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정치 지도자들에게 이에 대한 책임 요구해야
R2P에 대한 오해 많아, 바로 알고 적용 방안 찾아야”

R2P
세미나에 참석한 국내 북한 인권 관련 전문가들과 단체장 및 UN 소속 전문가들의 모습. ©이상진 기자

‘R2P’(Responsibility To Protect, 보호책임)는, 개별 주권 국가들이 자국 주민을 집단살해(genocide), 전쟁범죄(war crimes), 인종청소(ethnic cleansing) 및 인도에 반한 죄(crimes agiant humanity) 등으로부터 보호할 책임이 있고, 여기에 명백히 실패한 경우 UN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제7장을 포함한 UN 헌장에 따라 단호한 집단적 강제조치에 나선다는 내용으로 2005년 ‘세계정상회의결과’(World Summit Outcome) 문서에 수록되어 10월 24일 UN 총회 결의의 형태로 채택된 중요한 국제원칙이다.

이런 ‘R2P’가 정확히 무엇이고, 국제사회에서 어떻게 진행되어 왔으며, 북한 인권을 위한 적용 방안은 무엇인지 모색하기 위한 세미나가 23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사단법인 북한인권(이사장 김태훈),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 (사)성공적인 통일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 등을 포함한 여러 단체들의 공동 주관으로 열렸다.

‘북한인권과 R2P 국제회의’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세미나에는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의 기조연설과 김영호 통일부 장관의 영상축사가 있었고, 이신화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 신각수 전 외교부 차관, 카렌 스미스(Karen Smith) UN 보호책임 특별자문환, 바실카 샌친(Vasilka Sancin) UN 인권이사회 자문위원 등을 포함한 여러 관계자가 참석했다.

R2P는 2005년 ‘세계정상회의’의 결과문서로 수록됐음에도, 국제사회는 미얀마, 남수단, 시리아, 우크라이나 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이스라엘-가자사태에서 발생한 범죄를 막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2022년 2월에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직접 접경국 우크라이나에 무력공격을 개시함으로 ‘R2P’(보호책임)의 차원을 넘어 안보리, 또는 UN 자체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김태훈 이사장은 ‘북한의 상황’에 대해 “북한인권에 대해서도 10년 전 설립된, UN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는 2014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북한에서 벌어지는 인권침해는 많은 경우 반인도범죄를 구성하고, 그 인권 침해의 심각성과 규모, 그리고 본질은 현대 사회의 어떤 국가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고 밝혔다”며 “UN 안보리가 R2P에 따라 북한의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할 것을 권고했으나, 안보리의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어 “오히려 지난 10월 9일에는 항저우 아시안 게임의 주최국인 중국이 아시안 게임이 끝나자마자 국제적인 강행규정인 강제송환 금지원칙을 어기고 600여 명의 탈북민들을 기습적으로 비밀리에 강제북송하여 스스로 가입한 고문방지협약을 정면으로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김 이사장은 “이렇게 R2P 원칙이 국내외적으로 큰 실망을 준 것도 사실이지만 국제사회는 제도적 한계 속에서도 나름 다양한 노력을 진행시켰다”며, 그는 대표적인 예로 ‘2021년 UN 총회의 R2P의 연례 의제화’, ‘2022년 3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군사행동 규탄 내용 결의’, ‘2022년 4월 UN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행사 시, 10일 내 해당 상임이사국과 토론 절차 마련 결의’ 등을 제시했다.

그는 “18년 전 UN 세계정상화의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된 R2P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은 R2P의 원칙 자체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 원칙을 실현하고자 하는 국제사회의 정치적 의지가 부족하고 인권위기에 대해 국제사회가 효과적이고 집단적인 대응에 합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2022년 4월 UN 총회에서 도입한 안보리 거부권 행사 견제를 위한 총회 ‘토론’ 절차 도입은 주목할 만하다. 그러므로 인권, 난민 보호문제는 물론이거니와 가장 기본적인 국가 간 평화와 안보 문제가 블록 간 전쟁으로 비화되어 실질적 위기를 맞고 있는 요즘 R2P 원칙의 기본적 가치와 유용성은 긍정적으로 재평가해야 한다”며 “지금 국제사회가 할 일은 그간 간과했던 R2P의 다양한 내용과 측면들을 더욱 균형 있게 잘 파악하고 확인하여 필요한 내용적 개선과 함께 향후 보다 효율적인 적용과 이행이 담보될 수 있도록 더욱 적절한 협력적 장치와 논의의 장이 마련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 이사장은 “2024년은 COI가 역사적인 보고서를 발표한 지 10년이 되는 해이고, 또 대한민국이 안보리 이사국이 되는 해”라며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와 함께 UN 회원국들에게 SC, GA 및 HRC에서 R2P원칙의 관철과 발전을 위하여, 또 북한상황의 ICC 회부 등 COI의 권고 사항 이행을 위하여 책임 있는 노력을 촉구하고 후속 조치에 대한 추진력을 높일 수 있는 중요한 해”라고 했다.

이어 “여기에는 다른 UN SC 회원국인 영국, 프랑스, 미국, 슬로베니아, 일본, 스위스, 몰타 등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며 “특히, 우리는 미국·일본과 캠프데이비드 3국 정상회의로 확고한 협력의 틀이 마련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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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이 세미나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이상진 기자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은 기조연설에서 “우리는 열정과 긍휼을 가지고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한 3가지 중요점이 있다. ‘평화와 안보’, ‘지속적 발전’, ‘인권’”이라며 “‘평화화 안보’ 없이는 ‘인권’이 존재하지 않는다. 독재정권은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다. 우리는 북한의 비핵화와 R2P의 북한인권을 위한 적용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모였다.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노력하여 안보를 강화하고 회복력을 강화해야 할 때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광범위한 지지를 받기 위해 노력할 것인가이다”라고 했다.

그는 “중미의 패권경쟁, 러시아의 불법적 우크라이나 침공, 이팔 전쟁, 기후위기의 가속화 등 정말 많은 위기가 서로 연결되어 있고 큰 불확실성을 가지고 있다. 인도주의의 위기 가운데 있다”며 “그런 가운데 국제 사회에 정치 지도자들은 충분히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지 못하다. 왜냐면 그들은 항상 국내 문제에만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이나 국회위원들 같은 정치 지도자들은 보통 자신의 재선에만 집중하고 있다. 그들에게 이런 문제들을 논의하라고 하면, 그들은 ‘재선에 성공한 후에 도와드리겠다. 재선하지 못하면 이 문제를 도와줄 수 없다’고 말한다. 참 슬픈 현실”이라고 했다.

이어 “다자주의와 파트너십은 중요한 도구로 이것을 잘 활용해야 한다. 미국이나 중국 같은 이 세상의 어떤 강대국이나 자원이 많은 국가라고 해도, 혼자의 힘으로 해결 할 수 없다. 힘을 모아야 한다. 지속가능한 발전이나 인권 같은 주제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반 전 총장은 “2007년 내가 사무총장에 취임하면서 ‘R2P의 원칙이 시행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 후로 정말 많은 어려움과 좌절을 겪었다. 각국의 정치 지도자들은, 그들의 정치적 야심 전에 인권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우리는 이를 위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 특별히 캐스팅보트가 되는 청년들이 많은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윤석렬 대통령이 취임할 때, 나는 ‘북한의 광범위한 폭력적 인권 침해를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둬야 한다’고 요청했었다”며 “우리가 이를 사회에, 각국의 정부 지도자들에게, UN 안보리의 상임이사국들에게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우리가 다자주의적 접근을 통해 연합하여, 각국의 정치 지도자들에게 이를 위한 책임을 지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캐런 스미스 전 특별자문관은 ‘R2P 원칙에도 국제사회에 자행되는 폭력과 범죄’에 대해 “그 원칙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의지 부족, 그리고 효과적이고 집단적인 대응 방식에 대해 국제사회 합의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며 “이는 부분적으로 다자주의를 향한 국제적 노력과 국제 인권법, 인도법, 난민법을 존중하는 기류가 쇠퇴하는 데 그 원인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녀는 R2P가 갖는 ‘주권과 내정 간섭의 딜레마’에 대해 “수십 년 간 인종차별 정책을 폈던 남아공 정부는 주권이라는 장막 뒤에 숨어 그들이 흑인들에게 가하는 억압이 국내 문제이므로 국제사회가 신경 쓸 바 아니라고 주장했다”며 “그러므로 우리의 과제는 ‘어떻게 주권을 존중하면서 동시에 중대한 인권 침해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할 것인가?’이다”라고 했다.

스미스 전 자문관은 또한, ‘R2P에 대한 오해’에 대해 얘기하며 “R2P가 서구의 개념이라거나, 남반구 저개발국에만 적용된다거나, 외교 정책 사안이라는 등 R2P에 관한 오해들이 많다”며 “짧은 시간에 다 말할 수 없으나 2가지를 짚자면, R2P의 예방적 측면을 강조하는 데 진전이 있었음에도, R2P가 주로 군사적 개입과 관련이 있다는 잘못된 인식이 여전히 팽배하다. 이러한 인식은 R2P가 무엇보다 예방을 목표로 한다는 사실에서 우리의 관심을 멀어지게 한다. 예방에 실패할 경우에만 각국은 행동에 나설 책임이 있다”고 했다.

이어 “R2P가 북한의 상황에 어떻게 적용되는지에 대한 논의와 관련된 두 번째 오해는, 잔혹 범죄 방지와 분쟁 방지를 혼동하는 것”이라며 “R2P는 분쟁상황과만 연관될 때가 많다. 잔혹 범죄 발생과 분쟁 사이에 긴밀한 상관 관계가 있기는 하지만 대량 학살, 인종 청소, 반인도적 범죄는 분쟁이 없는 상황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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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에서 4번째 이신화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가 좌장을 맡아, 첫번째 세션이 진행되고 있다. 왼쪽에서 세번째가 카렌 스미스 전 UN 특별보좌관 ©이상진 기자

한편, 이번 세미나의 발제와 토론은 3부로 나눠 진행됐다. 첫 번째는 ‘R2P의 이론적 배경과 개념, R2P 이행의 장애물, 국제사회와 유엔에서 R2P가 적용되는 시스템’ 등을 다뤘다. 두 번째 시간은 ‘북한인권의 역사와 흐름, R2P의 적용 가능성 모색’ 등을 다뤘다. 세 번째 시간에서는 ‘북한인권에 대한 R2P의 실제 적용방안, 북한의 잔학행위 재발 방지를 위해 국제적 대응 위한 관제와 기회, 방법’ 등을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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