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에서 민주당의 조 바이든 후보가 승리를 거두었다. 미국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조 바이든은 긴급 성명을 통해 “민주주의가 미국인의 심장 깊은 곳에서 뛰고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며 “분노와 거친 표현를 중단하고 하나의 나라로 뭉칠 때”라는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했다. 대선 과정에서 미국사회가 심각한 분열 양상을 보인 것을 의식하며 포용과 통합을 강조한 것이다.

미국 대선은 투표권이 있는 국민이 직접 투표해 대통령을 선출하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선거인단에 의한 간접 선거방식이다. 선거인단 총 538석을 주별로 인구수와 독립적인 주로서의 위치를 감안해 나누고 한 주에서 한 표라도 더 많이 나온 후보가 배당된 선거인단의 수 전체를 확보하는 이른바 ‘승자독식주의’ 선거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따라서 대선에서 최다 득표를 한 후보가 반드시 승리하지 않는다.

미국 대선에서 과반수 득표에 실패한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한 경우가 모두 네 차례 있었다. 그 중 가장 최근인 지난 2000년 대선의 경우 공화당의 조지 부시와 민주당의 엘 고어가 경합했는데 당시 엘 고어는 부시보다 많은 득표를 하고도 신속히 패배를 선언했다. 이것이 미국식 선거제도의 전통이요 강점이다.

대선 승리를 공식화한 바이든은 트위터에서 “위대한 나라를 이끌도록 선택해줘 영광”이라며 “모든 미국인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불복하겠다는 입장이다. 트럼프는 바이든의 승리 보도가 나온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바이든이 성급하게 거짓으로 승자 행세를 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내가 아주 많은 차이로 선거에서 이겼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캠프 측은 법원에 대선 투표의 절차를 문제 삼아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나 앞서 조지아주 등 주요 경합 주에서 기각당한 예로 볼 때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이미 모든 언론이 바이든의 승리를 선언한 마당에 현실적으로 선거 불복을 선언한들 그의 입지를 더욱 초라하게 만드는 모양새다. 또한 공화당 내에서나 백악관 참모들까지도 패배를 인정하는 분위기에서 트럼프 홀로 법적 소송으로 역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여건이다.

트럼프는 4년 전에 위대한 미국 재건을 바라는 백인들과 보수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의 절대적인 지지로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그러나 지난 4년 동안 숱한 막말을 쏟아내며 지도자로서의 품격을 스스로 떨어뜨린 점과, 러시아 스캔들 의혹, 반 이민정책, 미·중 관계 악화 등 미국 우선주의로 인한 외교 갈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특히 임기 막판에 자신도 확진자가 될 정도로 코로나19 대응에 실패한 것이 결정적으로 재선 가도에 발목을 잡았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패인은 대통령으로서 미국사회에 분열을 일으킨 책임이다. AP통신 등 주요 언론들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정연설을 일컬어 미국사회를 내 편과 네 편으로 나누는 ‘분열의 연설’(state of the disunion)’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지지층을 탄탄하게 결집시키는 것은 정치에서 매우 중요한 전략이다. 그러나 단지 전략의 차원을 넘어 국민 분열을 통치의 수단으로 삼게 되면 그 폐해는 여간 심각해지는 게 아니다. 더구나 세계 최강국인 미국의 대통령이 모든 정책마다 ‘편 가르기 전략’을 쓰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미국 사회에 치유하기 어려운 후유증을 남기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자유와 평화로 이룩한 미국식 민주주의의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는 문제이다.

우리나라의 정치 현실도 다르지 않다. 우리 편에 대해서는 한없이 관대하고 상대방에게는 가혹한 ‘내로남불’식 정치는 ‘편 가르기’의 전형이다. 내 편은 항상 옳고, 네 편은 무조건 틀리다는 진영 논리, 진영정치도 마찬가지다. 정의와 공정이 있어야 할 자리에 불의와 불법을 올려놓고도 이를 ‘적폐청산’ 또는 ‘개혁’이라 부르며 무비판적으로 맹종하고 숭배하는 집단 최면적 정치 양태야말로 민주주의를 갉아먹는 좀 벌레나 다름없다.

‘편 가르기’가 선거에 있어서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매력적인 전략이라 하더라도 선거가 끝나고 나면 완전 결별하고 미련 없이 쓰레기통에 던져버려야 한다. 열광적인 지지를 보낸 사람도 반대표를 던진 사람도 다 같은 국민이라는 명제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대통령 당선자인 바이든이 대선에서 현직 대통령인 트럼프와 대비된 장면이 바로 이것이다. 바이든은 대국민 연설에서 “분노와 저주를 내려놓읍시다. 이제 하나의 나라로 단합해서 치유할 때입니다. 쉽지 않겠지만 노력해야 합니다”라고 했다.

미국은 이제 새로운 시대의 출발대 앞에 섰다. 그 여정이 앞으로 순탄할지 험난할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으나 지도자와 그 지도자를 탄생시킨 국민이 분열의 엉킨 실타래를 함께 풀어 갈 일만 남았다. 미국 대통령 선거가 시사하는 바는 대선이 끝난 지 4년이 되 가도록 여전히 국민을 상대로 편 가르기, 진영정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의 정치현실에 분명 타산지석(他山之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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