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아론과 사독계열

소기천 교수
소기천 교수
원래 가업을 이어가는 것이 인간 사회에서는 대체로 일상화되어 있는 현상이다. 교회의 성직도 마찬가지이다. 목사직은 장로직과는 달리 구약시대부터 제사장직을 레위지파와 사독계열에게 독특하게 물려준 계승전통에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를 자세히 살펴보면, 모세 5경에서 제사장직은 아론의 후손인 레위지파의 특권과 의무로 대대로 계승된 것이 유대 전통이다.

그러나 다윗 왕조와 솔로몬의 시대를 거치면서 제사장직은 사독계열의 출신이 독차지하게 된다.(삼하 15:24) 불행하게도 이런 사독계열에 의해 독점된 부패한 제사장직의 계승은 기원전 172년에 시리아계 셀류코스 안티오크스 4세가 합법적으로 계승된 대제사장이던 오니아스 3세의 동생 야손에게 제사장직을 팔고, 곧 이어서 제사장 가문 출신도 아닌 메넬라우스에게 돈을 받고 제사장직을 줌으로써 매점매석과 다를 바 없는 제사장직을 움켜쥔다. 그 후에 예루살렘 성전에 이방신을 가져온 셀류코스 왕조에 대항한 마카베오 항쟁이 성공한 결과로 유대를 통치하게 된 하스몬 왕가는 기원전 63년 로마에 멸망할 때까지 80년 동안 사독계열이나 다윗 왕조의 혈통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제사장직을 겸하는 왕족이 된다.

이러한 역사를 되돌아보면, 구약성경에 제사장직을 그 아들에게 계승을 함으로써 성공한 제사장과 실패한 제사장이 둘 다 존재한다. 실패한 제사장은 엘리로 제사장직을 자녀들에게 계승해 주지 못하고 불행한 최후를 맞이하고, 반대로 아론과 같이 성공적으로 제사장직을 물려준 가문이 있다. 아론의 후손에게 성공적으로 제사장직이 계승된 것을 언급한 구절 가운데 대표적인 출애굽기 29장 29-30절을 보면 하나님께서 최초의 제사장인 아론에게 명령하시는데, 이로써 아론의 성의는 그 후에 그 후손에게 계승되고 제사장직은 계속된다. 이런 전통을 보면, 성직계승은 지극히 하나님의 명령에 기초를 두고 있다는 사실이 성경적인 교훈이다.

그렇다고 아들이기 때문에 자동으로 제사장직을 계승한 것은 아니다. ‘흑인’이란 뜻이 있는 비느하스는 아론의 손자요 엘르아살의 아들이었기 때문에 제사장직을 자동 계승(출 6:25, 대상 6:4, 50)한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싯딤에 모인 이스라엘 백성들이 모압 여인들의 유혹에 넘어가 바알브올을 섬긴 것을 단호하게 배격하는 열심을 보인 그를 하나님께서 선택하신 결과이다. 비느하스는 너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범죄한 이스라엘 백성을 헤렘(~r,xe) 법(수 6:18에 나타난 히브리어로 ‘헌신하다’, '바치다', '멸절시키다'란 의미의 진멸 법)에 의거하여 진멸하고 하나님의 거룩하고 의로운 뜻을 세웠다. 신명기의 헤렘 법(신 7:2, 16, 22; 20:17)은 가나안 원주민들의 우상숭배에 물들지 말라는 심판의 말씀과 항상 연계되어 있다. 이런 업적을 비느하스 스스로가 세웠기 때문에 선친의 제사장직을 계승할 수 있었다.

세간에서는 심지어 구약학자들까지도 비성경적인 단어인 ‘승계’란 엉뚱한 단어도 사용하지만, 원래 성직은 ‘계승’이란 용례가 성경적인 단어이다.(대하 22:1; 시 45:16[17]; 렘 16:19) 이 세 구절을 차례로 살펴보면, 먼저 역대하 22장 1절은 아하시아가 왕위를 계승한 것(Akêl.m'b.)을 언급한다. 여기서는 군왕의 왕위계승에 연결된다. 이러한 왕위 계승을 70인역은 에바실류산(evbasi,leusan)으로 이해하여, 예수께서 유대인의 왕으로 오신 것에 적용한다.(마 2:22)

다음으로 시편 45편 16[17]절은 아들들이 조상들을 계승 곧 하야(hy"h') 함으로써 온 세계의 군왕을 삼는다고 말한다. 이러한 군왕을 계승하는 것은 70인역에서 에게네데산(evgenh,qhsa,n)으로 이해하여, 예수의 메시아직의 계승에 적용된다.(마 1:22; 눅 1:38) 여기서 하야(hy"h')는 창세기 1장 5, 7절에서 “아침이 되고 저녁이 되며” “그대로 되니라”는 구절과 창세기 2장 7절에서 하나님께서 만드신 아담에게 생기를 불러 넣어서 생령 곧 네페쉬 하야(hY")x; vp,n<ï)가 된 것과 같이 하나님의 창조에 연결되는 단어들은 하나님의 창조질서의 계승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예레미야 16장 19절은 조상들이 계승한바 곧 나할(lx;n")은 상속이란 의미로, 이는 허무하고 거짓되고 무익하다고 지적하면서 예레미야가 여러 번 언급한 헤벨(lb,h,Þ) 곧 바알 우상을 가리키는 것이다(렘 2:5, 23; 8:19; 9:14[13]; 10:3, 8, 15; 14:22; 왕상 18:18, 21. 참고 2:8,11의 우상도 마찬가지이다) 히브리어 헤벨(lb,h,Þ)은 70인역에서 우상(ei;dwla)으로 번역되어 신약성경에 영향을 미친다.(행 7:41; 고전 12:2; 계 9:20. 거짓 신으로서의 우상에 관해서는 행 15:20; 롬 2:22; 고전 8:4, 7; 10:19; 고후 6:16; 살전 1:9; 요일 5:21을 참고하라) 예레미야 2장 5장에서는 우상을 ‘허탄한 것’(lb,h,Þ)이라고 언급하면서 바로 이스라엘의 열조가 우상을 ‘헛되이 행한 것’ 곧 하발(lb,h,)이라고 함으로써 이스라엘 백성들이 가나안 땅에서 바알 우상을 섬긴 것을 명확하게 비판한다. 이는 계승을 잘못하면 우상까지도 상속할 수 있다는 경고이다.

이렇게 세 가지로 사용된 계승이란 용어는 과거 유대 전통에서 왕이나 제사장직의 계승이나 현재 한국교회에서 화두로 부상한 후임목사직의 계승에도 성경적인 가르침으로 교훈을 얻을 수 있는 단어들이다.

예수께서는 요한복음 5장 19-20, 23절에서 솔로몬 지혜서(8:3)에 나타난 지혜의 모티브를 자신에게 적용하신다. 다시 말해서 솔로몬의 지혜서를 보면 아버지가 아들(지혜)을 사랑하신다는 말씀을 예수께서 자신에게 하나님과의 관계의 유비로 적용하신 것이다. 이로써 예수의 말씀은 아들이 일하시는 방법이 아버지와 완전히 같은 방식이라는 사실을 드러내신다. 아들이신 예수께서 아버지이신 하나님과 갖는 영적인 관계는 오늘 우리에게도 아버지와 아들 관계에 영적으로 계속적인 영속성을 시사하는 점이 크다. 아버지와 아들의 인간적 혈연관계가 하나님과 예수의 삼위일체적 영적관계와는 본질적으로 다르지만, 사회적인 통념으로 첨예하게 대립되는 작금의 상황에서 비록 부자관계이지만 부자로 계승되는 계속목회를 위한 관계의 유비에 어느 정도 유익하다.

계승이란 단어를 신약성경에서 반차라는 단어로 사용되기도 한다. 이 반차(ta,xij)는 계열이라는 의미로 이미 규례를 따라 정해진 계승이란 뜻으로 사용되기도 한다.(눅 1:8; 고전 14:40; 골 2:5; 히 5:6, 10; 6:20; 7:11. 17, 21) 이는 히브리서에 주로 사용된 단어이다. 히브리서 10장 11절은 구약제사의 특징을 간략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먼저 반복적으로 희생 제사를 드려야만 하는 제사장들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제사장들은 신탁을 전달하는 일을 하고, 레위인들이 이 제사장의 직무를 맡으면서 신탁 제시, 희생 제사를 드림, 법궤에 대한 봉사 등의 일을 했다. 이중에 희생 제사 의식은 중앙집권화가 되면서 더욱 강화되었다. 이러한 제사장직은 계승되고, 24개의 종류로 나누어지고, 각 직책은 때에 따라서 일주일씩 봉사를 했고 또한 이것은 네 부분으로 나누어져 아홉 개의 방에서 봉사하였다.이런 특별한 봉사는 제사장직의 계승에만 사용되고 있다. 11절에 사용된 단어인 레이투르곤(leitourgw/n)은 단순히 ‘어떤 일에 봉사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적용된다. 여기에서 특별한 제의적 의미로서 다양한 제의적 행동들을 수행한다는 제의적인 의미로 사용되어, 바로 ‘하나님에게 봉사한다’는 것으로 성막이나 성전에서 제사장들과 레위인들에 의해서 행해지는 하나님을 섬기는 일을 의미한다. 이러한 섬김이나 봉사는 제사장들이 제의적 행동을 계승해 나간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히브리서 6장 20절에 의하면, 유일무이한 대제사장이신 예수께서는 “멜기세덱의 반차(ta,xij)를 따라 영원히 대제사장이 되어 우리를 위하여 들어 가셨다.” 휘장 안쪽에 임하신 그리스도의 임재는 우리들도 역시 휘장을 지나 지성소에 들어갈 것이라는 확고한 약속을 제공한다. 히브리서 6장 19절은 지상의 지성소를 천상의 지성소로 바꾸신 분을 그리스도라고 부른다. 우리의 소망은 레위 계통의 불완전한 대제사장들이 들어가는 곳인 단순한 지상의 지성소에 근거를 두고 있는 것이 아니라, 멜기세덱의 계열을 따르는 영원한 대제사장이신 예수께서 들어가신 하늘의 지성소이다. 이러한 미드라쉬적 해석은 창세기 14장 17-20절과 시편 110편 4절의 하나님의 영원한 제사장인 멜기세덱을 분석하고 레위적 대제사장직보다 그리스도의 대제사장직이 지닌 우월성을 위한 근거를 제시한다. 히브리서의 본문은 대제사장직이 계승을 전제로 하지만, 특별한 경우에 멜기세덱이나 그리스도처럼 천지의 주재이신 하나님께서 전적인 선택에 의해 제사직을 계승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시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을 중시하여 예수께서는 천지의 주재이신 아버지께 이런 비밀을 지혜있는 자들에게는 숨기시고 어린 아이들에게 나타내신 것(마 11:25/눅 10:24)을 감사하기도 하셨다.

그리스도도 아론 계열이 아니므로 원칙적으로는 제사장직을 계승받을 수 없다. 그러나 그리스도께서 천지의 주재이신 하나님으로부터 직접 보내심을 받은 영원한 제사장인 멜기세덱의 계열을 따르지만, 멜기세덱보다 뛰어 나신 이유는 하나님으로부터 영원한 언약을 직접 받아 보냄을 받으신 대제사장이시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실상 그리스도는 멜기세덱을 계승한 분이 아니라, 오히려 멜기세덱보다 뛰어나신 분이시다. 이런 사실은 계속목회라는 차원에서 후임목사가 전임자를 뒤이어 아론의 계열이 아니더라도 멜기세덱의 계열을 따라 대제사장이 되신 그리스도의 뒤를 계승하는 제자로 그 부르심을 감당한다면, 그가 비록 전임자의 아들이 아니더라도 후임자로 이어갈 수 있다는 사실에 정당성이 부여될 수 있다. 그리스도께서 멜기세덱보다 뛰어나신 것처럼, 경우에 따라서는 아들이 아버지보다 여러 가지 면에서 뛰어난 경우나 아들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후임자가 전임자보다 뛰어난 경우가 많다. (계속)

소기천(장로회신학대학교 신약성경신학 교수, 예수말씀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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