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소영(미국 변호사, 세인트폴 세계관 아카데미 대표)
정소영(미국 변호사, 세인트폴 세계관 아카데미 대표)

최근 일어난 이태원 참사는 우리 사회를 또 한 번 큰 슬픔 속으로 몰아넣었다.

핼러윈 축제로 너무 많은 젊은이들이 한꺼번에 좁은 장소에 몰려들었고, 축제 참석자 대부분이 즐겁고 흥분한 상태여서 질서를 유지하기가 힘들었을 것이라고 짐작이 된다. 이유야 어떠하든 천하보다 귀한 생명이 속절없이 사라진 사건에 대해 분노와 애통함이 앞선다. 부디 이 사건이 정치적으로 이용되거나 사회 분열의 씨앗이 되지 않고, 상처를 싸매며 위로하며 마무리되길 바란다.

한편, 사고 뉴스를 접하고, 그 뉴스에 반응하는 많은 사람이 당시 경찰과 관련 부서들의 대응이 적절하지 못했다며 앞으로 사람들이 많이 모일 것 같은 현장에는 경찰병력을 더 투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또한 이러한 사태에 대한 매뉴얼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으니, 이와 관련된 법도 더욱 조밀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물론 책임소재를 파악하고, 잘잘못을 가리고, 향후 이런 사고의 재발을 막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책무이다.

그러나 매번 큰 행사가 진행될 때마다 수많은 경찰이 동원되어야 하고, 법으로 통제되어야 한다면 우리의 자유와 성숙한 시민의식이 설 자리는 어디에 있는가?

지금은 마치 온 국민이 '스스로의 선택과 행동에 대해 도덕적 책임질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존재들이니 제발 국가가 와서 우리 삶의 모든 순간을 보호하고 책임지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 같은 분위기이다. 그렇다면 국가라는 거대한 권력기관이 이러한 분위기와 틈을 타서 국민 개개인의 사생활에 더욱 깊숙이 간섭할 수 있는 합당한 명분과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 진정 우리가 원하는 바일까?

축제를 즐기고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축제 때마다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 경찰들이 진을 치고, 통제하는 것을 보고 싶지는 않다. 그보다는 언제 어디서든 질서를 지킬 줄 알고, 양보하고 기다리며 축제를 즐길 줄 아는 그런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다.

이번 이태원 사고는 젊은이들에게 축제 같은 인생을 의미 있게 살며 제대로 즐기는 법을 가르치지 못한 우리 어른들의 탓이다. 젊은이들에게 자유를 허하자. 단, 진정한 자유를 제대로 누릴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떻게 이들을 가르쳐야 할지 지혜를 모아보자. 더 이상 이런 헛된 죽음으로 가슴 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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