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근교회


1. 둥근교회 개척 과정

부천동광교회는 선교하는 교회이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일본, 중국, 북한의 지속적인 사역과 네팔의 학교 설립까지 온 성도가 하나님을 향한 선교적 사명을 잘 감당하고 있다. 그 마음이 청년들에게 이어져 청년부는 ‘인엔아웃(In and Out)’이라는 슬로건으로 모였다가 흩어지는 복음의 사역을 만들어나갔다. 매주 250명 청년이 뜨겁게 예배드리며 모였다가, 말 그대로 민들레 홀씨처럼 흩어진다. 부천 인근에 있는 군부대와 복지시설을 찾아가 봉사하고, 대학 캠퍼스에서 전도지를 나눠주며, 매주 금요일에는 역 주변에서 버스킹을 통해 복음 사역을 이어나갔다.

그러던 중에 부천동광교회를 담임하시는 류 재상 목사님께서 청년들에게 특별한 제안을 하셨다. 청년 중심의 교회를 개척해 보자는 것이다. 청년들이 세상의 틀에 갇히지 않고 스스로 자유롭게 예배하며 생각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을 구상하다가 교회 개척의 비전을 공유한 것이다. 그러면서 청년들에게 설교를 통해 기존의 틀을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도행전 10장에서 하나님은 베드로에게 보자기 환상을 보여주는데, 베드로의 편견을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때 보자기가 영어 성경에는 '네모(square)'라고 나온다. 반대로 청년은 언제나 동그라미처럼 자유롭고, 새롭게 하나님 나라를 세워나가야 한다며 교회 개척을 제안했다.

그 교회가 ‘둥근교회(the round church)’이다. 현재 유한대학교 옆 월드선교원 내에 위치해 있다. 교회 외관과 내부도 둥근교회의 이름과 어울리는 원형이다. 하지만 기존의 오래된 교회 건물과 내부 시설이 노후화되어 청년들의 감각적인 인테리어가 필요했다. 마침 부천동광교회는 청장년 성도들 모두가 뜻을 모아 개척비용의 전부를 감당했다. 교회 예산이 조금도 사용되지 않았다는 것이 흥미롭다. 지금도 기관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헌금을 지속해서 하신다. 이러한 성도들의 기도와 헌금으로 6개월의 준비과정을 거처 2018년 9월 7일, 아무도 사용하지 않아 비어있던 교회에서 7명의 청년들과 함께 개척을 시작했다.

둥근교회

2. 기존 교회와의 차별점

최근 10년간 다음 세대와 청년들이 교회를 떠나가고 있다. 코로나 이전 상황을 보면 한국교회의 청년들은 장년 출석 인원 대비 5%를 넘기지 못하고 있다. 감사하게도 부천동광교회는 그 비율이 10%를 넘어간다. 코로나가 1년 이상 지속되는 가운데에서도 청년들은 매주 200명 가까이 현장 예배를 드리고 있다. 그 이유는 아마도 청년들 스스로가 사역을 만들어가는 구조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담임목사님과 교회 성도들은 청년들의 어떤 사역도 다 존중하고 늘 뒤에서 응원해준다. 그러다 보니 청년들이 더욱 본질적인 사역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둥근교회도 독립적으로 청년들이 원하는 교회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첫 번째는 예배 시간이다. 일반적으로 한국교회 청년예배는 대부분 오후 2시에서 4시이다. 교회 봉사를 다 마치고 지친 몸으로 예배를 드리면 피곤할 수밖에 없다. 그 상태로 나눔과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것은 대단한 집중력 아니고서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둥근교회 공예배시간은 어른들처럼 오전 11시다. 1시간 전 미리 와서 예배 준비를 하고, 자유롭게 티타임을 가지며 서로의 삶을 나눈다.

두 번째 둥근교회 사역은 청년들이 직접 예배를 만들어 간다. 매주 한 명도 제외 없이 순번에 따라 찬양 인도를 진행하고, 교회 청소와 주보, 꽃꽂이 장식 등 모든 것을 청년 스스로 만들어나간다. 지금은 코로나 19로 중단되었지만, 이전에는 주일 예배를 마치고 팀을 나눠 점심을 만들어 먹고, 오후에 GBS를 진행했다.

세 번째로는 양육이다. 둥근교회는 정기적으로 자체 제작한 교재를 활용해 새가족(제자학교) 양육을 한다. 둥근교회 모든 청년이 다 새가족 리더이고, 제자들이기 때문에 여러 번 반복하면서 교육을 받고 있다 매주 수요일 저녁 9시에는 줌(zoom)을 통해 성경공부를 한다. 큰 교회에서는 소수가 신청하여 양육하지만, 둥근교회는 가족 같은 끈끈함이 있어 대부분 청년들이 함께 참여한다. 비대면이지만, 조금도 그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 장점이다. 이 외에도 주변의 대학 캠퍼스 선교단체와 교제하며 장소를 대여하고, 지금은 코로나로 중단되었지만, 매월 한 번씩 영화상영도 진행했다.

3. 청년 인터뷰

Q1. 먼저 자신에 대한 간략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공공의료사업단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둥근교회 표진실 청년입니다. 교회 창립 당시에 최정훈 목사님의 권유로 둥근교회로 오게 되었고 지금까지 이곳에서 신앙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Q2. 둥근교회에 대한 소개 및 다른 교회와 차별화되는 강점을 말씀해주십시오.

둥근교회는 청년들 위주의 교회입니다. 물론 믿음의 선배인 어른들의 지식과 지혜도 필요하지만, 청년들끼리 스스로 만들어나가는 힘이 있습니다. 청소부터 예배 준비, 헌금, 프로그램, 식사 준비까지 청년들이 직접 교회를 이끌어 가고 있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서로의 신앙생활을 격려할 수 있었고, 저도 신앙적으로 더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기존 교회의 청년부도 어느 정도는 가능하겠지만, 둥근교회는 더 자유롭고 마음껏 사역을 만들어나갈 수 있습니다. 특히 목사님께서 저희를 잘 지도해주시기 때문에 이런 사역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Q3. 요즘 청년들(MZ세대)의 트렌드(변화)에 대해서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같이 일하는 동료 중, 어린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좀 더 효율적인 것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말 그대로 가성비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제가 예능 프로그램 하나를 추천했는데, 다 보기엔 너무 길어서 유튜브로 편집된 부분만 보겠다고 하더라고요. 1시간이 넘는 프로그램 하나를 다 보는 것은 귀찮고 시간을 소모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현장에서 예배를 드리지 않는다면, 현실적으로 긴 시간을 들여 비대면 예배를 드리는 건 힘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4. 청년들이 가지고 있는 (한국)교회에 대한 시각과 자신의 견해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두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주변의 비 기독교인 청년들은 대체로 교회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저 또한 일상생활에서 나 자신이 크리스천이라고 부끄러워한 적은 없습니다. 아마도 건강한 교회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겠죠? 오히려 뉴스와 기사를 보면서 스스로가 한국교회를 부끄러워 한 적이 많은 것 같습니다. 두 가지가 다 있어요. 비판해야 할 것도 있지만, 세상에 자랑할 교회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Q5. 최근 많은 청년이 교회를 떠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아마도 지쳤을 거예요. 처음에는 사명인 줄 알고 시작했다가, 나중에는 하나님의 일이 아니라 사람의 일이라고 느끼면서 마음이 흔들릴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러면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데, 일부 권위 적인 분위기 때문에 뒷걸음을 치다가 교회를 떠나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감사하게도 둥근교회는 다들 사명을 가지고 즐겁게 교회를 섬기고 있습니다.

Q6. 끝으로 교회와 목회자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말씀해주십시오.

저는 둥근교회가 너무 좋아요. 교회가 아직 크지 않다 보니 서로에 대해 더 잘 알고 있고, 진짜 가족 같은 느낌이 들 때도 많습니다. 한가지 예로 목사님이 광고 시간에 누가 신발을 샀다, 누가 핸드폰을 바꿨다 등 엄청 사소한 것들까지 언급해 주시는데요. 처음에는 부끄러웠는데 나중에는 가족들 앞에서보다 더 신나서 자랑하고 이야기하고 있더라구요. 목사님께 감사드리고 지금처럼 둥근교회 잘 이끌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둥근교회

4 나가는 말

부천동광교회를 담임하는 류재상 목사님은 둥근교회 개척을 제안하며 ‘교회가 교회를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계속해서 1호, 2호 교회들이 세워지기를 바라셨다. 최근에도 부천동광교회는 같은 교단의 미자립교회인 보광교회에 안수집사 두 가정을 보내어 장로 임직식을 가졌다. 둥근교회도 마찬가지다. 개척한 지 대략 2년 가까이 되면서 2배 이상 인원이 늘고 있다. 비록 코로나19로 인해 적극적인 전도와 소모임을 갖지는 못하지만 고무적이라 본다. 이제는 둥근교회는 또 다른 청년 중심의 교회를 개척하는 비전을 품고 있다. 바울의 전도처럼 틀에 정해진 네모가 아니라, 동그라미처럼 언제나 자유롭게 교회를 세우고 복음을 전하는 둥근교회가 되기를 바란다.

최정훈 목사는 숭실대학교 성서신학과 (Th.M),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M.Div.)을 졸업하고 현재 부천동광교회 부목사(둥근교회 담당)로 사역하고 있다.

*이 글은 최정훈 목사가 월간 교회성장 2021년 05월호 특집 ‘MZ세대에 주목하다’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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