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의 코로나19 봉쇄 정책 완화 움직임에 따라 중국에 수감된 북한이탈주민들의 대규모 강제북송이 우려되고 있다. 그동안 막혀있던 북·중 국경이 열릴 경우 탈북 과정에서 중국 공안에 붙잡혀 시설에 구금된 북한이탈 주민이 가장 먼저 강제 북송될 처지여서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북한을 탈출했다가 중국에서 공안에 체포돼 시설에 구금된 북한이탈주민들은 약 2,000여명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는 지난달 미국 의회 산하 ‘의회·행정부 중국위원회’가 개최한 청문회에서 북한인권정보센터(NKDB)가 위성사진을 분석해 내놓은 공식 발표 내용이다.

이들은 중국내 구금 시설에 갇힌 채 북송될 날만 기다리는 신세다. 숫자가 2,000여 명이나 되는 건 중국이 탈북민 단속을 강화한 데다 그동안 북한의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북·중 국경 봉쇄로 강제 북송이 지연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북한이 그동안 취해온 강력한 코로나19 봉쇄정책을 완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오랫동안 지속해 온 국경 봉쇄로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을 더는 버티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경이 다시 열릴 경우 중국에 구금된 2,000여 탈북민들부터 강제 송환 절차에 들어갈 게 뻔하다.

이들이 북한으로 돌아가면 기다리는 건 최악의 반인륜적인 잔혹한 형벌이다. 이들이 북한으로 송 송환돼 수용될 정치범 수용소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는 정부가 지난 2017년부터 해마다 발간해 온 ‘북한인권 보고서’에도 적나라하게 기록돼 있다.

탈북한 북한이탈주민 508명이 증언한 수많은 인권침해 사례를 바탕으로 작성된 이 보고서는 국경지역에서 탈북민을 발견한 즉시 ‘즉결처형’하는 사례와 교화소에서 도주하다 붙잡힌 수형자에 대해 재판 없이 처형한 사례들이 실려있다. 뿐만 아니라 정치범 수용소에서 자행되는 갖가지 잔혹하고 반 인권적인 고문 행위에 대해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

최근 북한에선 임산부나 청소년에 대해서도 가차없이 처형하는 건 물론, 2020년 제정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에 의거,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거나 유포하는 행위, 성경을 소지하거나 지하교회 관련 등의 이유로 마구잡이로 처형하는 일이 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2018년 평안남도 평성에서 열린 공개재판에서 1명이 성경을 소지하고 기독교를 전파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아 공개 총살당했고, 2019년 평양에서 지하교회를 운영하던 단체가 붙잡혀 운영자 5명이 공개 처형된 사실이 탈북민의 증언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지난 문재인 정부는 해마다 북한인권보고서를 작성하면서도 비공개에 부쳤다. 탈북민 신상보호를 이유로 들었지만 북한의 거센 반발을 의식해서였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들어 이런 기조가 싹 바뀌었다. 고통 받는 북한주민들의 인권 개선을 위해 정부가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문제는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이런 노력들이 언젠가 결실하는 날이 오겠지만 당장 효과를 내는 데는 너무나 멀고 더디다는 점이다. 국제사회에 북한의 반인권 실태를 널리 알리고 유엔 인권위에서 북한 인권 결의안을 채택하는 등 유의미한 결과를 가져오고 있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 북한을 변화로 이끌기 위해선 정부의 보다 다각적이고 실질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 6월 29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비상임 인권위원으로 임명된 탈북민 출신의 이한별 북한인권증진센터 소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 점을 지적했다. 이 위원은 “2016년에 제정된 북한인권법의 조속한 시행이 실질적인 북한인권 개선에 일조할 것”이라며 이 법에 따라 “중국과 제3국에 있는 탈북민들의 인권보호와 인권개선을 위한 구출과 구호활동을 국가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일사각오구국목회자연합 등 중국 내 탈북민 강제 북송에 반대하는 17개 단체는 지난 19일 서울 중국대사관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탈북민을 난민으로 대우해 국제법과 국제규범에 따라 보호하라고 촉구했다. 중국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유엔 난민협약’ 등에도 가입해 있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는 2014년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탈북민을 강제 북송하는 것은 반인도적 범죄에 해당한다고 명시했다. 중국도 마땅히 준수할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지금으로선 중국이 이런 국제사회의 목소리와 압력에 흔들려 과거와 다른 선택을 할 가능성은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 다만 한국과 국제사회의 들끓는 여론에 귀를 막고 완전히 무시하는 것도 중국 당국으로선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 정부도 끝까지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지금 당장 급한 건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중국의 수용소에서 불면의 밤을 지새우고 있을 북한 이탈 주민들의 안위다. 이들이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다시 북한에 끌려가지 못하도록 수단과 방법을 다해 막는 게 중요하다. 한국교회가 이들을 위해 기도하며 국제기구를 통해 호소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