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영은 교수
성영은 교수가 15일 고신총회 70주년 제4차 컨퍼런스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 ©포도원교회 영상 캡처

예장 고신(총회장 박영호 목사) 총회설립70주년준비위원회가 15일 오후 부산시 북구 소재 포도원교회(담임 김문훈 목사)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주도하기’라는 주제로 고신총회 70주년 제4차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이날 성영은 교수(서울대 공과대학 화학생물공학부)가 ‘과학과 기술의 현 상황과 미래 전망’이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성 교수는 “우리나라의 부의 바탕에는 기술 그리고 그 바탕이 되는 과학이 자리 잡고 있다. 신자들도 예외가 아니다. 이 나라에 사는 기독교인의 삶과 과학기술은 결코 분리될 수 없는 삶의 일부인 것”이라며 “기술 강국에 서 있는 교회가 이 과학과 기술을 어떻게 봐야 하며, 교회가 과학기술이 삶의 일부인 신자들에게 과학기술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삶을 살라고 가르칠 것인가. 교회가 여전히 6·25 전쟁과 개발 시대 때처럼 생존과 고단한 삶의 위로처에 머물 것인가”라고 했다.

이어 “문학, 생물학(생명과학),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 뇌과학, 빅데이터와 같은 과학과 기술의 주제는 지금 시대 뿐 아니라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될 과학과 기술이라 할 수 있다”며 “이런 과학과 기술의 현황과 미래는 우리 신자들도 결코 이 과학기술에서 벗어난 삶을 살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 준다. 좁은 나라에서 기술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에서 교인들의 삶도 이 과학기술과 결코 분리될 수 없는 것이다. 그러기에 과학이나 기술의 부정적인 면 때문에 무시하거나 적대시하는 것은 현실적이지도 않고 또 신자들의 현실적 삶을 생각할 때 지혜로운 태도도 아니”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더 이상 교회에서 헌금하는 것으로 신자의 삶이 충분한 것처럼 봐서는 안 된다. 일주일의 삶의 내용으로 신자를 봐야 한다. 교회와 세상을 분리하지 않는 것”이라며 “과학기술을 하나님이 내신 분야로 정당하게 대하면서 인간의 타락의 영향을 잘 살펴 그리스도의 통치가 미치도록 하는 것이다. 아울러 과학과 기술을 하는 신자들이 교회와 삶의 터전에서 자신의 소명을 잘 발휘하여 살도록 해야 한다. 하나님이 교회를 이 세상에 두신 뜻을 잘 실행하며 사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지난 세월 전쟁과 가난의 힘든 시기에 교회가 생존과 위로의 복음을 전했다면,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과 기술 강국이 된 지금 교회는 그에 맞는 시대적 사명을 수행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 동안 우리 교회는 교리와 신앙을 지키기 위해 힘써 왔다. 지금 과학은 우리 시대 가장 중요한 교양이 되었고, 과학을 활용한 기술은 신자들의 삶의 중요한 일부가 되었다”며 “과학은 기원론 외에 너무나 많은 주제를 다루고 있다. 기원론을 다루는 천문학이나 생물학의 경우도 하나님의 창조 세계에 대한 과학적 사실을 엄청나게 다루고 있다. 기원론으로만 과학을 바라보기에는 과학의 범위가 너무 넓다. 그리고 과학적 기원론의 상당 부분은 과학적 사실이 아닌 형이상학적 주장 나아가 해당 과학자의 종교적 신념인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어 “과학에서 다루는 내용이 아닌 것으로 과학을 적대시하는 것은 바른 태도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예민한 주제는 좀 더 인내하며 기다리고 또 신학적으로 논의할 여지를 두는 정도의 지혜를 발휘할 때”라며 “기원론 때문에 천문학이나 생물학(생명과학)을 적대시하거나 교회가 과학을 등한시하는 것은 이 시대 교회가 할 일이 아니라 본다. 우리의 개혁신앙은 모든 영역을 하나님이 내신 것으로 인정한다. 인간의 타락으로 왜곡된 것이 있을지라도 하나님의 은혜의 선물로 인정하고 선용하는 것이 바른 태도”라고 덧붙였다.

또한 “그런 점에서 교회가 이제는 빅뱅 이론이나 진화론의 틀로 과학을 바라보는 데서 벗어나면 좋겠다. 그 주제가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라며 “신자들의 삶은 훨씬 더 깊이 더 다양한 과학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자녀들은 우리보다 더 깊이 과학과 기술을 하고 살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성 교수는 “과학 이론은 늘 변하는 상대적 사실(진리)이다. 불과 몇 세기 전까지 사람들이 생명을 보는 시각은 아리스토텔레스 전통에 따른 ‘자연발생설’이었다. 모든 생명체는 자연적으로 발생한다는 것이었다”며 “기독교인들도 대체로 인간을 제외한 모든 생물에 대해서 그런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17세기 현미경이 발명되어 알이나 정자를 관찰하면서 생명은 부모에서 자식으로, 생명에서 생명으로 이어진다는 ‘생물속생설’이 등장하였다”고 했다.

이어 “몇 세기 동안 치열한 논쟁과 실험을 거친 후 오늘날에는 누구나 이 생물속생설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누구나 받아들이게 된 이 생물속생설에서도 논쟁이 있는데, 그것은 시간이 지나면서 종이 변할 수 있느냐 없느냐이다. 같은 생물속생설 안에서 종이 변한다는 이론이 진화론”이라며 “과학 이론은 언제나 변한다. 관측에 따라 이론이 얼마든지 변할 수 있는 것이 과학이다. 진화론도 변하는 과학 이론 중 하나이다. 이런 과학을 성경의 절대적 진리와 대립시킬 필요가 없다. 또 그렇게 하여 과학의 권위를 높여줄 이유도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온라인이나 가상 세계는 휴대폰이나 태블릿을 넘어서 자율 주행차, 공장 등 모든 사물을 연결하는 사물 인터넷으로 그 범위를 계속 넓혀 나갈 것”이라며 “우리 신앙이 다음 세대에 이어져 여전히 같은 신앙을 가진 주님의 교회들이 이 땅에 있게 하기 위해서는 이런 세상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이를 적절히 사용할 지혜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이제 교회가 과학기술자 신자들을 적극 활용할 것을 제안한다. 지금까지 한국교회 신자들은 자신의 모든 전문성을 교회 문 앞에 두고 교회 안으로 들어갔다. 교회에서 전문성이 활용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어떻게 그 전문성을 신앙으로 할 것인지에 대해 전혀 말하거나 논의하지 않았다”며 “교회가 과학기술자 등 전문가의 소명을 활용할 때가 된 것 같다. 과학기술의 현황과 전망에 대해 과학기술자 신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이어 “과학기술은 일단 개발되면 막거나 되돌리기 어렵다. 기술의 발전은 맹목적이라 할 수 있다. 일단 개발되면 어떻게든 사용되게 되어 있다. 기술로 부가 창출되는 것을 막을 방법은 없다. 그것이 기술의 중요한 특징”이라며 “그러기에 신자들도 기술을 선용할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는 일이 중요하다. 동시에 이 기술들로 인한 우리가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사회 문제나 윤리적 문제들을 야기하게 될 것을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기술 강국은 되었지만 여전히 기술 천시, 직업의 귀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격차, 노사 간의 심한 갈등, 외국인 노동자의 차별, 산업 재해, 노동 시간 등 온갖 문제들이 드러나 있다”며 “국내외적으로 승자 독식의 무한 경쟁으로 인한 어려움도 보통이 아니다. 기술 빈국에서 태어나 살았던 기성세대와 기술 강국에 태어난 젊은 세대 간의 세대 간 큰 간격도 풀어야 할 문제”라고 했다.

또한 “기술로 인한 문제들과 빈부 격차와 같은 일에 교회가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며 “신자들은 배운 말씀으로 직장이나 일상의 삶에서 신앙을 드러내어야 할 때이다. 기술 강국 속에 서 있는 한국교회의 이 시대 사명이라 할 수 있다. 그 일에 신자인 과학기술 전문가들이 적극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한국 땅에 사는 신자는 기술 강국 국민으로서 과학과 기술을 삶에서 분리한 채로 살 수 없다. 과학기술이 우리 신자의 삶의 일부인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주역이 될 우리 자녀들은 기술 강국에서 태어났고 이 과학과 기술을 더 깊이 하면서 살게 될 것이다. 이런 과학기술 시대의 현장에 교회가 서 있음을 알 필요가 있다. 말씀으로 바른 과학기술을 신앙인의 삶의 열매로 드러내게 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과학기술자 신자들을 잘 활용하면 좋겠다”고 했다.

아울러 “그것이 21세기 개혁교회와 개혁신자의 모습과 삶이 될 것이다. 그것이 세상 가운데 빛과 소금으로 서 있는 이 시대 교회의 사명일 것이다. 성경은 언제나 새롭게 등장하는 과학기술에 바르게 답해 줄 것”이라며 “성령 하나님께서 항상 도우실 것이다. 그러면 과학기술로 신자의 삶을 살고, 하나님과 이웃을 사랑하며 살 것이다. 하나님이 만드신 피조물을 잘 돌보고 다스리며 살 것이다. 그러면 어떤 새로운 과학기술이 닥쳐도 주님이 다시 오실 때까지 교회는 이 땅에서 결코 없어지거나 약해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후에는 권수경 교수(고려신학대학원)가 ‘과학과 기술 그리고 기독교 세계관’, 제인호 목사(가음정교회)가 ‘과학기술의 변화에 따른 목회적/실천적 대응전략’이라는 주제로 발제가 각각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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