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가 지난 18일 ‘2050 탄소 중립 시나리오안’과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상향안’을 의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온실가스 감축과 탄소 중립 실현은 국가의 명운이 걸린 일”이라며 확고한 의지를 보탰다.

탄소중립위가 의결한 내용의 골자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보다 40% 감축하고, 205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0)’를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2050년 탄소배출 제로를 달성하려면 앞으로 25~30년 안에 1차 에너지인 탄소계 화석연료를 비탄소계 대체재, 즉 풍력과 태양열 등으로 완전히 바꿔야 하는 것이어서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탄소 중립이란 한마디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것을 말한다. 죽어가는 지구 환경을 되살리기 위해 탄소가 배출되지 않는 다른 에너지원으로 대체하는 문제는 장차 인류의 생존이 걸린 중요한 의제다. 따라서 국가와 국가, 정부와 국민이 손잡고 함께 노력해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문제는 정부가 무공해 에너지원인 원자력을 없애는 ‘탈원전’ 정책을 고수하면서 과연 탄소 중립이라는 목표에 다가갈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현재 24기인 원전은 2050년에는 9기만 남고 모두 사라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전체 발전량 중 원전 비율이 현재 29%에서 7%까지 떨어지게 되는데 태양광·풍력만으로 부족한 에너지를 다 채울 수 있겠느냐는 거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계획대로 추진되려면 태양광의 경우만도 설비를 지금의 40배 수준으로 늘려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려면 원전의 300배나 되는 부지가 필요하다. 원자력보다 탈 탄소 효과가 현저히 떨어지고 설비를 위한 부지 확충에만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되는 현실을 감안할 때 태양광은 결코 효율적인 대체 에너지원이라 할 수 없다.

정부의 탄소 중립 계획이 그저 희망 사항일 뿐 지극히 비현실적이란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 이 때문이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정부가 내세운 ‘2050 탄소 중립’ 목표를 위해서라도 원자력 발전 비중을 지금보다 더 확대하거나 최소한 지금의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런 목소리에는 아예 귀를 닫는 모양새다. 2017년 고리 원전 1호기 영구 정지를 시작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선언한 ‘탈원전’ 정책을 중단 없이 그대로 밀고 나가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 ‘탈원전’이 문 대통령의 후보 시절 내세운 공약이란 점이 정부의 이 같은 굳건한 의지의 배경이라고 볼 수도 있다.

반면에 유럽 국가들은 탄소 중립을 위해 그동안 지속해온 ‘탈원전’을 버리고 속속 원전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우리보다 훨씬 먼저 ‘탈원전’을 선언했던 유럽 국가들이 이처럼 원전 유턴을 하게 된 배경에는 원전 없이는 사실상 탄소 중립이 불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사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미래 세대를 위한 지속 가능한 자원과 환경을 위한다는 명분과 그와 관련해 국제적 흐름과 정서에 맞춰 수립된 정책이었다. 그런데 왜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한 기후협약에 조인한 수많은 나라가 원자력 발전으로 되돌아가고 있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이런 현실을 외면한 채 아무런 대책도 없이 무조건 원전을 없애는 데만 ‘올인’하는 것은 국민을 위기에 빠지게 하는 무책임한 행위나 다름 없다.

정부가 세운 탄소 중립 목표는 우리 사회가 앞으로 가야 할 필연적인 방향이다. 그렇기 때문에라도 정부가 정책을 세울 때 국민 공감대를 최우선시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국민과 기업, 사회공동체의 공감과 협력 없이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국민은 온실가스를 줄이거나 없애자면서 무공해 에너지원인 원전을 없애는 모순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더구나 지금은 정부가 밀어붙인다고 되는 시대가 아니지 않은가.

기후 변화의 가장 큰 원인 물질인 이산화탄소는 에너지를 사용할 때 발생한다. 따라서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에너지를 절약하면 그만큼 탄소 배출량도 줄어들게 된다. 이런 생활 속 실천의 문제는 정부의 일방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종교계, 특히 한국교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사안이다.

그런데도 아직 한국교회는 탄소 중립 문제에 구체적으로 대응하는 교단이나 단체를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지난 4월 열린 실행위원회에서 기후위기 비상행동 10년 운동을 전개하기로 결의하고 이어 5월에 주요 9개 교단장들이 정부의 2050년 탄소중립 목표에 협력하겠다고 선언한 것이 그나마 눈에 띄는 전부다.

그러나 한국교회가 정부의 정책을 응원하고 손뼉을 치는 것으로 제 역할을 다했다고 할 수는 없다. 한국교회연합이 지난 20일 임원회에서 ‘탄소중립 대책위원회’를 설치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정부가 바른 방향의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한다면 협조하겠지만 한국교회의 목소리를 내고 감시기능도 강화하겠다는 뜻이다. 정권의 아집이 아닌 국민 눈높이에 맞는 기후위기 대응 정책이 실현되도록 한국교회가 더욱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야 할 때다.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