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혜정 박사
서혜정 박사가 발표를 하고 있다. ©조직신학회 줌 영상 캡처

한국조직신학회(이오갑 회장)가 지난 29일 오후 8시 제9차 월례신학포럼을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이날 서혜정 박사(Globe Covenant Seminary, USA)가 ‘폴 리쾨르(Paul Ricoeur)의 윤리’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서 박사는 “‘나는 누구인가?’, 더 나아가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체에 대한 물음은 태초부터 인간에게서 떠나지 않는 질문일 것이다. 특히 출생 직후 모친을 잃고 어린 나이에 전쟁으로 부친을 잃은 폴 리쾨르(Paul Ricoeur, 1913~2005)에게 이 질문은 더욱 그러했을 것”이라며 “출생부터 모친, 부친, 누이의 ‘죽음’의 근저에 있었고, 젊은 시절에는 집단악의 최고라고 할 수 있는 ‘전쟁’을 경험한 리쾨르에게 ‘인간’에 대한 물음과 ‘악’에 대한 물음 그의 평생에 이어지는 근본적인 철학적 질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리쾨르에게 있어 주체의 문제는 어떤 관념론적 철학에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실재하는 삶의 문제이고, 경험되는 문제로 육체를 동반하는 주체에 대한 물음이다. 그래서 주체의 대한 탐구는 어느 한 학문에 국한될 수 없다”며 “이성을 지닌 인간으로서 반성철학에, 현재의 시점에 살고 있는 존재로서 실존철학에, 몸을 지니고 삶을 경험하는 존재로서 현상학에, 육체를 지닌 존재로서 생물학에, 의식뿐만 아니라 비의식의 세계가 존재하는 주체로서 정신분석학에, 말하며 표현하는 존재로서 언어학과 기호학에, 세상 속에서 타인과 어우러져 사는 존재로서 윤리학에 이르기까지 리쾨르의 이 주체에 대한 연구는 울타리가 없다”고 덧붙였다.

또 “끊임없이 대화하며, 개방하고, 확장하면서 인식과 경험을 폭을 넓혀 간다. 그래서 리쾨르에겐 끊임없는 사고와 대화를 통해 사상의 지평을 넓혀가는 반성과 중재의 철학자라는 이름이 붙여진다”며 “리쾨르 자체는 이처럼 끊임없이 앎과 이해하기를 ‘욕구’하는 존재로 살았다. 그래서 철학자 리쾨르에게 반성(사고)의 영역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지만 ‘의지’의 영역은 그것을 앞선다”고 했다.

그는 “끊임없이 욕구하는 의지적 인간은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이 제한되어 있는지 반성하며, 의식에서 무의식의 세계로, 주체성은 타자성을 만나고 제도의 문제로 이어진다. 좁은 의미의 주체는 ‘자기’로 한정되지만, 이 ‘자기’는 ‘타자’로 확장된다. ‘나’의 세계는 ‘너’의 세계와 만나는데, 이 ‘너’는 나와 다르지만 나와 닮았다. 타자 속에서 타자와 같은 나를 발견한다. 이 2인칭의 타자는 3인칭으로 확장하면서 제 삼의 주체를 만나는데 리쾨르는 그것을 ‘제도’라고 한다”며 “이처럼 리쾨르에게 이 주체의 문제는 타자성과 사회의 제도를 포함하면서 윤리의 문제로 확장되고 귀결된다”고 했다.

이어 “리쾨르의 철학적 인간학에 나타나는 특징은 먼저, 삶에 대한 긍정에서 시작한다”며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작업이 선행된다. 이 인정의 과정에서 ‘자기에 대한 신뢰감이 형성된다. 세상에 태어난 환경이 어떠하든 그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주체는 미래의 삶을 열어간다. 창조의 세계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하다는 생각에 기초를 둔다. 주체는 그 자체로서 유일하고 완전한 창조물이지만, 유아독존적 자아가 아닌, 타자들 속에 존재하는 하나의 자기(soi)이며, 여러 창조물들 가운데 한 일원으로서의 자기(soi)로 상정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리쾨르는 역사 내에서의 완성을 말하는 헤겔의 목적론을 지양하고, 종말론적 역사관을 갖는다”며 “이 땅에서 죽는 날까지 살아있는 존재로서보다 나은 ‘좋은 삶을 추구하고 실현하고자 했다. 그러나 그 ‘완성’은 이 세상이 아닌 저 세상(au-delà)에 이루어진다. 여기에 리쾨르의 종말론적 역사관을 엿볼 수 있다. 리쾨르는 이 땅에서의 인간의 책임과 이상을 추구하는 개혁정신으로 희망을 주지만, 그 완성을 이루는 능력은 인간에 있지 않고 하늘의 은총에 있음을 강조한다. 헤겔이 역사의 완성을 ‘절대지’에 의지했다면, 리쾨르는 ‘믿음’을 통한 종말론적 ‘희망’에 둔다. 이런 의미에서 리쾨르는 종말론적 낙관론자에 속한다”고 했다.

서 박사는 “둘째로 리쾨르는 개신교 신앙을 토대로 자신의 사상 체계를 세우려 했기에 철학적 이성과 성경적 신앙이라는 두 축을 이룬다”며 “리쾨르에게 신앙과 철학은 ‘실존의 시학’과 ‘지성의 논증’ 사이의 변증법이 발생한다”고 했다.

이어 “리쾨르는 이성이 왕좌를 차지하고 비합리적인 영역에 속하는 신화, 종교의 세계를 배재하려는 근대 합리주의 사상이 팽배하고 비신화화를 강조하는 서구의 학문세계에 ‘상징’에 담긴 의미의 풍요로움을 강조하며 ‘거룩’, ‘악’의 문제를 풀어간다. 인간의 언어를 넘어서고 있는 이 비언어적, 비합리적 영역을 ‘상징’으로 이해한다. 소위 합리적 이성의 담론에 종교와 신비의 영역을 끌어 들인다”며 “리쾨르는 신앙과 이성의 산물인 ‘신학’을 토대로 믿음을 세우기보다는 오히려 ‘성경 텍스트’에 믿음의 토대를 세우고 믿음의 지성을 근원으로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리쾨르의 주체에 대한 이해는 이처럼 철학적 이해와 신앙적 이해의 지평으로 확장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셋째로 리쾨르의 철학적 반성은 행동과 분리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실천적”이라며 “이 행동의 문제에 나와 타자의 문제, 나와 사회의 문제가 맞물려 윤리의 문제로 이어진다. 주체에 대한 이해는 추상이나 이론으로 머물지 않고 경험과 삶으로 이어진다. 그의 의지 철학에서 이야기되는 의지의 문제에서 그는 인간의 욕망은 근본적으로 ‘행동’을 겨냥한다. 욕망하는 것을 행하기 위해, 동기부여가 되고, 선택하고, 결정하며, 행동한다. 일련의 전 단계는 ‘행동’을 위한 준비의 단계라고 할 수 있다. 리쾨르는 철학을 ‘근본적으로 이론적인 지식보다는 실천에 비중을 두는 것으로 철학적 인간학’이라고 정의한다”고 했다.

이어 “그가 말하는 해석학도 결국은 텍스트를 통해 ‘주체’를 이해하기 위함이고, 새로운 이해 속에서 행동하기 위함”이라며 “리쾨르에게 이 주체의 문제는 추상적 담론이 아닌 몸을 가진 주체로서 경험과 삶을 바탕으로 이해된다. 경험은 이성적 경험과 신비적 종교의 경험을 포함하고, 삶은 행동과 언어를 거친다. 그렇기에 주체에 대한 리쾨르의 이해는 우회의 방법을 통해 실존철학과 현상학과 해석학과 은유와 상징을 담은 언어학을 거친다. 주체의 문제는 하나의 사상이나 학문만 이해할 수 없고 사상과 삶을 통해 끊임없이 발견되고 이해되어야 한다. 종교적 영역과 악의 기원의 문제는 합리성을 넘어서기에 신화와 상징의 영역으로 확장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 박사는 “리쾨르는 자신의 윤리 사상에 관통하는 네 가지의 핵심적인 주제로, 자기존중, 타인을 위한 배려, 타인들과 함께 살기 위한 정의로운 제도에 대한 기대”라며 “이것은 모든 사람에 적용되는 ‘공통의 윤리’인데, 간단히 세 마디로 말한다면, 자기 존중, 배려, 정의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은 책임”이라고 했다.

이어 “리쾨르가 의미하는 책임은 ‘약함’에 대한 책임이다. 이 개념은 부모가 아직 어리고 약한 자녀를 책임지는 관계로 이해될 수 있다. 그렇다면 무엇에 대한 책임을 말하는가? 리쾨르는 먼저는 자연에 대한 책임을 말한다. 자연은 인간에 의해 파괴될 수 있는 약함을 갖고 있다. 지금까지 인간은 자연에 파괴적인 행동을 가했으나 그 행동을 절제하며 보호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라며 “다음으로 사회에 대한 책임이 있다. 사회와 제도를 포함하는 문명은 소멸(죽음)을 면할 수 없는 약함을 갖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자신의 내뱉은 말과 행동에 대한 ‘행위자’로서 지는 책임이다. 이 책임은 바로 ‘타자’ 앞에서의 책임 리쾨르에게 있어서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삶, 즉 증인으로서의 삶을 강조하는데, 여기에는 따르고 배울 모델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리쾨르는 이 모델은 그리스도의 삶이라고 한다. 그리스도야 말로 “하나님이 보시기에 온전하며 완전한 인간이었고, 자신의 삶을 타인을 위해 주는 삶”을 살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리스도의 행동과 함께 리쾨르는 다음 한 가지를 추가하면 ‘자비의 시선’이다. 리쾨르는 복음의 증인으로서의 삶은 인간 사회에서 발생하는 노력과 실패에 대해서 자비의 시선은 곧 그리스도가 우리에게 보여주신 자세라는 것”이라며 “이 시선은 행위에 앞선 진심을 담은 마음의 표출이라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리쾨르의 윤리는 희망과 긍정의 윤리라고 말할 수 있다. ~에도 불구하고, 다시 말해 약함에도 불구하고, 악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책임을 지는 존재’라는 것”이라며 “사회에 만연된 약함과 악이 있음에도 그것을 개혁해 나가야 하는 존재이며, 죽음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갖는 존재라는 점에 강조점을 둔다. 리쾨르가 강조하는 ‘상상’은 현재를 미래로 이끄는 추진이 되고, 신앙에서 이것은 하나의 약속인 언약과 같다. 리쾨르는 이것을 사회 속에서 찾는 ‘구속의 표징’이라고 말한다”고 했다.

아울러 “그리스도의 구속의 은혜가 각각의 개인의 차원에서 찾을 뿐만 아니라 집단적인 사회 속에서 그 표징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구속의 은혜를 입은 그리스도인의 윤리의 지평은 개인에서 사회 전 영역으로 확장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리쾨르는 칼뱅의 개혁주의 윤리관을 갖는다”며 “리쾨르의 윤리는 성경을 기반으로 하며, 자유와 책임 강조하고, 타자와의 관계를 중시하며, 종말론적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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