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목사
김민호 목사(회복의교회)

상당수의 사람들은 사도 바울이 에베소서 5:22에서 “아내들이여 자기 남편에게 복종하기를 주께 하듯 하라”는 말씀을 가부장적(家父長的) 명령으로 오해한다. 상당수의 설교자들도 아내들에게 이 구절을 통해 남편을 향한 절대적 복종 명령이라 가르치곤 한다. 물론 이런 가르침과 아울러 남편들에게 “아내 사랑하기를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사랑하시고 그 교회를 위하여 자신을 주심 같이 하라”(엡 5:25)는 명령을 잊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가르침은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는 여성들에게 그다지 설득력 있는 말씀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상당수 남편들은 아내를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사랑하신 것처럼 사랑하고 있지 않으면서 복종만 강요하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가정에서 아내들의 복종과 남편들의 사랑 가운데 어느 하나도 제대로 실현되고 있지 않다는 현실을 보게 된다. 아내는 남편의 명령이 적절하지 않기 때문에 복종할 수 없다고 한다. 남편은 매사에 복종하지 않고 저항하는 아내가 사랑스럽지 않기 때문에 도무지 사랑할 수 없다 한다. 이런 부부 간 갈등은 곧바로 자녀들의 탈선과 불신앙으로 직결되어 가정은 삽시간에 지옥이 된다. 이것이 오늘날 기독교 가정이 지옥처럼 변하는 흔한 방식이다. 우리는 과연 이 문제의 실마리를 어디서 찾아야 할까? 아내 복종함에서 먼저 찾아야 하는가? 아니면 남편의 사랑에서 먼저 찾아야 하는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먼저 염두에 두어야 할 전제가 있다. 그것은 가정이 우리의 행복을 목적으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상당수 기독교 가정이 여기서 잘못 출발하고 있다. 이것은 불신자들이 생각하는 가정관이고 TV나 드라마가 기독교 가정에 끼친 거짓 가르침이다. 그런데 상당수 그리스도인 남편이나 아내가 이 거짓에 속아 가정의 존재 목적이 행복에 있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그리스도인이라고 하더라도 결혼 후에 결혼생활이 생각처럼 행복하지 않으면 이혼을 생각한다. 그러나 성경은 어느 곳에서도 가정의 목적이 우리의 행복에 있다고 가르치지 않는다. 그러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가정을 주신 목적이 어디에 있다는 것인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존재한다고 가르친다. “너희가 먹든지 마시든지 무엇을 하든지 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하라”(고전 10:31)는 가르침은 가정의 존재 목적에도 동일하게 해당된다. 그러므로 바울은 에베소서 5장에서 아내의 순종과 남편의 사랑을 명령한 후에 이 가르침의 핵심을 “이 비밀이 크도다 나는 그리스도와 교회에 대하여 말하노라”(5:32)고 정리한다.

이렇게 가르치면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하나님은 자신의 영광을 위해 우리를 불행하게 하는 분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왜냐하면 예레미야애가의 말씀처럼 하나님은 “인생으로 고생하게 하시며 근심하게 하심은 본성이 아니”(애 3:33)라고 하셨기 때문이다. 성경의 논리는 가정이 존재 목적이 행복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대로 살면 행복은 선물로 주어진다는 논리다. 사람들의 문제는 목적과 선물을 혼동하고 있다는 데 있다. 먼저 그의 나라와 의를 구하면 이 모든 것이 더하여 진다(마 6:33). 그러나 수단이 우상화되면 거기서 불행과 파괴와 모든 고통이 더해진다.

그러면 성경은 남편과 아내가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가르치는가? 그 핵심은 엡 5:21에 있다. 남편과 아내는 “그리스도를 경외함으로 피차 복종”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아내의 복종은 남편의 명령이 그리스도를 경외함으로(주 안에서) 복종케 할 때 해당된다. 여기서 벗어난다면 남편을 향한 복종은 그 정당성을 상실한다. 왜냐하면 바울은 아내들에게 “교회가 그리스도에게 하듯 아내들도 범사에 자기 남편에게 복종할지니라”(5:24)고 했기 때문이다. 교회와 그리스도는 항상 아버지의 뜻에 부합할 때만 절대적인 복종을 했다.

남편의 명령이 그리스도를 경외함으로 복종케 할 때만 해당된다는 사실은 아내를 사랑하라는 명령에도 잘 내포되어 있다. 바울은 아내 사랑의 핵심을 “이는 곧 물로 씻어 말씀으로 깨끗하게 하사 거룩하게 하시고 자기 앞에 영광스러운 교회로 세우사 티나 주름 잡힌 것이나 이런 것들이 없이 거룩하고 흠이 없게 하려 하심이라”(엡 5:26-27)고 한다. 이는 아내 사랑의 핵심이 아내를 행복하게 해주는 데 있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아내를 향한 남편 사랑의 핵심은 아내를 말씀으로 깨끗하고 거룩하게 하는 데 있다. 이는 신랑 되신 그리스도께서 아내 된 교회를 사랑하는 방식과 일치한다. 남편은 이렇게 말씀으로 깨끗하게 하는 경건한 삶이 자신을 사랑하는 것으로 여겨져야 한다. 여기서 비로소 남편은 아내를 자기 몸처럼 사랑하는 법을 터득하게 된다. 자기 영혼을 진정으로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은 아내도 참되게 사랑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남편의 명령이 그리스도를 경외함으로 복종케 하는 것이 아니라면, 아내는 남편에게 온유함과 겸손과 오래 참음으로 정중하게 거절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남편에게 그리스도를 경외함으로 복종케 하는 올바른 길을 권고할 줄도 알아야 한다. 왜냐하면 아내 순종의 핵심은 남편을 머리로 삼는 데 있지 않고 그리스도께서 교회의 머리됨을 고백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남편과 아내는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여 피차 복종하는 관계가 돼야 한다. 이런 관계가 형성되면 그 가정에는 자동적으로 천국이 임한다. 그리스도의 평강이 임하게 된다. 이것이 하나님께서 가정에 선물로 주시기 원하시는 참 행복의 실체다.

“그리스도의 평강이 너희 마음을 주장하게 하라 너희는 평강을 위하여 한 몸으로 부르심을 받았나니 너희는 또한 감사하는 자가 되라”(골 3:15)

김민호 목사(회복의교회 담임)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민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