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증진센터 이한별 소장.
북한인권증진센터 이한별 소장. ©북한인권증진센터 제공

이한별 북한인권증진센터 소장(40)이 지난 6월 29일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 인권위원에 임명됐다. 탈북민이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원에 지명된 것은 역대 위원 중 처음이다. 이 소장의 임기는 올해 6월 30일부터 2026년 6월 29일까지 총 3년이다. 그녀는 통일부 북한인권증진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하면서 북한인권 및 탈북민 인권개선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이한별 소장은 90년대 경험한 고난의 행군으로 탈북을 결심한 뒤 남한에 정착했다. 이어 신앙의 자유를 누리게 된 그녀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을 알고 신앙생활을 시작했다고 한다. 2020년 3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총회 GMS(총회세계선교회) 탈북여성 1호 선교사가 되기도 했다. 본지는 최근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에 임명된 이한별 소장과 북한인권 개선, 통일을 위한 한국교회의 역할 등을 두고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이 소장과의 일문일답.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에 임명되셨다. 소감은?

“약 10년 동안 북한인권 문제 개선을 위해 노력해 왔다. 그동안 수많은 탈북민들이 대한민국에 입국해 살고 있다. 3만 4천 명의 탈북민들도 이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더 행복하고 잘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원으로서 더욱 책임감을 갖고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인권문제의 개선과 피해자들의 권리 보호를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 탈북민을 포함하여 장애인, 아동 그리고 여성의 인권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소장님은 탈북민 출신이시다. 어떻게 탈북을 결심하셨고, 탈북 과정은 어떠하셨는지 궁금하다.

“북한 땅에서는 자유가 없었다. 늘 사상을 강요당하고 살아왔다. 친할아버지도 6.25 전쟁 시기 월남해 북한 당국으로부터 월남자 집안으로 낙인찍힌 데다,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가 중국에서 귀화해 출신 성분이 좋지 않았다. 그러던 중 김일성 사망 이후 북한에서는 1995년부터 ‘고난의 행군’이 시작됐다. 어머니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목숨을 걸고 두만강을 건너 중국에 있는 친척집에 찾아가 도움을 받아오곤 했다.

그러다 함흥에서 군인인지 안전원인지 권총을 잃어버리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북한 당국이) 그 누명을 어머니에게 뒤집어씌우려 하자 어머니와 목숨을 건 탈북을 하게 됐다. 당시 저는 수돗물 소독이 안 돼 ‘파라티브스’라는 병에 걸려 고열이 42도까지 나는 상황에서 탈북했다. 장마철에 불어난 두만강을 건너면서 물살에 떠내려가 죽을 뻔하기도 했다. 중국 공안에 잡힐 뻔한 적도 있었으나 전후 납북자 가족들의 도움으로 대한민국까지 무사히 올 수 있었다.”

-이 소장님은 오빠가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되어 현재까지 생존 여부를 모른다고 알려졌다. 북한 당국과 남한 정부, 전 세계에 호소하실 내용이 있으시다면?

“오빠 이세일(1977년생)의 생존확인을 위해 유엔 강제실종 실무그룹(WGEID)에 진정을 낸 바가 있다. 북한으로부터 답변이 짤막하게 왔으나 거의 답변을 거절하는 수준이었다. 북한을 음해할 목적으로 묻는 질문에 답변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이제는 좀 더 구체적인 북한의 답변을 듣기 위해 유엔 자의적 구금에 관한 실무그룹(WGAD)에 청원을 하고자 한다. 그리고 동시에 대한민국 정부와 국제사회에 오빠의 인권문제와 생사확인을 지속적으로 북한에 촉구하는 노력을 기울이고자 한다.”

-그간 국가인권위원회가 북한인권, 남한 내 탈북민 인권에 대해 적극적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어떻게 보나?

“그동안 보수 정권일 때는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다가, 정권이 바뀌면 완전히 무관심하거나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지 못한 면들이 많이 있었다. 북한인권법 제2조에 따르면 북한 주민의 인권증진을 국가적 책무로 규정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북한인권 문제를 정부와 정당의 눈치를 보지 않고 준독립기관으로서 역할을 바로 해야 한다. 또한 북한인권 문제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이며, 유엔과 같은 국제기구가 매년 다루는 인권 문제이므로 국가가 올바로 다룰 수 있도록 권고해야 한다고 본다.”

-북한인권 침해 요소 가운데 특별히 목소리 내실 부분이 있는지?

“사실 아직도 국가인권위원회 내부에선 북한인권 문제와 탈북민의 정착 과정에서의 피해 구제에 관한 목소리는 작다. 향후 북한인권의 책임규명을 위해 대한민국 정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권고하는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북한인권의 침해 실태조사를 정부가 하고 있으나, 그 이후 행동방향에 관해 어떤 조치를 해야 할지를 검토할 계획이다.”

-북한과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정책이 풀리면서 중국에 억류 중인 수천 명의 탈북민이 북송될 위기에 처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를 막기 위해 정부와 북한인권 NGO 단체 등이 어떤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보는지?

“지난 5월에 국가인권위원장의 성명으로 대한민국 정부가 중국의 탈북자 강제북송 중지를 위해 개입하고 노력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권고만으로는 부족하다. 대한민국 외교부가 이 문제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중국 정부와 협상에 임해야 한다. 탈북자들은 국제협약 ‘농르풀르망(principle of nonrefoulement)’ 원칙에 따라 난민이기에 중국이 이를 수용할 수 있도록 촉구해야 한다. 그리고 민간단체가 할 수 없는 국제외교의 문제를 정부가 나서서 유엔난민기구와 국제기구와 함께 개선 노력을 기울일 수 있도록 할 것이다.”

NKDB, 美 의회-행정부 중국위원회 (CECC)에  중국 내 거주 탈북민 실태 알려 …
2022년 10월 중국 길림성 화룡시 화룡변방대 위성사진. 북한인권정보센터(NKDB)는 지난달 13일(현지시각) 미 의회 산하 초당적 협의체인 의회·행정부 중국위원회(CECC)에서 “위성사진 분석 결과 중국 수감시설에 구금된 북한이탈주민은 약 2000명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NK NEWS 제공

-중국이나 북한 등지에서 탈북민 구출사역을 담당하는 NGO 단체들도 있다. 이들에 대한 국가적 지원 방안에 대해 생각하신 바가 있는지?

“저희 북한인권증진센터도 중국 내 탈북여성들을 그동안 구출해왔다. 올해 4월부터 7월 11일까지 인신매매 피해 탈북여성 5명을 구출했다. 2017년부터 현재까지 32명의 중국 내 인신매매 피해 탈북여성과 아동을 구출했다. 하지만 민간단체의 역량만으로 구출비를 마련하는 데 한계가 있다. 코로나 이후 구출비용이 10배로 증가하여 어려움이 많다.

탈북자 구출은 중국에서 강제북송될 경우 이들이 겪을 끔찍한 인권침해를 방지하는,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매우 중요한 과제라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중국 내 탈북여성들이 겪는 인권침해 실태는 끔찍하다. 여성들이 납치되어 성폭행을 겪거나 인신매매로 팔려가 원치 않는 삶을 산다.

지난 2016년에 제정된 북한인권법에 따라 중국 및 제3국에 있는 탈북민들의 인권보호와 인권개선을 위해 구출과 구호활동을 국가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본다. 그러기 위해선 아직도 설립되지 않은 북한인권재단이 세워져야 한다. 그러나 아직 재단이사가 모두 추천되지 않아서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현재 통일부 북한인권증진위원회의 역량으로는 탈북민 구출과 보호문제를 풀 수가 없다고 본다. 조속히 북한인권재단이 가동되어야 실제적인 북한인권개선과 탈북민 보호를 위한 시민단체의 역할이 많아질 것이라고 본다.”

-한국 내 많은 탈북민이 있다. 탈북민 인권에서 가장 개선돼야 할 부분이 무엇이고, 이를 위해 인권위에서 어떤 목소리를 내실 계획이신가?

“탈북민들이 직장에서 겪는 차별이나 괴롭힘, 성희롱과 같은 부분에서 취약하다. 또 한국에서 성폭행을 경험한 탈북여성이 약 25%에 해당한다. 탈북민 미혼모 가정의 지원을 비롯해, 법률적 이해가 부족한 부분도 많이 있어 피해가 많다. 따라서 탈북민들에 대한 법률적 지원도 필요하다.”

-이 소장님은 기독교 신앙인이기도 하신데, 어떻게 신앙을 가지게 되었나?

“친할머니가 그루터기 신자셨지만, 북한에서는 기독교인들을 관리소로 알려진 정치범수용소로 잡아간다. 그래서 부모님으로부터 신앙교육을 받지 못하다가 막연하게 혼자서 기도를 했다. 다만 아빠가 신을 믿고 계시다는 것은 눈치챌 수 있었다. 한국에 와서 교회에 다니면서 예수님이 우리 죄를 대속하기 위해 십자가를 지셨던 구속사를 알게 되면서 인격적으로 예수님을 만났다. 그리고 점진적으로 신앙이 자리기 시작했다. 교회에서 중등부 교사로도 섬기고 2020년 3월에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총회 GMS(총회세계선교회) 탈북여성 1호 선교사가 됐다.”

-현재 북한에선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국경 봉쇄, 홍수 등 자연재해 등으로 발생한 작황 감소로 인해 식량난 악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현재 윤석열 정부 하에서 형성된 남북 관계에서 소장님께서 생각하시는 효과적인 대북 인도적 지원 방법론이 있다면?

“현재 유엔에서는 대북인도적 지원에 대해 대북제재와 관계 없이 취약계층인 유아, 아동, 장애인, 노약자 등을 위한 지원은 허용한다. 그러나 북한이 코로나19 팬데믹을 이유로 국경봉쇄와 외국인의 입국을 거절하고 있다. 심지어 국제사회의 코로나 방역 물품도 거절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대북 인도적 지원 시도가 있었으나 북한이 거부했다.

윤석열 정부는 현재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중지하고 국제사회와 대화의 장으로 나오고 대북제재가 풀리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북한 정권은 모든 대화의 가능성을 닫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 윤석열 정부가 기울여야 할 과제는 북한에 억류된 대한민국 국민(선교사)들의 석방과 송환 노력 문제, 중국에 억류돼 강제북송 위기에 처한 탈북민 문제 등을 해결하는 것이다. 북·중 국경이 열리면 중국 내 탈북민들을 북한으로 송환할 것이라는 문제는 현재 매우 심각한 위기상황이라고 본다. 이 문제가 먼저 해결되지 않고선, 남북관계 유지와 인도적 지원을 하기란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북한인권 개선과 대북 인도적 지원은 동시에 가능한가?

“인권의 영역은 자유권과 사회권 개선이라는 두 가지 영역이 있다. 북한인권 문제 가운데 자유권 부분에서 북한 주민의 참혹한 인권침해 문제가 있다. 사회권에서는 북한 주민들의 삶과 직결된 식량과 건강, 교육, 복지, 환경 등의 생존권 문제를 포함하고 있다. 북한의 자유권 개선의 문제는 민관이 국제사회와 함께 노력하면서 풀어가야 한다. 사회권 개선의 인도적 지원 문제는 남북 당사자 간에 협상과 대화로 풀어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북한의 지속되는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및 봉쇄 정책은 국제사회와 우리 정부의 대북인도적 지원에 대한 태도를 바꾸게 한다. 북한이 태도를 바꾼다면 향후에도 북한인권 개선과 대북 인도적 지원은 투-트랙으로 가능하다고 본다.”

-북한 주민의 민주화로 인한 북한 정권의 붕괴에 따른 흡수 통일론도 있는데, 현실적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지?

“북한의 통제시스템상 북한 주민에 의한 민주화 투쟁으로 북한 정권이 붕괴되기는 쉽지 않다. 그리고 현재의 남북관계의 상황상 흡수통일도 쉽지 않을 뿐더러 가능하지도 않다. 다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비를 해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국제사회 분단국의 현실적 사례를 보면 점진적 통일보다는 급진적 또는 흡수통일 방식으로 통일이 이뤄졌다. 현실적으로 어떤 시기가 오든지 어떤 상황에서도 통일의 가능성이 온다면 혼란이나 무질서를 최소화해 통일을 맞이할 수 있도록 준비를 갖춰야 한다.”

-반대로 남북간 화해 협력에 따른 통일 모델도 제시된다. 실현 가능성이 있는가?

“한반도에서 전쟁의 위협이 사라지고 평화적 대화와 교류가 조성되려면 북한이 변해야 통일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이 미사일이나 대륙간 탄도미사일, 핵무기 개발에 대한 유엔 결의안을 위반하고, 국제사회의 협력을 거부한다면 대북제재가 지속될 것이라고 본다.

문제는 북한 정권의 개선 의지가 있는지에 대한 여부다. 북한 정권이 남북화해에 대한 진실함 없이 핵무기 개발에만 몰두한다면, 일시적인 화해는 가식적이고 가짜 평화일 수밖에 없다. 북한과 남한에서 모두 살아본 당사자로서 현실적으로 북한 정권의 개혁과 변화에 대한 의지가 없이는, 남북화해와 평화적 통일은 실현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고 본다.”

-독일통일 모델이 현재 대한민국 분단 상황에 적용될 수 있는가?

“독일통일의 조건에는 교회의 노력과 주변국가의 협력이 있었다. 그리고 동독인들의 투쟁이 있었다. 그러나 독일의 통일과정을 한반도 통일의 문제와 비교·적용하는 것은 무리이다. 예를 들면 동독교회가 자발적으로 신앙의 자유 확보 및 정치범수용소 철폐를 촉구했을 때, 서독교회가 함께 노력하고 협력했다.

그러나 북한의 기독교인이나 주민들은 민주화와 자유를 위해 외칠 수도 없고 모일 수 없는 통제사회에 살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교회가 그 상황을 얼마나 이해하고 북한인권 개선과 자유를 위해 나서고 있는가. 따라서 독일식 통일모델은 이론적으로 참조할 수 있는 부분은 있다. 하지만 남북분단 상황에 적용하는 것은 고려해야 할 것이 많다고 본다.”

-독일통일의 발화점은 서독 개신교회가 동독에서 개최한 성 니콜라이 기도회였다. 한국교회의 통일의 발화점 역할은 무엇이 있다고 보는지?

“니콜라이 교회의 월요기도회와 광장기도회로 인해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다. 동독의 한 교회에서 열린 소수의 기도회가 감시 하에 9년간 지속됐다. (그러나) 위에서 밝힌 것처럼 북한에서는 감시제도에 의해 소수가 모일 수가 없다. 그래서 북한의 통제사회와 구조가 바뀌도록 촉구해야 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인권문제가 개선될 수 있도록 한국교회가 기도하고 노력해야 한다.

우선 한국교회에서 통일의 발화점이 시작되려면 북한에 억류된 한국인 석방, 국군포로, 납북자, 이산가족 상봉, 정치범 석방 등에 북한 당국이 적극 임할 수 있도록 한국교회가 기도해야 한다. 또 정부와 북한인권 관련 시민사회단체들이 국제사회와 함께 노력을 기울일 수 있도록 기도해야 한다.”

-끝으로 더 하실 말씀이 있다면?

“중국에서 인권사각 지대에 있는 인신매매 피해 탈북여성과 아동들을 구출하는 일에 한국교회가 적극 나서 동참했으면 좋겠다. 또 북·중 국경이 열리면 강제북송 위기에 처한 2000여 명의 중국 내 구금시설에 갇혀있는 탈북민들을 석방할 수 있도록 기도가 절실히 필요하다. 하나님이 원하시는 통일이 한반도에 오려면 이사야 58장 6절의 말씀 ‘내가 기뻐하는 금식은 흉악의 결박을 풀어주며 멍에의 줄을 끌러주며 압제 당하는 자를 자유하게 하며 모든 멍에를 꺾는 것이 아니겠느냐’처럼 북한 주민들의 인권이 개선되고, 그들을 자유케 하는 일에 우리가 앞장서야 남북의 진정한 평화통일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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