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구 교수
이승구 교수 ©기독일보 DB

이승구 교수(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 한국복음주의신학회 회장/조직신학)가 최근 TGC 코리아 복음연합 홈페이지에 ‘타락한 우리가 어떻게 하나님을 믿게 됐을까’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이 교수는 “모든 인간은 첫 인류 아담의 첫 번째 범죄로 말미암아 인간성 전체가 오염되어서 그 스스로의 능력으로는 도무지 하나님을 향해 나아가지도 못하고, 진리의 빛이 비쳐도 그것을 깨달을 수 없다(요1:5, 10)”며 “그리고 그 빛을 향해 나아오지도 않는다(요3:20). 이 무서운 타락의 현실을 생각할 때, 이 세상에 빛으로 오신 예수님을 믿는 사람들이 이 세상에 있다는 것은 우리로 하여금 ‘우리는 과연 어떻게 예수님과 하나님을 믿게 되었을까?’라는 질문을 하게 한다”고 했다.

이어 “첫째로, 인간은 타락하지 않았으며, 혹시 타락했어도 하나님을 알고 추구하며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는 일에는 별 지장이 없다는 생각이 있다”며 “사람들은 부족해도 하나님의 뜻에 순종할 수 있고, 그렇게 스스로의 힘으로 하나님의 뜻을 수행하여 구원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안타깝게도 오늘날은 이런 생각과 이것의 변용이 온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과학 기술의 발전과 인간의 합리성과 합리적 의사소통 방식을 의지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서 인간이 가진 모든 문제를 인간 스스로 극복할 능력이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인본주의적 상담학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은 힘을 합치면 문제를 능히 극복해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며 “혹시 뜻대로 안 되어도 그런 방향으로 가는 것이 인간이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고 했다.

또한 “이런 세계관에 의하면, 인간이 하나님을 믿는 것도 자신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한다”며 “스스로의 의지와 능력으로 하나님을 선택해서 믿고, 순종하면 구원을 얻게 되고, 그렇지 않으면 구원 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을 펠라기우스 사상(Pelagianism)이라고 한다. 이것은 타락의 심각한 결과를 말하는 성경의 선언과 대조되어 오래전부터 이단시됐지만, 역사 안에서 계속 존재해왔다”고 했다.

그는 이어 “둘째는, 인간은 타락했으므로 스스로의 힘으로는 하나님께 순종할 수 없지만, 그래도 하나님께서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으로 우리의 원죄와 그 결과를 해결해 주시면, 우리의 그 순종이 구원에 작은 역할이라도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이 있다”며 “예전에는 천주교회(Roman Catholic Church)가 이런 생각을 널리 펼쳤다. 그래서 종교 개혁 시기에 이런 천주교적 사유 방식과 구원 이해를 반(半)펠라기우스 사상이라며 종교개혁자들은 강하게 지적했다”고 했다.

또 “성경이 말하는 타락의 심각성을 철저히 받아들이는 개신교의 교회는 믿기 이전은 물론이거니와 믿은 후에도 사람은 늘 부족하고 흠이 많아 아무리 순종을 잘해도 우리가 하나님 앞에 설 자격이 없고, 우리는 오직 그리스도의 온전한 순종의 공로만을 의지할 뿐이라는 것을 강조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안타깝게도, 오늘날 이런 철저한 개신교의 입장에 충실하지 않으면서 그저 교파적으로 개신교 안에 머물러 있는 이들이 늘어가고 있다”며 “이들은 예수님의 구속 행위와 하나님의 은혜를 강조하면서도, 천주교회에서 주장하는 것과 유사하게 성령님의 능력 가운데서 우리가 하나님께 순종하는 모든 것이 고려되어서 마지막 날에 최종적 칭의를 인정받게 된다는 주장을 한다”고 했다.

이어 “이로 인해 개신교 내에 분열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는 결국 천주교회의 전통적 가르침에 좀 더 가깝게 가려는 사람들과 성경의 원리에 충실했던 개신교의 본래적 칭의 이해를 고수하는 사람들 사이의 내적 분열이다. 종교개혁이 일어난 근본적 이유를 부정하는, 이와 같은 일이 개신교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은 매우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했다.

이 교수는 “성경의 가르침을 토대로 생각해보면, 그저 하나님의 자비로, 타락한 우리가 하나님을 믿게 된 것이다. 우리에게 믿을 수 있는 어떤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순전히 하나님의 자비 때문에 우리가 지금 여기서 하나님을 믿는 것”이라며 “그러므로 우리는 하나님의 자비에 대해서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타락한 우리는 그 어떤 상황에서도 하나님을 믿고 따르지 않을 사람들인데 하나님께서 그의 자비로 우리가 믿도록 만들어 주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가 하나님을 믿도록 해주신 그 분의 놀라운 자비에 대한 찬양과 감사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바울이 비시디아 안디옥에서도 복음을 전할 때, 누가는 ‘영생을 주시기로 작정된 자는 다 믿더라’(행13:48)라고 말한다”며 “영생을 주시기로 작정된 사람들은 반드시 십자가의 구속을 믿는다는 것을 우리는 성경과 역사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그가 먼저 우리를 사랑하셨다’(요일 4:19)라고 하셨고, ‘사랑은 여기 있으니 우리가 하나님을 사랑한 것이 아니요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사’(요일 4:10)라고 하신 말씀에 언급된 그 하나님의 사랑도 이미 창세전부터 있었음을 배운다”며 “그러므로 존 칼빈의 말처럼, 과거의 좋은 신앙의 선배들과 함께 지금 여기에서 나타나는 우리의 믿음이 창세전에 있던 선택의 증거라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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