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교회
사랑의교회가 2020년 12월 필수 인원만 현장에 참석한 채 비대면 주일예배를 드리던 모습 ©사랑의교회
법원이 지난 2020년 12월 서울시가 두 차례 내린 ‘대면예배 금지 처분’에 대해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고, 비례의 원칙이나 평등원칙에 반하여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여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고 판결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는 서울에 있는 교회 31곳이 서울특별시장을 상대로 낸 ‘대면예배 금지 처분 등 취소 청구의 소’에서 지난 10일 원고 승소 판결했다. 판결문에는 법원의 이 같은 선고 이유가 자세히 기록돼 있다.

교회들의 주장은?

원고 교회들의 핵심 주장은 ①교회들이 방역수칙을 준수해 대면예배를 하는 경우 코로나19 전파 위험성이 높지 않음에도 대면예배 자체를 전면 금지하는 것은 ‘비례의 원칙’에 반한다는 것 ②또한, 서울시가 음식점 등 다른 중위험시설에는 인원 제한 등의 조치만 했음에도 교회에 대해서는 사실상 집합을 금지, 합리적 이유 없이 교회를 차별해 ‘평등원칙’을 어겼다는 것이었다. 이로 인해 결과적으로 종교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주장이다.

법원은 여기에 이유가 있다고 봤다. 즉 “감염병 예방을 위한 방역정책은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서 공익성이 크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대면예배 참석인원의 제한 내지 예배 이외 대면 모임 활동 및 행사를 금지하는 등 코로나19 전파위험성을 낮추는 다른 수단을 통해 원고들의 침해되는 기본권의 정도를 최소화하면서도 국민의 건강보호라는 공익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피고(서울시장)는 전면적으로 대면예배를 금지하는 조치를 했다”면서 “이로 인한 원고들의 종교의 자유에 대한 침해가 매우 클 뿐만 아니라, 이 사건 각 대면예배금지처분은 비례의 원칙 및 평등원칙에 반하여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여 위법하다고 보아야 한다”고 법원은 판결했다.

‘비례의 원칙’ 위반

우선 ‘비례의 원칙’에 대해선, 대면예배 자체를 금지한 조치가 지나치다고 봤다. 법원은 “생계유지와 관련이 없는 시설이라 하더라도 우리 사회가 코로나19 전파위험성을 수인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종교의 자유 등 기본권에 대한 침해를 최소화하는 수단을 선택해야 하고, 예배를 위해 교인들이 교회에 모이는 것에 명백한 위험성이 있다거나 다른 선택가능한 대안이 없는 경우에 한하여서만 집합 자체를 금지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교회에 대해서는 ‘다른 선택가능한 대안’을 충분히 고려해볼 수 있었다는 것. 가령 “결혼식·장례식 등과 같이 참석 인원을 제한함으로써 밀집도를 완화하는 방법”이나 “대면예배를 일정 조건 하에 허용하되 예배 이외 교회 내 대면 모임 활동 및 행사 등을 금지함으로써 코로나19 전파위험성을 낮추는 방법”이다.

이런 대안이 가능할 수 있었다는 근거로 법원은 방역당국 관계자가 지난해 초 대면예배와 관련해 “낮은 수준의 밀집도를 유지하면서 방역수칙을 엄격히 지킨다면 대면예배 자체가 감염 위험도를 높이는 행위는 아니다. 마스크 착용, 손 씻기 등 사전 방역조치가 이뤄지기 때문에 대면예배를 통한 감염은 사실상 없었다”고 밝힌 점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와 같이 교회의 대면예배를 통한 코로나19 전파위험성이 교인들의 집합을 금지함으로써 차단하여야 할 정도로 다른 시설에 비하여 특별히 높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대면예배를 허용하면서도 참석인원을 제한하고 예배 이외 교회 내 대면 모임 활동 및 행사 등을 금지함으로써 우리 사회가 수인가능한 한도로 코로나19 전파위험성을 낮출 수 있었다고 보이므로 이 사건 각 대면예배 금지 처분이 침해의 최소성 요건을 충족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평등원칙’ 위반

‘평등원칙’과 관련해선, 교회에 대한 대면예배 금지 조치가 음석점이나 PC방 등 동일하게 중위험시설에 속했던 다른 다중이용시설에 비해 더 강한 것이어서 교회에 대한 차별적 취급을 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우선 “이 사건 각 대면예배 금지 처분은 음식점 등은 국민들이 생계를 영위하는 생산필수시설인 것과 달리, 교회는 생산필수시설이 아니라는 점에 근거하여 생산필수시설 이외 시설에서 집합을 금지함으로써 코로나19 전파위험성을 낮추는데 그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법원은 “그러나 교회는 교인들에게 심적 위안뿐만 아니라 자신과 타인에 대한 증오를 극복할 수 있는 정신적 해결책을 제시해 주는 등 안정된 정신건강을 지원하는 순기능이 있고, 장기간 시행된 사회적 거리두기 등 코로나19 방역조치로 인해 우울증 증세를 호소하는 사람이 점차 증가하는 상황에서, 교회가 제공할 수 있는 기능이 생산필수시설에 비해 열등하다거나 중요도가 덜 하다고 볼 만한 타당한 이유는 없다”며 “그러므로, 음식점 등에 비해 교회를 차별취급하는데 정당한 목적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음식점 등에 대하여는 거리두기 내지 영업시간 제한 준수의무 등의 방역수칙을 부과하고 운영 자체는 허용하면서도, 교회의 대면예배를 금지하는 것만으로 코로나19의 전파위험성이 유의미한 수준으로 낮아진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차별취급에 적합성이나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또 “소규모 교회나 생계곤란 등으로 인하여 인터넷 접근이 제한되는 교인, 고령 또는 장애로 인하여 비대면 예배에 필요한 어플리케이션의 사용 곤란 등으로 정보 서비스의 접근과 이용이 제한된 교인은 비대면 예배에 참여할 기회를 보장받지 못할 우려가 있고, 종교적 행위의 자유 행사의 일환으로 대면예배를 원하는 교인들이 이 처분에 따르지 않는 경우 벌금 내지 과태료 등의 제재가 부과되므로 이 사건 각 대면예배 처분에 의해 교회의 기능과 활동이 크게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각 대면예배 금지 처분을 통해 달성하려는 국민의 건강보호라는 공익에 비해 원고들(교회들)의 종교의 자유가 제한되는 정도가 지나쳐 차별로 인한 불평등의 효과가 크므로 차별취급의 비례성을 갖추었다고 볼 수도 없다”고 했다.

“비대면 예배, 대면예배와 동일하다 보기 어려워”

한편, 법원의 판결에서 또 하나 눈길을 끄는 부분은 “비대면 예배가 대면예배와 동일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한 점이다.

법원은 “인적·물적 시설을 갖추어 비대면 방식의 예배가 충분히 가능한 교회라 하더라도, 기독교 전통의 예배에는 성찬식과 같이 비대면으로는 실행이 가능하지 않은 절차가 존재하기도 하고, 기독교의 교리상 예배의 참여가 중요한 종교적 의미를 가지며 교회 전통에 의하더라도 예배는 교인들의 대면예배를 전제로 교인들이 모여 설교, 찬양, 기도 등으로 이루어진 절차에 따라 집전되었는 바, 이러한 측면을 고려할 때 비대면 예배가 대면예배와 동일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런 점에서 대면예배를 전면 금지하게 되면 “교회의 기능과 활동이 크게 위축될 우려가 있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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