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우 작가
황선우 작가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을 보면서 가장 황당했던 부분은, 이 드라마를 제작한 윤종빈 감독이 영화 <공작>(2018)의 감독이라는 점이다.

조봉행 사건을 모티브로 한 <수리남>에서 실제 조봉행과 아무런 관련 없는 '목사'가 조봉행 캐릭터 전요환(황정민)의 직업인 것까지는 이해했다. 전요환 목사는 정상적인 목사가 아닌 사이비 교주로 봐야 하기에, 마약왕 전요환을 목사로 그린 것이 꼭 목사 혹은 기독교를 비하한 게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윤종빈 감독이 인터뷰에서 말했듯 목사라는 직업이 사람에게 주는 신뢰가 크기에, 실제로 목사 타이틀을 달며 사이비 교주가 된 이들이 사기도 더 쉽게 잘 치고 많은 돈을 버는 것처럼 전요환 캐릭터도 그렇게 그린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가 '수리남'이라는 조그만 나라를 악마화시키며 이 나라에 대한 혐오 감정을 불러일으킨 게 아니냐는 비판에 윤 감독이 침묵하는 것도 이해했다. 드라마 <수리남>은 엄연히 존재했고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 조봉행 사건을 다룬 것이며, 수리남의 지도자 및 대통령으로 40년 가까이 지낸 데시 바우테르서가 조봉행의 친구로서 조봉행의 범죄를 도와준 것 역시 사실이기 때문이다. 데시 바우테르서 또한 마약 밀매 범죄자이며 그 덕분에 조봉행은 수리남에 입국하는 아시아인 명단을 받을 수 있었다. 이를 보면 수리남이라는 나라는 충분히 비판받을 만했다.

그럼에도 <수리남>에 문제가 있는 건 윤종빈 감독의 이중성 때문이다. 그가 2018년에 개봉한 영화 <공작>은 흑금성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수리남>과 비슷하게 실화를 바탕으로 했고, 수리남이라는 나라처럼 가난하고 부패한 북한을 소재로 했다. 그러나 <공작>은 결과적으로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을 옹호하며 북한을 미화했다. 북한보다 훨씬 덜 폐쇄적이고 인권이 있는 수리남은 외교부 장관이 일어날 정도로 비판하면서 북한은 미화하는 걸 보면 황당할 수밖에 없다.

<수리남>의 핵심 소재인 마약만 봐도 그렇다. 수리남도 마약 문제가 정권에서부터 심각하지만, 북한은 정권의 재정을 창출하기 위해 마약을 수출해왔다. 대체 윤종빈 감독은 북한의 무엇을 옹호하고 싶고 수리남의 무엇이 그리 만만했던 걸까.

어떤 의미에서 보면 일관성도 있다. 드라마 <수리남>에서 전요환이 기독교의 겉만 베껴 마약을 이용해 사이비 교주 행세를 하는 건 마치 기독교를 베껴 만든 주체사상과 북한의 3대 세습을 보는 듯하다. 또한, 수리남 정치인이 중국인에 눈치보는 모습과 권력에 조아리며 부패한 모습 등 역시 북한을 보는 듯하다. 북한을 미화하고 수리남을 비판하려 했지만, 정권이 잘못 나아가는 모습에서 결국 수리남이나 북한이나 본질적으로 일관된 부분이 있음을 윤종빈 감독은 스스로 드러냈다.

이러한 일관된 잘못을 해결하는 방법 역시 일관됨을 드라마에서 직접 드러냈다. 미국 DEA(마약단속국)으로 대표되는 미국과의 동맹이 필요하고, 국정원 직원 최창호(박해수)로 대표되는 대한민국의 안보가 철저히 필요함을 보였다. 윤 감독이 2018년에 선보인 영화 <공작>을 이번 드라마 <수리남>으로 뒤엎는 듯하다.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황선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