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녁의 바다
황혼녁의 바다 ©유해석 목사

1990년 만 29세에 복음을 들어보지 못한 무슬림들에게 복음을 전하고자 이집트의 가난한 지역에 들어가서 살기 시작하였다. 첫날 밤 잠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온몸이 가려워서 침낭을 들추었더니 빈대들이 돌아다녔다. 몸의 앞부분만 약 60군데 물렸다.

가난한 동네에서 사는 것은 쉽지 않았다. 너무 힘들어서 선교사역을 포기하고 이집트를 떠나려고 할 때, 이른 새벽에 이 말씀을 읽었다. “그는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나 하나님과 동등 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시고 오히려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지사 사람들과 같이 되었고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사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으심이라”(빌 2:6~8)

이 말씀을 통해 예수님의 문화적 성육신을 생각하였다.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 깨끗한 한국에서 살다가 지구 반대편 아프리카의 가난한 곳에서 사는 것이 이렇게 힘든데, 인류를 구원하시기 위하여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은 문화적으로 얼마나 힘드셨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피조물에게 30년을 배우시고 3년 동안 사역하시고 올라가셨다는 사실이 감동으로 다가왔다.

유해석 선교사(FIM국제선교회 대표)
유해석 목사(FIM국제선교회 대표)

그 후 기도하면서 평생 무슬림들을 위하여 살기로 결심하였다. 그러나 본격적인 사역을 시작할 무렵 말라리아에 걸렸다. 단순한 독감인 줄 알고 침낭에서 수 주 동안 누워있었다. 정신이 오락가락하면서 왼쪽 귀가 아파서 죽을 것만 같았다. 나중에야 왼쪽 청각의 80%를 잃었다는 것을 알았다. 말라리아에 걸려서 사경을 헤맬 때, 이대로 죽어 주님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알프리드 테니슨(Alfred Lord Tennyson)의 시 ‘사선(死線)을 넘어서’를 암송하곤 했다. 이제 만 60세를 맞이하는 새해 첫날 테니슨의 고향 영국에서 석양의 노을을 바라보며 이 시를 다시 암송해 본다.

사선(死線)을 넘어서

해는 지고 저녁 별 반짝이는데
날 부르는 맑은 음성 들려오누나!
바다 향해 머나먼 길 떠날 때에는
이별의 슬픔일랑 없기 바라네.

움직여도 잠자는 듯 고요한 바다
소리 거품 일기에는 너무 그득해
끝없는 깊음에서 솟아난 물결
다시금 본향을 향해 돌아갈 적에.

황혼에 들려오는 저녁 종소리
그 뒤에 밀려오는 어두움이여!
떠나야 할 배에 내 몸을 맡길 때
이별의 슬픔일랑 없기 바라네.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넘어
파도는 나를 멀리 싣고 멀리 갈지나
나 주님 뵈오리 직접 뵈오리
머나먼 저 세상 다다랐을 때.

Crossing The Bar

Sunset and evening star,
And one clear call for me.
And may there be no moaning of the bar,
When I put out to sea,

But such a tide as moving seems asleep
Too full for sound and foam,
When that which drew from out the boundless deep
Turns again home.

Twilight and evening bell,
And after that dark:
And may there be no sadness of farewell,
When I embark;

For tho' from out our bourne of Time and Place
The flood may bere me far,
I hope to see my Pilot face to face,
When I have crost the bar.

유해석 목사(FIM국제선교회 대표, 총신대학교 전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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