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만 목사
안병만 목사

지난주 토요일(2022년 11월 19일) 인천에 소재한 예일교회에서 ‘천환 목사의 은퇴식과 원로목사 추대 감사예배’가 열렸다. 내 친구 천환 목사의 은퇴식은 시종 은혜와 감동의 연속이었다.

예배 중에 성가대가 ‘은혜’라는 곡을 찬양할 때 그의 38년 7개월 사역의 일정을 동영상으로 엮어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목회자로서 전도사 시절부터 지금까지 걸어온 길, 즉 빈촌에 교회를 개척할 당시의 모습과 성장하는 과정 그리고 예배당을 세 번 옮기면서 신축하는 사진, 열정적으로 설교하는 모습, 선교지에 가서 말씀 전하는 사역, 특히 고려측과 고신측이 2015년에 하나가 되는 일에 산파 역할을 한 총회 사진은 그 자리에 참석한 동역자들과 성도들에게 큰 감동과 울림이 있었다.

필자는 동역자며 같은 연배의 동기로서 그 어떤 사역의 모습보다 부부가 두 손을 꼭 잡고 대나무 숲이 가득한 길로 걸어가는 마지막 장면의 뒤태가 너무 보기 좋았다. 그 모습은 석양에 지는 해처럼 내 마음에 상당히 많은 여운을 남기면서 영욕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지금까지 힘있게 달려온 고난과 험악한 세월을 뒤로하고 부르심에 합당한 삶을 살아온 종을 기다리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향한 천국으로의 힘찬 소망의 발걸음이었기 때문이리라. 나도 몇 년 후 퇴임하는 날 동일하게 아내와 두 손 잡고 건강하게 그 길을 가야 하리라는 다짐이 있었다.

그날 은퇴식과 원로목사 추대 감사예배는 감동과 영광이 온 교회와 청중 가운데 가득 찼었다. 마치 시내산에 올라간 모세와 여호수아가 하나님을 보면서 느꼈던 영광이라고 할까? 일주일이 지나가는 이 순간에도 그 벅찬 감동이 가시지를 않는다. 왜 그럴까를 생각해 보니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궁극적으로는 하나님의 은혜로 인한 것이지만 분명한 이유가 있음이 확실하다.

먼저 신학교를 다니면서 개척한 교회를 38년하고도 7개월을 한결같은 마음으로 충성되이 달려온 그의 발자취 때문이다. 40여 년이면 강산이 4번 바뀌는 긴긴 세월임에도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이 완주하여 골인 지점에 도달했으니 그 누가 인정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교회 개척의 삽을 뜬 목회자도 교회가 어느 정도 성장을 하고 큰 교회에서 청빙을 받으면 다른 교회로 옮기는 것이 상식이고 이런저런 이유로 중도 불명예 퇴임도 간혹 하는데 그는 한 우물을 파서 시작과 끝이 시종여일하여 그 우직함과 진실함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한 교회 사역에만 매달리지 않고 하나님의 나라 대의를 위해서 연합활동과 선교사 파송 등 앞장서서 선한 일에 열심을 내면서 많은 결실을 얻었기 때문이다. 한 목회자가 가지고 있는 역량이 한계가 있는데 천 목사는 그 한계를 뛰어넘어 초인과 같이 활동하여 나무의 열매처럼 그 결실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또한 ‘크리스천투데이’의 회장으로 복음적인 언론의 정론을 펴 한국교회의 가름대가 된 것은 큰 업적이 아닐 수 없다.

예일교회 천 환 목사 김억수 목사
예일교회 천 환 목사 은퇴 및 원로목사 추대, 김억수 목사 위임 감사예배 주요 순서자들이 기념촬영을 하던 모습. ©기독일보 DB
특히 2015년 우리 고신교단과 40여 년 나누어져 있었던 고려 교단이 아무런 조건 없이 하나 되는 일에 중심적 산파 역할을 했다. 오랫동안 갈라져 서로의 골이 깊이 파인 가운데 성령의 하나 되게 하시려는 마음에 순종함으로 그 누구도 엄두도 못 냈던 통합을 이루어 한국교회와 교단 역사에 큰 획을 긋게 된 것이 모든 이로 하여금 칭송받기에 너무나 합당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의 사역이 건강한 고려 교단 신앙과 개혁신학을 모체로 하여 복음 안에서 하나 되는 일에 네트워크 연대로 폭넓은 관계 중심의 사역은 모든 이에게 귀감이 되었기 때문이다. 한국 장로교단만 해도 명분 없이 수백 개 사분오열되어 있는 가운데 하나로의 통합은 모든 교단에 큰 자극과 도전이 되었다. 이날에 초교파적으로 많은 분이 동영상과 문자로 축하 메시지를 보낸 것과 직접 이 자리에 오셔서 축사한 한교연의 대표(송태섭 목사), 전 총신대 총장(정일웅 교수), 샬롬나비 대표(김영한 박사), 여러 선교단체와 연합기관, 고신교단의 여러 기관이 축하 화환과 감사 그리고 축하 패를 전달한 것으로 보아 연합과 하나 됨의 산파 역할이 충분히 입증되었다.

교단 통합 이후에 39회 동기로서 그의 역할은 7년 동안 교정에서 함께 공부하고 동고동락했던 친구들과 조금도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더 가깝게, 더 친숙하게 허물없이 지낼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성품과 그리스도 안에서 한 형제 됨의 우정 때문이었다. 바울이 빌립보 교회에 쓴 편지 속에 ”너희 안에 이 마음을 품으라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니“(빌 2:5)라는 말씀을 우리말 성경에는 “여러분 안에 이 마음을 품으십시오. 이것은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던 마음이기도 합니다”라고 의역을 했는데 이 내용에 꼭 들어맞은 모습이 더욱 멋지고 행복했다. 그래서 본인이 어떻게 마음을 다하여 축하해 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우정과 따뜻한 사랑을 담은 축하 패를 만들어 전달했다. 주님 나라 갈 때까지 친구로서 동역자로서 오랫동안 두고두고 깊은 관계 가운데 교제를 계속하기 위함이었다.

패에 담은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안병만 목사
이렇게 길다면 긴 세월을 그리스도와 복음을 위해서 헌신한 천환 목사의 퇴임은 나에게 큰 바위 얼굴처럼 큰 감동과 도전이 되었다. ‘나도 친구를 따라 이 길을 가리라’ 다짐해 보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부디 친구 천환 목사의 인생 후반전도 전반전과 같이 능력이 있고, 매사에 영향력을 확대해 가는 사역에 더 크게 쓰임 받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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