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대한민국의 공교육에서 '종교교육'은 없습니다. 기독교재단이 운영하는 중고등학교에서도 '기독교 교육'은 제한받습니다. '공'교육과 '사'교육은 전혀 다른 영역이기만 할까요? 이 문제에 대하여 최근 정일웅 박사(전 총신대 총장)가 『교육신학자 코메니우스와 형제연합교회의 신앙』이라는 책에서 현실적이고 실천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본지는 이 책이 전하는 내용을 기반으로 기독교교육의 방향성에 대한 논의를 함께 해보고자 합니다.

정일웅 박사
정일웅 박사. ©혜암신학연구소 영상 캡쳐

한스큉에 따르면 중세인들이 진리를 탐구하던 두 개의 책 '자연의 책'과 '성서의 책'은 근대인에게서는 다른 책으로 대체되었다. 곧 '세계라는 책'과 '자아라는 책'이다. 근대 이후로 종교는 사사화의 길을 걸었고, 철학과 신학의 간격은 벌어졌다. 종교교육은 공교육에서 자연히 분리되었다.

한국의 경우 종교교육은 공교육에서는 원칙적으로 배제되어 있고, 기독교 사립학교에서도 종교교육이 위기를 맞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국내 사립 중고등학교에서 종교과목을 필수과목으로 이수하게 할 수 없다. '공'교육과 '사'교육의 차이는 무엇인가? '공교육'은 보다 공적이고 필수적인 교육이라는 뉘앙스가, 그리고 '사교육'은 상대적으로 선택적이라는 뉘앙스가 있다. 박상진은 「공교육제도 내에서 기독교학교의 방향」에서 공교육과 사교육의 차이점에 기반한 방향성의 문제를 고민하면서 "종교교육을 포함한 사교육이 얼마든지 공공성을 지닐 수 있음을 강조할 필요가 있고, 공교육도 객관적이고 가치중립적인 교육이 아닐 수 있음을 드러내는 작업도 필요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일웅 박사에 따르면 세계 공교육의 현장에서 종교교육은 한국과 같이 아예 이분법적으로 배재되어 있지 않다. 그는 『교육신학자 코메니우스와 형제연합교회의 신앙』에서 유럽, 미국, 아시아 각국의 공교육 현장에서 종교교육이 이뤄지고 있는 내용을 다루었다. 이 부분을 약술하면 아래와 같다.

독일의 경우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12년 과정에 성경교육과 기독교종교교육이 필수로 포함되어 있다. 여기에는 독일 문화의 기저에 뿌리내리고 있는 기독교 전통도 큰 연유를 차지하고 있겠지만, 정일웅 박사에 따르면 비단 과거 전통 때문만은 아니다. 정일웅 박사는 독일의 종교교육의 이유를 "인간의 인성 형성과 인성회복 교육의 중요성"을 독일 공교육이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라 밝혔다. 그 근거로는 공교육의 종교교육은 '삼위일체 하나님에 대한 신앙고백'과는 구별되고 있기 때문이다. 신앙고백은 교회의 종교적 행위이고, 공교육에서 실시하는 종교교육은 "국민의 윤리적, 도덕적 가치의 기본이해"를 위함이다. 인간의 이성을 절대화하기보다 존재에 대하여 사유하고 이에 대하여 종교가 가진 통찰을 알려주어 결론적으로 올바른 인성을 가지게 돕기 위함이다.

정일웅 박사는 아시아의 나라들도 각기 공교육 현장에서 종교교육이 병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일본은 신토이즘(천황숭배사상)의 다신적인 종교사상을 공교육에서 배우게 하고 있으며, 중국은 공산주의 이념을 종교화하여 공교육에서 교육하고 있으며, 이슬람세계에서는 이슬람교를 가르치며, 현대 인도네시아는 5대 고등종교(기독교, 천주교, 불교, 힌두교, 이슬람)을 공교육에 반영"하고 있다.

정일웅 박사는 특히 북한까지도 종교교육을 하고 있음을 언급하였다. 북한의 주체사상은 인간을 신격화하고 종교화한 체계이다. 북한의 주체사상은 특정한 지역과 특정한 대상에 한정된 사상일 뿐이긴 하지만, 그러나 정일웅 박사는 북한마저도 "종교의 필요성을 생각하고 다음세대의 교육에 적용하는" 모습에 주목하면서, "어떤 종교적 가치도 공교육에서 인정하고 있지 않는 무신론적인 한국정부의 교육관의 태도와는 너무 대조적"이라고 일갈했다.

한편 미국의 경우에 대해서 정일웅 박사는 간략히 서술했는데, 미국은 현재 인본주의적인 사고의 물결로 인해 공립학교에서의 종교교육이 배재되는 방향으로 가다가, 최근 "트럼프 정부가 종교교육을 미국의 공교육에서 병행하는 방향으로 전환을 시도하는 것으로 이해한다"고 밝혔다.

정일웅 박사는 오늘날 한국사회의 상황에서 독일과 같은 방식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인도네시아 방식의 종교교육이라도 도입되길 바란다고 밝히면서, 우리 다음세대들은 공교육에서 종교와 성경을 배울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계속)

참고한 책

-박상진, 「공교육제도 내에서 기독교학교의 방향」 (장신논단)

-정일웅, 『교육신학자 코메니우스와 형제연합교회의 신앙』 (범지출판사)

-한스 큉, 『신은 존재하는가』 (분도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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