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덕 박사
김상덕 박사가 5일 한국실천신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한국실천신학회 줌 영상 캡처

한국실천신학회가 5일 ‘사회적 재앙과 위기상황에서의 교회와 실천신학의 과제’라는 주제로 제79회 정기학술대회를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이날 김상덕 박사(명지대 객원교수, 실천신학,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연구실장)는 ‘코로나19 팬데믹과 공공성, 그리고 한국교회’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김 박사는 “대전환의 시대에 놓여 있다. 2020년 인류사회는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거친 풍랑 속에 표류 중이다. 비말을 통한 쉽고 빠른 감염경로와 약 2주간의 잠복기, 예측불가능한 변형 등의 문제로 방역 및 치료에 난항을 겪고 있는 현실”이라며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은 우리 삶의 ‘당연한 것’(normal)들을 ‘당연하지 않은 것’(new normal)으로 바꿔놓았다. 원격 회의와 재택근무, 랜선 라이프 등이 일상이 되고 있다. 인터넷 주문이나 배달 업체를 이용한 삶의 방식이 당연한 일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마스크는 삶의 일부가 되어 가는데 마스크 착용에 대한 언쟁이나 갈등도 종종 일어난다. 낯선 사람에 대한 인식의 여부는 부정적이고 기피해야 할 대상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코로나19 위기는 전지구적인데다 그 문제의 층위 또한 매우 복잡하다”며 “이 상황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예측들이 점차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어쩌면 ‘포스트 코로나’를 논의하기엔 이른 감도 없지 않다. 방역과 공동체의 안전을 위해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할 때인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 대해 두 가지 서로 다른 신학적 입장과 해석이 있다”며 “먼저 하나님의 통치와 섭리를 강조하며, 모든 고통에는 그에 따른 이유가 있음을 강조한다. 존 파이퍼(John Piper)는 코로나19 팬데믹이 하나님께서 인류의 죄악을 깨닫게 하기 위한 것임을 강조하며, 분명 어려운 시기이지만 이 계기를 통하여 개인적 회개와 구원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했다.

그리고 “또 다른 입장은 고통의 원인이나 이유에 대해선 섣부른 판단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유보적인 견해를 지닌 신학자들이다. 톰 라이트(Tom Wright)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속에서 하나님의 뜻과 고통의 원인 등을 쉽게 판단하지 말아야 하며, 오히려 코로나19로 인해 고통 받는 사람들과 함께 애통하는 것에 더 초점을 두어야 하고, 더 나아가 개인적 연대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일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한다”고 했다.

그는 “이 두 상이한 입장은 코로나19 라는 구체적 상황에서 그 강조점과 실천의 방향에서 차이를 가져온다. 첫 번째 입장은 코로나19와 같은 재난의 원인을 죄와 심판의 문제로 이해하고 있으며 회개와 구원을 강조한다. 두 번째 입장은 재난과 같은 원인에 대해 섣부른 판단을 유보하고 대신 현 상황을 해결하고 고통 받는 사람들과 연대할 것을 강조한다”며 “전자는 종교적 해석과 대안을 제안하고, 후자는 사회적인 상식과 함께 현실적 실천을 강조한다”고 했다.

이어 “우리가 재난이라고 하는 특별히 ‘바이러스’와 같은 재난이 발생한 이유에 대해서 적어도 쉽게 신학적 해답을 제시하려고 하는 오만함은 피해야 한다”며 “누군가 자신의 생각을 하나님의 뜻이라고 단정지어 말하거나 다른 이에게 전할 때 그것이 초래할 결과의 무게가 얼마나 큰 것인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 “혼란의 시대, 일부 목회자들이 하나님의 뜻을 대언하듯이 확신에 찬 말과 행동들로 인하여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받거나 하나님을 오해하게 하는 일들이 반복되지 말아야 한다”며 “오히려 우리 인간이 모든 것을 알 수 없으며 그래서 더욱 인류는 창조주 앞에 겸손해야 함을 보여주는 것이 미덕이 아닐까 돌아봐야 한다. 그렇지 않을 때, 종교는 스스로 신이 되려고 하고, 종교 지도자는 교주가 되며, 사회적인 상식과 타자에 대한 이해도, 공감능력도, 현실감각마저도 잃어버리게 되고 만다”고 했다.

김 박사는 “한국교회의 위기를 설명하는 많은 개념과 용어들이 있지만, 코로나19 국면 속에서 드러난 한국교회의 위기는 바로 ‘공공성’의 위기”라며 “한국교회는 코로나19와 같은 사회적 재난을 죄와 심판 등의 단순하고 교리적인 관점으로 너무도 쉽고 섣부르게 판단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려고 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어 “정부의 방역지침이나 과학적 근거에 따른 위생, 보건, 의료 체계들을 신앙의 이름으로 무시하거나, 정부의 비대면 예배에 대한 권고 조치를 교회를 핍박하는 것으로만 이해하는 방식의 관점으로는 오늘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위기 상황을 극복해 나가는데 도움이 되질 않는다”며 “오히려 사회적 상식과 어긋난 비합리적이고 이기적인 사교집단으로 전락하기 십상”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공공성이란 무엇인가. 오늘의 한국사회라는 현장 속에서 ‘교회 밖’의 세상 속에서도 하나님의 정의와 평화를 실천하기 위한 교회의 사명과도 같다”며 “복음이 이 세상과 무관한 것이 아니라, 이 땅 가운데 오신 예수님처럼 이 땅에 발을 딛고 사는 모든 사람들, 특별히 고통 가운데 있는 사람들에게 기쁨의 소식이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우리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어떻게 해야 우리의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었을까. 전세계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는 초유의 상황 가운데 교회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라고 했다.

그는 “구약의 지혜서인 욥기는 우리 인생의 고통의 문제들은 인류의 지식 밖에 위치한 영역의 문제임이며 섣부르게 판단하거나 조언하지 말 것에 대해 말한다”며 “어쩌면 여기서 신앙이란 우리 이해의 영역을 벗어난 상황 속에서도 여전히 하나님의 공의와 정의는 실현될 것을 믿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했다.

이어 “하나님이 선하시고 공의로우심을 믿는다면, 오늘 벌어지는 불의와 부조리에 대해 ‘모든 고통엔 이유가 있지. 결국 하나님의 심판이야’라는 친구들의 섣부른 대답 대신, ‘하나님 어째서 이런 고통이 일어났습니까. 이것이 정녕 하나님의 뜻인가요’라고 의심하고 질문하는 것이 더 성숙한 태도일지도 모른다”며 “그 회의적 신앙(skeptic faith)이야말로 현실의 다양한 문제들을 ‘간편하게’ 하나님 탓으로 돌리지 않고 우리의 문제와 해결 방식을 끊임없이 고민하게 할 것이고, 역설적이지만 하나님의 공의를 포기하지 않는 희망을 논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이제라도 한국교회가 욥의 친구들이 했던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섣부르게 판단하기보다 고통 받는 자와 함께 하는 것, 스스로 모든 것을 다 안다고 주장하여 하나님이 되려고 하기보다, 겸손하게 하나님의 뜻과 때를 구하며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부터 겸손하게 실천하는 것이야말로 이 시기에 교회가 감당해야 할 공적 역할이 아닐까 생각해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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