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영삼 교수
채영삼 교수(백석대)

대부분 토요일 오전에 진행되는 대학원 입학 면접 심사는, 교수들이 기피하는 업무 중에 하나일 것이다. 요즘은 경쟁률도 높지 않아, 굳이 선별해야 하는 수고도 덜하기 때문에 더 그럴 수도 있다. 의례적일 수 있는 전문대학원 석박사 면접 심사에 그렇게 참여하게 되었다.

그런데 지원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자기소개를 듣고, 그들의 지원 동기, 연구 주제와 학업의 목표 등을 들으면서, 나는 점점 면접 심사가 아니라, 무엇인가 하나님의 놀라운 역사를 목격하는 증인이 되는 분위기에 잠기게 되었다.

한 사람의 신앙인이 살아온 과정은, 하나님께서 그의 일생이라는 원고지에 써오신 하나의 책과 같다. 그 책을 펼쳐 읽는다는 것은, 그의 인생 속에서 살아 역사해 오신 하나님의 은혜롭고 신실하신 역사를 목격하는 것이다.
겉모양은 그저 평범해 보일지 몰라도, 그 사람의 신앙과 경력과 인격은 그대로 하나님의 신실한 작품이다. 입학 면접이 진행되는 그 작은 공간 속에서, 마치 스크린에 펼쳐지는 여러 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나는 살아계신 하나님의 살아있는 역사를 듣고 보고 있었다.

‘저렇게 귀한 사람이 다 있구나.’ ‘하나님이 저렇게 가르치셔서, 여기까지 인도하셨구나.’ ‘상황이 그렇게 어려운데도 저렇게 잘 견디고 이렇게 끝까지 사명을 다하려고 하는구나.’ ‘이렇게 험하고 혼탁한 세상에도 저런 신실하고 소박하고 충성스런 사람도 다 있구나.’

나는 교회가 살아 있다는 생각을 했다. 누가 뭐라던, 하나님은 사람들 속에서 하늘의 은총과 그 아들의 생명의 복음과 성령의 따뜻한 역사를 통해, 오늘도 일하시는구나, 그것을 보게 되었다. 누가 누구를 면접 했던 것인가?

나는 대학원 지원자들을 면접하러 갔지만, 사실 하나님께서 나를 면접하고 계신 듯 했다. ‘너는 나를 믿느냐, 너는 아직도 내가 내 교회를 위해 일하는 것을 믿느냐’ 이렇게 물으시는 듯했다. 학교도 필요하다. 저렇게 오랜 세월 신앙과 실천과 학문의 길을 닦아온 일군들이 마지막 정점을 찍을 수 있는 최고의 기독교 교육 기관도 필요하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나님은 오늘도 신실하게 역사하신다. 사람들 속에서, 하루하루, 그의 말씀과 성령과 사랑으로, 자신의 사람들, 그 나라의 사람들을 빚어 가신다. 교회가 어렵지만, 그저 공허하고 추상적인 말들로 비난하고 고개를 떨 굴 일이 아니다.

오늘도 사람들 속에서 절망하지만 희망하고, 울지만 다짐하고, 내쳐진 바닥에 쓰러져서도, 다시 무릎으로 기도하며 그 사랑 안에서 말씀을 붙들고 일어서는 수많은 목회자들이 있다. 그들의 손에서, 하나님의 사람들이 빚어진다. 오랜 세월이 걸리지만, 하나님은 자신의 나라를 위해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일하신다.

나는 경건하고 겸허한 마음으로 면접장을 나왔다. 일부러 터미널까지 걸었다. 걸으며 생각했다. 나도, 나에게 주어진 길을 신실하게 가야한다. 내가 이 무대에서 맡은 역할을 다 해야 한다. 연출은 그분이 하신다. 아름답게 하실 것이고, 빛나고 황홀하게 마무리하실 것이다. 그 영광의 피날레를 위해, 나는 소망해야 한다. 충실해야 한다. 감사한 하루였다.

채영삼 교수(백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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