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제주도를 강타한 뒤 한반도에 상륙해 경남지역과 남해안 일대에 큰 피해를 남기고 소멸됐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 큰 피해를 준 지난 2003년 ‘매미’ 등과 같은 초대형 태풍이 앞으로 더 자주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힌남노’는 나무뿌리가 뽑힐 정도의 강풍과 함께 시간당 100㎜가 넘는 물 폭탄을 몰고 왔다. 부산과 경북 포항 일대엔 한 시간에 110.5㎜에 이르는 기록적인 양의 비가 쏟아지면서 그 어느 때보다 침수 피해가 컸다. 이로 인해 10명이 사망하고 2명이 실종하는 등 안타까운 인명피해도 발생했다.

지난달 중부지방에 쏟아진 집중호우에 이어 초대형 태풍이 한반도를 강타하면서 전국적으로 농가의 피해가 극심할 것으로 보인다. 집중호우에 따른 피해가 채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엎친 데 덮친 격 피해로 추석을 앞둔 농민들의 마음이 타들어 가고 있다.

이번 태풍은 당초 예상대로라면 대만 부근에서 세력을 잃고 사라졌어야 했다. 그러나 부근의 다른 작은 태풍과 세력을 규합해 몸집을 키운 후 북상하는 바람에 우리나라에 막대한 피해를 안겼다. 기상청은 이번 태풍이 사망자 117명, 실종 13명을 기록한 2003년의 ‘매미’에 버금가는 위력을 지녔다고 분석했다.

과거에 태풍은 주로 여름철에 발생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가을 태풍의 빈도가 높아지고 진로도 변화무쌍해지는 특징이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괴물 태풍의 원인이 기후 변화에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후 변화로 바닷물 온도가 상승하면서 태풍의 몸집과 힘을 더욱 키운다는 것이다.

실제로 20년 전에 우리나라를 휩쓴 태풍 ‘루사’와 ‘매미’ 등 대부분의 태풍은 적도에서 가까운 위도 16도 부근에서 발행했다. 이 지점이 주로 태풍이 발생하는 곳으로 학계에 보고돼 있다. 그러나 ‘힌남노’는 다른 태풍보다 10도나 높은 위도에서 발생했다는 특이점이 있다. 이런 현상은 수온이 높아지면서 고위도에서도 태풍이 발생할 조건이 만들어진 것으로 설명될 수 있다.

만약 ‘힌남노’ 같은 초대형 태풍의 생성이 기후 변화에 근거하고 있다면 앞으로 이런 태풍이 연례행사가 될 뿐 아니라 한 해에도 여러 차례 닥칠 수 있다는 얘기여서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기후위기 문제는 인류의 공통 과제로 떠오른 지 오래다. 세계경제포럼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에 의하면 향후 10년간 인류에게 다가올 위험 요인 1위가 기후위기, 2위가 기후위기 대응 실패라고 지적했을 정도다. 다만 세계 각국이 심각성을 인식하면서도 당장 실천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전 세계 과학자들은 당장 인류가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이뤄야 기후 변화 위기에 어느 정도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탄소 중립’이란 실질적인 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그러려면 사람이 매일 매 순간 소비하는 에너지 사용을 당장 중단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니까 대신 탄소를 직접 배출하는 석유·가스 등의 사용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사용함으로써 탄소 배출을 억제하자는 거다.

‘탄소 중립’ 문제는 한국교회에도 먼 남의 얘기가 아니다. 한국교회가 배출하는 탄소가 같은 단위의 면적을 가진 공장이 사용하는 에너지와 비슷하다는 2021년 국토교통부 보고서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한국교회가 정신 바짝 차리고 노력하지 않으면 ‘탄소 배출’ 주범으로 몰릴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런 ‘기후위기’ 문제를 목회 현장에서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 목회자가 과연 얼마나 될까. 교회협은 지난해 5월 소속 9개 교단 이름으로 ‘한국교회 2050 탄소 중립 선언’을 발표하고 올 4월부터 8월까지 전국 교회 40여 곳의 탄소 배출 실태를 조사하는 사업을 진행해 왔다.

여기서 발표한 로드맵에 의하면, 한국교회는 향후 1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현재 대비 50% 줄이고, 204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100% 감축하는 것으로 돼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국제사회가 2050년까지 탄소 배출 감축 목표를 세웠는데 한국교회는 이보다 10년을 앞당기겠다는 게 목표다.

그런데 이런 로드맵이 발표되면서 제기되는 문제가 있다. 당장 실현 가능성 유무를 떠나 한국교회의 적극적인 참여를 위한 노력이 현저히 부족하지 않나 하는 점이다. 교회협 소속 교단 중 예장 통합은 이번 9월 총회에서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기장도 총회에서 로드맵 채택 문제를 다룬다고 한다.

그러나 교회협의 일부 교단 아니 전 소속 교단이 총회에서 결의한다고 한국교회 전체가 따라올까. 어느 정도 문제점은 인식하고 있지만, 우선순위에서는 아직 한참 멀다는 게 솔직한 생각이다.

기후위기는 하나님이 인류에 보내는 경고장과 같다. “생육하고 번성하라”고 주신 지구를 함부로 훼손한 일종의 벌이다. 따라서 한국교회 전체가 심각하게 받아들여 당장 실천에 들어가지 않으면 앞으로 나와 이웃에 어떤 화가 닥칠지 모른다. 보수, 진보를 따질 때가 아니다. 한국교회 전체가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논의하고 이를 각 교회 현장에 접목해 실천에 들어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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