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박스 군포 새가나안교회 이기동 목사
이기동 목사가 새가나안교회에 설치된 베이비박스 앞에 서 있다. ©노형구 기자

“사도행전 1장 8절에 ‘땅 끝까지 이르러 예수 그리스도의 증인이 되라’고 나와 있습니다. 땅 끝을 지역적인 의미보다, 영혼으로 보고 싶어요. 클럽에서 방황하는 청년이든 베이비박스에 아기를 유기한 미혼모든, 복음의 사각지대에 놓인 영혼의 땅 끝까지 가서 그들의 영혼을 구원하는 게 공동체의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장 합동총회 소속 새가나안교회 담임인 이기동 목사는 베이비박스를 설치한 교회의 사명을 이렇게 역설했다. 2014년부터 이 교회가 설치한 베이비박스는 부모가 피치 못할 사정으로 아이를 키울 수 없는 경우, 아기를 놔두고 갈 수 있도록 마련한 상자다.

이 목사는 “교회의 본질은 영혼구원에 있지만, 영혼이 담긴 육체적 생명인 아기 한 명이라도 더 살려야 하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 본지는 지난 2일 대한민국에서 베이비박스를 운영하는 3곳(서울 관악구 주사랑공동체, 부산 금정구 홍법사) 중 하나인 군포 새가나안교회를 찾았다.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 이 목사는 그해 가출청소년의 숫자가 약 14만 명이고, 그 중 성관계를 맺는 비율이 대략 40%에 이른다고 보도한 기사에 충격을 받아 베이스박스 사역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태어난 생명을 양육하기엔 아직 정신적·경제적 책임이 갖춰지지 않은 경우, 미혼모들은 임신한 뒤 출산한 아기를 땅 바닥에 유기하는 등 극단적 사태가 종종 발생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18살 미혼모가 자신이 낳은 아이를 호적에 신고해, 누군가가 입양을 한다면 제일로 좋죠. 하지만 자신이 출산했던 아기 이름이 호적에 평생 따라다니니까, 더구나 아빠가 도망가 아기를 책임질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상황에 놓인 미혼모라면 더욱 그렇겠죠.”

현행 입양특례법에 따르면, 아동의 입양은 친모의 출생신고가 완료된 상황에서만 가능하다. 이에 부담을 느낀 미혼모들이 입양단체 등 기관에 맡기는 대신 아동을 유기하는 일이 발생하는 이유다. 이 목사는 아기가 이미 유기된 뒤, 그럼에도 생명을 살리려고 마련된 베이비박스의 의미를 강조했다.

“베이비박스는 벼랑 끝에 몰린 엄마가 자신도 살고, 아기도 살리려는 최후의 의지입니다. 유기된 아기를 살리려는 취지로 설치됐는데, 역으로 베이비박스가 아동유기를 조장한다는 얘기는 함부로 안 했으면 좋겠어요.”

베이비박스가 처음으로 설치된 해는 2009년이다. 서울시 관악구 소재 주사랑공동체 담임인 이종락 목사가 처음으로 시작했다. 그는 지난 2016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추운 겨울 새벽에 교회 대문 앞에 버려진 신생아를 잘 부탁해달라고 한 친아버지의 전화가 계기였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서 감동을 받은 이기동 목사는 이종락 목사에게 자문을 구한 뒤,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베이비박스 사역을 시작했다. 지난 2일까지 새가나안교회를 통해 구원받은 아기들은 총 135명이다.

새가나안교회는 베이비박스에 들어왔던 아기들을 입양하기 위해 일시보호소와 일정부분 협의를 거친다고 한다. 이기동 목사는 “아기가 가정 안에서 성경적으로 양육 받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베이비박스의 아기들은 지자체가 운영하는 일시보호소에 입소한 뒤 약 1년 10개월 동안 이곳에 머무른다. ‘고아원·위탁·입양’ 중 아기가 어디로 갈지 결정하기 위한 절차를 밟는 기간인 셈이다.

이 목사는 “주로 교회 성도들 및 관계된 주변인들이 아기들을 입양한다”며 “이 과정에서 아기들은 군포시장의 성(姓)을 따르고 이름은 우리가 직접 지어 호적에 올린다. 누군가는 부담되지 않느냐고 묻지만, 양육을 통한 기쁨을 모르기에 하는 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아기들이 말씀 안에서 양육 받으면 그 중에서 시대적 인물이 나올지 누가 아느냐”고 했다.

하지만 이 목사는 “현재 베이비박스 운영은 합법도, 불법도 아니기에 함부로 권유하기엔 어렵다”고 했다. 베이비박스가 법적 사각지대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정부 지원은 없다. 오직 교회의 자원만으로 베이비박스가 운영된다. 현재 새가나안교회에는 중·장년의 권사들이 24시간 동안 당번제로 상주하고 있다. 언제 베이비박스에 아기가 들어올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기동 목사는 “정부 지원은 바라지 않는다. 우리교회가 감당할 여건이 되고, 양육을 향한 우리 성도들의 순수한 헌신이 퇴색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다만, 교회 차원에서 공동 위탁소 등을 설치해 베이비박스의 아이들을 키우려고 해도 정부 규제가 까다로워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10대 미혼모들의 가출과 임신이 가정문제이자 사회문제이고 나아가 국가문제라면, 정부나 사회는 이에 대한 원인과 대안을 차근차근 따져봐야 한다”며 “현재 국가가 해야 할 일을 교회가 자비를 들여서 하고 있는 상황인데, 오히려 베이비박스가 ‘아동유기를 늘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법적 잣대를 앞세우기보다 생명의 가치를 회복해 우리 사회가 공동체적으로 풀어가고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또한 “외국의 경우엔 법적으로 베이비박스가 허용돼 있다. 여기엔 생명의 가치를 존중하는 문화적 배경이 깔려있다”며 “이는 한 생명이라도 살리고, 동시에 실수로 원치 않는 임신을 하고 아이를 낳았던 미혼모에 대한 배려이기도 하다”고 했다.

현재 미국은 부모가 경찰서나 소방서에 익명으로 아이를 신고하면, 바로 입양이 가능토록 한 일명 '세이프 헤이븐 법'을 마련해 모든 주에서 실시하고 있다. 체코, 독일 등 일부 유럽 국가들도 베이비박스에 들어온 아기들을 6~8주 이후엔, 자동으로 입양 대상자에 올린다. 또한 일본은 유일한 베이비박스 운영단체인 지케이병원에 대해 ’불법이 아니’라고 독려한 바 있다.

끝으로 이기동 목사는 복음적 시각에서 바라본 베이비박스에 대해 말했다. “애굽에서 노예생활을 했던 이스라엘 백성이 유월절을 거쳐 구원받은 것처럼, 비록 베이비박스 아이들이 출생 환경이 좋지 않았더라도 교회가 새로운 인생으로 거듭나도록 돕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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