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요환 목사
김요환 목사

최근 젊은 사역자들을 질책하는 내용 중 다음과 같은 내용이 열거된 것들을 접했습니다.

1) 사례금만 밝히고 헌신하려 하지 않는다.
2) 지방에는 가려 하지 않고 수도권 쪽에서만 사역하려고 한다.
3) 과거 선배들처럼 묵묵히 희생하려 하지 않고 누리려고만 한다.

위와 같은 비판의 목소리는 불성실하고 게으른 사역자들에게 합당한 훈계가 될지 모릅니다. 그러나 위 내용은 대부분의 사역자에게는 조금도 해당하지 않는 내용입니다. 지금 교계 현실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과거의 목회 방식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면 큰 문제가 발생합니다. 지금 시대는 치솟는 물가와 불안한 경기 때문에 성도들과 부교역자들이 생계 자체가 큰 부담으로 다가오는 실정입니다.

특히 어떤 교회들은 젊은 사역자들을 부교역자로 채용해서 새벽부터 저녁 늦게까지 노예 부리듯 사용하는 행태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이 받는 사례는 월 200만 원도 안 되는 금액인 경우를 심심치 않게 봅니다.

과연 이런 교회의 담임목사들은 부교역자를 동역자로 생각할까요? 노예로 생각할까요?

대부분 사역자들은 학부를 졸업하고 대학원 석사까지 마친 후 강도사 시험 내지는 수련목 시험을 거쳐서 부교역자가 됩니다. 이들이 신학 공부를 위해 들인 시간과 과정은 족히 10년 이상 됩니다. 이런 고스펙자들을 차량운전기사, 방송실 음향 조율사, 청소, 담임목사 비서 등의 노동으로 부리고, 말씀연구와 설교준비 할 시간을 전혀 주지 않는다면, 그 피해는 결국 누가 받을까요? 그 최종적인 피해는 결국 성도들이 받게 됩니다. 만일 이들 사역자가 과중한 업무로 준비되지 않은 설교했을 경우, 성도들은 수준 낮은 설교를 들으며 영적인 갈급함을 경험하게 됩니다.

기성 목회자들이 과거에 헌신했던 것은 틀림없고, 그들을 존중해야 하는 것은 전적으로 옳습니다. 그러나 자신들이 과거에 부조리함을 경험했다고 해서, 요즘 젊은 사역자들도 그 부조리함을 겪어야 한다는 것은 신앙적이지도 않고 상식적이지도 않습니다. 과거 비상식적인 행태에 어려움을 겪고 그와 같은 부조리함을 똑같이 후배 사역자들에게 강요하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모습입니다.

외람된 이야기지만, 현실에서 교인 수 400-500명만 되어도 담임자는 고급 세단을 타고 월 500만 원 이상의 사례금을 받습니다. 그리고 사실상 뒤에서 전적으로 헌신하고 있는 부교역자들과 파트사역자들은 최저임금보다 못하는 사례를 지불합니다. 사택도 거의 제공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은 결코 당연한 상황이 아닙니다. 이런 상황이 언제부턴가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기 시작되었는데, 이것은 매우 잘못된 교계 분위기입니다.

대부분 사역자들은 사대보험의 대상자도 안되어서 아내 이름으로 대출받아, 임대주택에서 살아갑니다. 그리고 그 대출 이자 갚아가면서 힘겹게 자녀 양육합니다. 이런 이들에게 ‘성도들은 더 힘들다’라고 고압적인 자세로 가르치는 선배 목사님들의 폭언은 지금도 간신히 버티고 있는 이들에게 큰 상처로 다가옵니다.

세상에서 대학원까지 나온 석사들이 월 200만 원 이하의 월급으로 직장 생활하는 경우를 볼 수 있나요? 지금 젊은 사역자들은 교회이기에 오직 믿음과 소명만으로 이런 불합리함을 버티는 사람들입니다. 이런 교계 실정에서 그나마 생계를 위해 조금 더 사례가 높은 사역지를 찾는다고 돈 밝히는 사역자로 매도할 수 있을까요?

한해에 총회장, 감독 선거로 치르는 비용과 각종 교계 행사로 뿌려지는 돈들, 그리고 거마비 등의 명목으로 성도들을 착취해가는 기성 기득권 일부 목회자들이 과연 부교역자들에게 헌신과 봉사를 말할 자격이 있을까요?

사역자들이 사역지의 환경을 따지고 소명에 순종하지 않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인 문제로 혹은 개인의 비전에 대한 것을 타인에게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또한 지방에 있어도 복음적이고 매력적인 교회라면 사람들이 몰리듯이 사역자들이 수도권에만 있는 것을 두고 무조건 비난만 할 일은 아닙니다.

더군다나 정말 후배 교역자들을 동역자로 생각한다면, 그들에게 기능적인 희생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설교의 기회를 주고 목회를 가르쳐주며 진심 어린 조언을 해주어야 합니다. 일방적으로 노역을 강요하면서 적은 페이를 정당화하고 신앙의 이름으로 사람을 착취하는 행태는 명백하게 악한 행동입니다.

내가 부당한 행동을 겪었다는 이유로 교회를 비난하거나 신앙을 저버리는 사역자들의 모습은 결코 옳지 못하지만, 그들이 그렇게 되기까지의 과정과 현실은 참혹합니다. 목회자 진급 과정에서 지불하는 응시료, 논문 심사비, 등록비 등등은 젊은 사역자들에게 과중한 부담입니다. 또한 각종 은급비, 회비 등도 목회자들의 형편을 어렵게 만듭니다.

이 땅에 수많은 담임 목사님들께서 오직 성도와 교회만을 바라보며 묵묵히 순종하는 후배 동역자들을 제발 노예로 생각하지 말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그들을 동역자로 여길 때 한없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그 젊은 사역자들이 어느 순간 감화되어 자발적 순종과 존경의 마음을 가지게 됩니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당신들과 함께 동역하고, 당신들 뒤에서 묵묵히 희생하는 그 젊은 사역자들이 바로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입니다.

이런 불합리한 교계 현실에서도 부교역자로, 선교사로, 개교회 목회자로 묵묵히 사역을 인내로 감당하는 목사님들은 용기 잃지 않기를 부탁드립니다. 또한 내가 비판하는 그 기성교회 목회자의 모습으로 나는 변하지 않도록 늘 초심을 유지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존경할 부분은 존경하고, 인정할 부분은 인정하되 불법과 부조리에는 저항할 수 있어야 진정한 의미에서 신앙입니다. 무조건적 복종과 강요는 신앙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가스라이팅입니다. 이것을 잘 분별하여, 먼 훗날 지금의 젊은 사역자들이 그들의 후배 사역자들을 대할 때에는 노예가 아니라 동역자로 대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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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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