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변증전도세미나
발제자인 이민형 교수가 강의하고 있다. ©이상진 기자

한국 교계에서는 특별히 코로나로 인해 교인들의 이탈 속에서 ‘세상과의 소통’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교회가 대중문화를 어떻게 볼 것이며, 무엇을 차용할 것인가’의 문제와 더 근본적으로는 ‘교회와 세상 문화와의 관계 설정’의 문제에 대한 논의가 지속돼 왔다.

그 과정 속에서 많은 교회들은 대중문화를 급속도로 받아들이며, 무비판적으로 차용하는 모습 또한 보이는 가운데 대안신학공동체를 지향하는 ‘청년신학아카데미’(공동대표 오형국·문지웅 목사)가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문화변증전도세미나’를 지난 12일 남서울교회(담임 화종부 목사)에서 개최했다.

발제자 이민형 교수는 교회사역에서 ‘대중문화의 무분별한 차용’과 ‘종교 소비주의적 행태’, 그리고 그 이론적 배경으로 ‘교회와 문화의 관계 설정’의 문제를 다뤘다. 그는 특별히 이번 강의에서 ‘대중매체 패러디 전도매체’에 대한 ‘문화선교’적 접근과 ‘패러디’에 관한 '철학적·미학적 분석'을 시도했다.

이 교수는 한 예로 청소년 사역단체 내지는 교회 청소년부에서 사용하는 일부 전도매체를 보여주며 문제제기를 했다. 대중문화를 활용해서 만든 이 전도매체에 대해 “복음을 피상적으로 만들고 결과적으로 그 핵심을 변질, 내지 파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 이유를 설명하며 그의 ‘분석과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유명한 대중문화 컨텐츠를 차용하는 전도 매체들이 많이 등장한다. 이런 전도 매체는 대중문화를 ‘패러디’하므로 온라인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된다. 전도 매체를 창작한 교회 내부에서 교인들 간에 재미를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문제가 안 된다”며 “이런 것이 이해가 없는 교회 외부의 사람들에게 노출되고 유통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한다. 그는 “전도의 차원에서 복음의 의미가 희석, 퇴화, 변질의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문화변증세미나-전도매체
청소년부를 중심으로한 교회들의 사역에 대중문화 차용이 빈번히 있다. 위는 영화 포스터를 응용한 전도매체의 예들 ©이상진 기자

이 교수는 이런 교회의 ‘대중문화 오·남용’ 문제의 전제로 '잘못된 문화선교학적 이해'와 '종교 소비주의'를 꼽았다.

이 교수는 ‘기독교와 대중문화의 교차점’에 대해 3가지 모델을 소개했다. 첫째는 대중문화를 강력히 거부하는 ‘배타적 모델’. 둘째, 대중문화를 복음으로 정복하자는 ‘정복자 모델’. 셋째, 대중문화를 비평적 관점에서 맥락과 의미를 파악하고 기독교적 방식으로 풀어내는 ‘비평-재해석 모델’ 등이다.

특히, 2번째 ‘정복자’ 모델은 교회가 대중문화를 정복의 대상으로 보는 형태이다. ‘복음의 전달의 도구’로서 문화가 아닌, ‘정복의 대상’으로 문화를 접근하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에 대해 “잘못하면 폐쇄적인 문화적 ‘기독교 왕국’(Christendom)을 만드는 접근이 될 수 있다”고 비판하며, 자신은 “세 번째인 ‘비평-재해석 모델’”의 접근에서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교계가 문화를 폐쇄적인 ‘기독교적 사고’로 재단하는 문제가 있다”며 “문화와 종교의 문해력을 키우는 공부가 필요하다. 교리와 신학은 있지만 사회적 맥락에서 기독교를 읽는 것이 숙제”라며 ‘비평-재해석 모델’이라는 자신의 입장에서 설명했다.

이 교수는 ‘사회적 맥락을 읽는 사역의 예’로 한 사역을 소개했다. 이 교수의 수업에 참여했던 학생의 전도사역의 예로, 이들은 늦은 밤 홍대 클럽에서 유흥을 즐기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전도를 행했다. 통상적인 교회와 선교단체의 전도로는 그곳에서 기도하며 볼펜 내지는 유인물을 나눠주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학생이 속한 전도팀은 그들에게 ‘숙취해소제’를 나눠줬다. 뉴스에서 보이듯 약을 탄 술을 먹여 여성을 성폭행하는 사건 같은 것들을 인식한 행동이다. 또한 새벽 2시 쯤 다시 그 장소로 돌아갔다. 유흥을 마친 청년들의 ‘안전 귀가’를 도왔다. 이는 교회가 사람들을 섬기고 선한 영향력을 보이며 이를 세상과의 ‘소통의 장’으로 삼은 예로 제시했다. 이 교수가 주장하는 사회적 맥락을 읽는 접근의 한 예이다.

이 교수는 “문화는 별과 같다. 즉 핵이 있다. 그 핵이 여러 가지 물질을 중력으로 잡아당긴다. 그러나 외피는 변화가 있을 수 있다. 본질(복음)을 이어가고 형식(사회적 맥락)은 다양하게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한국교회는 ‘자기 구원’에만 너무 함몰됐다. 우리는 세상으로 나가야 한다. ‘상생, 환경, 정의, 평화’ 등 사회의 영역들을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교계의 상업화된 ‘종교 소비주의’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교회가 상품 마케팅과 세일즈맨들의 훈련에 노력을 들일수록 전략적이고, 기술적인 기독교 문화가 발달한다”며 “기술발전에 의한 매력적인 컨텐츠를 만들어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 위한 시도들이 계속된다. 또 신자들은 교회를 마치 쇼핑하는 것처럼 영성을 소비한다. 이것은 문화이론을 굉장히 ‘실용주의적’으로 적용한 결과, 교회 사역이 굉장히 ‘상업주의적’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비판하며 “이것은 점점 전도가 어려워지는 90년대 교회의 시대적 배경과 맞물리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부적절한 전도매체 활용’와 관련해 ‘철학적·미학적 분석’을 시도했다. 우선 ‘미학적 분석’으로 ‘패러디’(Parody)와 ‘패스티쉬’(Pastiche)라는 개념을 소개했다.

그는 “패러디는 대중적으로는 익숙한 것을 소재로 사용하지만 원작과 일정한 차이가 나타난다. 이를 통해 패러디의 주체가 자신의 의미를 재생산하는 것이 핵심인데 반해 ‘패스티쉬’는 이질적인 것이 서로 혼합된 상태를 말하며, 오늘날에는 ‘긁어모으는 것’, ‘발췌’라는 뜻으로 사용된다. 우리나라 말로는 ‘혼성 모방’이라고 번역된다. 패스티쉬는 눈길을 끌며 재미는 있는데 특별한 새로운 해석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문화변증세미나
패러디의 예:왼쪽은 모나리자 원작, 오른쪽은 스페인 화가 마르셸 뒤샹의 패러디. 그가 활동하던 당시 프랑스 부르주아 계급의 사람들이 과시적 혹은 맹목적으로 예술을 향유하는 한 형태로 루브르 박물관을 왕래했다. 그는 루브르의 대표적 작품인 모나리자를 풍자하여 프랑스의 브루주아들을 풍자했다. ©이민형 교수 제공

이어 ‘패스티쉬’에 대해 ‘프레드릭 제임스’(Frederic James)의 말을 인용하여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의 두드러진 특징으로 다른 작품들의 일부 혹은 전부를 차용하여 혼합하는 패스티쉬는 ‘깊이가 없는, 공허한’ 패러디이며, 메시지가 없다”고 평가했다.

문화변증세미나
페스티쉬의 예: 왼쪽은 모나리자 원작이며 오른쪽은 이에 대한 페스티쉬 작품이다. 이는 특별한 메시지가 없이 기존이 작품에 피상적으로 유용하는 방식이다. ©이민형 교수

그는 ‘철학적 분석’으로 프랑스의 철학자 ‘장보드리야르’(Jean Bodriyard)의 개념 ‘시뮬라크르(simulacre)와 시뮬라시옹’(simulation)이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설명했다. “현대 사회는 미디어의 막대한 영향 아래 생성된 이미지들을 사고 파는 소비자본주의 사회이며 미디어를 통해 만들어진 가상의 이미지는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가 실재를 대신한다. 복제된 이미지가 가득한 문화 속에 사는 현대의 인류는 자신들이 실제로 인식하고 있는 모든 사실은 실재를 대체하고 있는 복제품, 즉 ‘시뮬라크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그들은 이미지를 즐기고, 느끼며, 욕망하고, 소비한다. 그들은 ‘시뮬라크르’의 지배 아래 살아간다.”

이 교수는 “소비자본주의의 영향으로 가상의 공간에서 생성된 이미지는 실제가 아닌 가상"이라며 "대표적인 것이 SNS이다. SNS상의 이미지는 모두 행복해 보인다. 그러나 그것은 실제의 ‘나’가 아니다. 그 이면에 감춰진 갈등, 등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패스티쉬적 전도매체’들에 대해 “기독교 복음의 근원적 의미를 ‘내파’(內破)하는 행위와 같다. ‘시뮬라크르’ 이미지들에는 복음의 언어와 내용이 들어가 있지 않다. 그것은 그저 흥미로운 이미지와 영상으로 재현된 복음으로, ‘가상-파생적 복음’”이라고 비판했다.

웨스터민스터대학의 김선일 교수(실천신학)의 논찬에서 “비판적으로 볼 문제이다. 앞으로 이런 대중문화에 대한 비판적 담론을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그동안 교회가 대중문화를 차용하는 것을 보며 재미있었다. 그런데 이에 대해 어떻게 진단하고, 이해해야 할지에 있어서 막연한 부분이 있었다. 그 부분을 정확히 지적했다”고 했다.

이어 “문화전도라는 측면에서 복음은 '고유한 이야기'가 있다. 문화는 단순히 도구만이 아니라 가치관, 정체성, 신념을 형성하는 것이기에 복음전도는 문화의 대면과 변혁이 일어나야 한다”며 “근본적으로 기독교 전도는 회개가 일어나야 한다. 그런데 현대의 문화전도는 회개가 일어날 수 없는 구조이다. ‘문화선교’가 그저 도구적으로 의미로 전락했는데 비판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미국에서 무슬림들과 교제하면서 그들에게 '기독교의 이미지'를 물어본 적이 있다. 이들이 기독교에 대한 이미지는 ‘세속적’이었다. 상업적이고 세속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기독교는 폐쇄적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외부의 시선은 좀 다르다”고 했다.

이어 “메노나이트나 아미쉬처럼 규범적이고 자신의 고유한 가치를 가지는 집단들이 성장한다. 성장주의를 추구하자는 것은 아니다. 요즘 목회적 접근은 교회 문턱을 낮게 하는 것인데 이것이 과연 ‘교회의 진지한 신학을 만들어 가고 있는가’ 고민된다”고 말했다.

한편, 발제자 이민형 교수는 미국 보스턴 대학에서 실천신학(Ph.D)를 공부했다. 기독교 문화, 미디어, 그리고 전도와 선교를 연구주제로 삼아 활동하고 있으며 성결대학교에서 기독교 교양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는 ‘통계로 보는 한국 사회 그리고 한국 교회’(공저), ‘지구정원사 가치 사전’(공저), ‘대중문화와 영성’(공저), ‘메타버스 시대의 신학과 목회’(공저), ‘21세기 이후의 기독교 교양’(공저), ‘코로나 19와 한국 교회의 사회인식’(공저) 등이 있다.

논찬자 김선일 교수는 미국 퓰러신학교에서 회심과 전도를 연구하여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캠퍼스 사역과 교회 목회를 거쳐 웨스트민스터대학원 대학교의 실천신학 및 선교와 문하 담당교수로 재직중이다. 저서로는 ‘전도의 유산’, ‘한국 기독교의 성장 내러티브’, ‘모든 사람을 위한 가족전도’, ‘교회를 선택한 사람들’(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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