않으면 통일 미래는 어둡다. 그런 점에서 한국이 구축한 국제네트워크를 활용한 지식협력사업을 적극 추진하여 북한의 인적 역량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며 “이제 한국은 전략적 결단해야 한다. ‘두 국가론’으로 통일방안을 바꾸고, 달라진 현실에 맞는 대북·통일정책을 적극 구사해야 할 때”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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