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학생인권조례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 ‘학생인권조례’가 공교육 파탄의 주범이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김혜영 서울특별시의회 교육위원회 위원 주관으로 열린 토론회는 지난 7월 발생한 서이초 교사 극단 선택 사건 등 잇단 교권 침해 사례와 ‘학생인권조례’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를 진단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으나 현장은 마치 ’학생인권조례‘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김혜영 위원은 개회사에서 “학생의 의무와 책임도 없고 권리만 강조, 교권 침해, 학부모 훈육권 제한, 동성애 등 외설적 교육 조장 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며 토론회 개최의 배경을 설명했다. 토론회에서 제기된 의견을 기초로 서울시의회가 ’학생인권조례‘를 어떻게 처리할지 방안을 내놓겠다는 취지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지영준 변호사는 ‘서울 학생인권조례’의 가장 심각한 문제점으로 제3조 제2항을 꼽았다. 성적 자기결정권, 흡연권, 수면권, 저항권 등인데 미성숙한 미성년자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는 헌법과 민법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것이다. 그의 지적은 헌법이 제한한 권리를 학생 인권에 포함한 조례가 왜 위헌 사유인지를 설명해준다.

‘학생인권조례’가 외형상 인권을 내세우지만, 자유의 한계 및 책임에 대한 언급이 없는 점에서 사실상 방임을 조장한다는 비판도 잇따랐다. 석승하 서울조원초교 교장은 두발·복장 등의 개성 실현 권리, 소지품 일괄 검사 금지, 휴대폰 사용 등을 예로 들면서 이는 다른 학생의 수업권 및 인권을 보호하려는 교원의 생활지도 영역을 제한하는 결과로 나타났다고 꼬집었다.

이어진 토론에선 한국교총이 지난 7월 25~26일 양일간에 걸쳐 교원 32,951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이목이 집중됐다. 이 조사에서 ‘학생인권조례가 교권 추락에 영향을 미쳤다’라는 질문에 ‘동의한다’고 응답한 교원이 전체의 83.1%나 됐다. 또 ‘교권침해 사례’로 제보받은 총 1만 1600여 건 중 업무방해·수업방해 1,558건, 폭언·욕설 958건, 폭행 636건, 성폭력 132건 등 학생에 의한 교권침해 사례가 총 3,284건이었다.

그런데 수집된 교권 침해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란 지적이 있다. 실제 교실에서 벌어지는 사례는 이보다 훨씬 많다는 거다. 그만큼 많은 교사가 여러 가지 사유로 참고 넘기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뜻이다.

조사 결과에서 드러난 심각한 문제점은 ‘학생인권조례’에서 비롯된 학생의 왜곡된 권리의식 강화가 단순히 타인의 인권과 학생 학습권, 교권 등의 침해 증가로 이어지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결국, 문제 행동을 하는 학생에 대한 교사의 생활지도권 무력화가 오늘 교실붕괴, 교권 추락 현상이 심화된 직접적인 원인이기 때문이다.

‘학생인권조례’는 지난 2010년 10월 경기도에서 처음 제정된 이후 서울, 광주, 전북, 충남, 제주 등 전국 광역시·도 총 17개 중 6곳에서 제정돼 시행되고 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드러난 교권 추락 사례가 모두 ‘학생인권조례’를 시행하고 있는 시·도에 속한 학교에서 발생하고 있다. 그런 점으로 보아 ‘학생인권조례’와 교권 추락 사이에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는 일각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최근 다른 한편에선 학생 인권과 교사의 권익 사이에 대립이 아닌 공존의 방안을 제시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마디로 ‘학생인권조례’를 일부 개정해 교사의 권리를 강화하겠다는 건데 그야말로 미봉책이 아닐 수 없다. 근본적인 문제점을 그대로 둔 채 일부를 손질한다고 현실적으로 공존이 될지 의문이다. 교실에서 학생 인권과 교권을 놓고 강대 강으로 부딪히는 일이 벌어진다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이날 토론회에 논란의 당사자 격인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불참했다. 대신 보내온 축사를 통해 “서울시교육청은 학생 권리에 수반되는 의무와 책임을 제고하고, 교원의 교육활동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내용으로 보아 근본적인 수술이 아닌 땜질식 처방에 관심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움직임에 시민단체들의 대응 수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수도권기독교총연합회, 서울시학생인권조례폐지범시민연대 등 1200개 시민단체는 지난 24일 서울시의회 별관 앞에서 가진 집회에서 “교실을 붕괴시키고 성적 타락 부추기는 ‘학생인권조례’를 즉각 폐지하라”고 서울시의회를 직격했다.

최근의 교권 추락 사태 해결에 나선 교육부와 여·야 정치권이 ‘학생인권조례’ 개정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진보진영의 반발이 영 부담스러운 모양새다. 그러나 본질을 그대로 두고 곁가지만 정리한다고 해결될 간단한 문제가 아니지 않은가.

지난해에 서울시민 6만4천여 명이 ‘학생인권조례’를 대상으로 주민 조례 폐지 청구를 했다. 이건 학생 인권과 교사 인권의 공존이란 엉거주춤한 이상론만으론 교육의 정상화가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교실을 완전히 붕괴시킨 범인을 그대로 두고 교육 정상화도 이루겠다는 무책임한 발상이야말로 교육 주체인 학생, 교사, 학부모 사이에 불균형과 균열을 심화시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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