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현 박사
조용현 박사가 발표를 하고 있다. ©장신대성서학연구원 줌 영상 캡쳐

장신대 성서학연구원(원장 소기천 교수)가 5일 오후 제104회 성서학연구원 심포지엄을 온라인 화상회의 앱인 ‘줌’(ZOOM)을 이용해 개최했다. 이날 조용현 박사(안양제일교회 부목사, 한일장신대 강사)가 ‘구약성경의 부자와 한경직 목사의 부자에 대한 이해’라는 주제로 설교했다.

조 박사는 “지난 수십 년간, 부와 가난은 구약 학계에서 중요한 주제로 다뤄져 왔다”며 “사무엘 아담스(Samuel L. Adams)가 제시한 바와 같이, 구약성경의 부와 가난에 대한 연구는 먼저 재화의 공정하고 균등한 분배를 옹호하는 정의의 원칙 둘째, 가난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의 편에 서는 하나님 셋째, (사람을) 타락시키는 돈의 본질과 사람을 신실한 삶에서 어떻게 벗어나게 하는지에 대한 경고 넷째, 불멸이 가난 때문에 고통 받는 정의로운 사람들에게 영원한 위로를 제공한다는 신생 믿음이 묘사된 유대교와 기독교의 특정 본문들”이라고 했다.

이어 “구약성경에는 특별히 가난과 관련해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구제를 강조하거나 사회 정의의 회복을 추구하는 본문이 자주 등장한다(출22:25, 레25:1~26:2; 암 2:6~7; 미 2:2, 8~9; 호 11:7~9 등)”며 “이러한 본문에서 부자는 가난한 사람(들)과 대조되며 경제적 재화를 많이 소유한 사람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구약성경에서 부자는 단순히 돈이나 물질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만 묘사되지 않는다. 부자는 자신이 소유한 경제적 재화를 바탕으로 정치적, 사회적 권력을 지닌 지배 계층으로 묘사된다. 더 나아가 부자는 자신의 부도덕한 행동과 비윤리적인 삶으로 비판을 받는 인물로 나타난다”고 했다.

또 “‘아쉬르’는 구약성경에서 기본적으로 재물을 소유한 사람이나 집단을 뜻하는 경제적 용어로 사용되지만, 동시에 소유한 재물을 바탕으로 권력을 행사하는 지배 계층을 가리키는 사회·정치적 용어로 기능한다”며 “더 나아가 구약성경은 아쉬르에 대한 객관적 사실만을 전달하기보다는 그들이 윤리 덕목을 실천하는 데 실패한 도덕적 행위자에 초점을 맞추어 그들의 부도덕함과 불의를 예리하게 비판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경직 목사의 부자에 대한 70편의 설교 중 자주 반복되는 본문은 누가복음 12장 13~21절의 예수의 ‘어리석은 부자’ 비유(16회), 사무엘하 12장 1~4절의 나단의 ‘부자와 가난한 자’ 비유(11회), 마태복음 19장 16~30절(평행본문. 막 10:17~31, 눅 18:18~30)의 ‘재물이 많은 청년’(6회), 누가복음 16장 19~31절의 예수의 ‘부자와 나사로’ 비유(5회) 등”이라고 했다.

그는 “한경직 목사가 부자와 관련된 설교를 할 때 그는 부자를 기본적으로 재물을 많이 소유한 사람으로 이해했다”며 “이렇게 재물을 소유한 사람으로 부자를 이해하는 것은 앞서 살펴본 부자의 우리말 정의, ‘재물이 많아 살림이 넉넉한 사람’과 ‘아쉬르’가 경제적 용어로 사용될 때의 의미, 즉 많은 양의 재물을 소유한 사람이라는 의미와 일맥상통한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한경직 목사는 부자를 재물을 소유한 사람으로만 이해하지 않는다”며 “한경직 목사는 그의 설교에서 부자를 단순히 재물만 소유하고 있는 순수한 경제적 계층이 아니라 권력을 지닌 지배층과 연결시켰다. 이는 구약성경의 ‘아쉬르’가 사회정치적 권력을 소유한 지배 계층을 뜻한다는 앞선 연구와 연결된다”고 덧붙였다.

또 “한경직 목사는 부자를 사회, 정치적 권력을 소유한 지배 계층으로 이해하면서 한국교회, 특별히 대형교회가 구약성경의 ‘아쉬르’와 같이 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했다”며 “큰 교회, 즉 소위 대형교회가 빠질 수 있는 교만을 ‘부잣집 행세’와 ‘부자행세’로 비유한 점은 그가 부자를 재물만 많이 소유한 사람(들)로 이해하지 않았다는 점을 증명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경직 목사는 부자가 마치 자신이 소유한 재물 때문에 교만해져서 남을 무시하고 자신의 도덕성을 과대평가하듯이 대형교회도 그것에 속해 있는 많은 교인과 소유하고 있는 헌금이나 재산 때문에 교만해져서 자신의 의로움을 앞세우며 정작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무시하는 잘못을 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며 “비록 한경직 목사가 직접적으로 ‘힘’이나 ‘권력’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재물의 소유는 곧 힘의 소유로 연결되기 때문에 힘이 없고 연약한 사람들을 상대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대형교회의 교만을 경고했다”고 했다.

더불어 “한경직 목사는 부자가 갖고 있는 탐심을 경고하기 위해 누가복음 12장 13~21절의 ‘어리석은 부자’ 비유에 관해 설교했으며 이 본문은 부자와 관련해 한경직 목사가 가장 많이 설교한 부분이기도 하다”며 “이 본문에서 한경직 목사가 기본적으로 강조하는 바는 이 세상에서의 삶이 영원하지 않으며 이 세상에서 소유한 물질 역시 영원하지 않다는 점”이라고 했다.

그리고 “한경직 목사가 지적하는 누가복음의 부자의 또 다른 어리석음은 자신을 위해 재물을 쌓아 두기만 할 뿐 이웃을 위해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누가복음 12장 13~21절은 부자가 자신을 위해 모든 곡식과 물건을 쌓아 두는 어리석음만 지적할 뿐, 그 재물을 어떻게 사용해야 지혜로운지를 독자에게 제시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한경직 목사는 누가복음의 부자가 재물을 쌓아 둔 어리석음뿐만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재물을 나누어 주지 않았다고 비판하면서 재물은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할 때 지혜롭고 옳다고 평가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잠14:21, 31)고 했다.

조 박사는 “부자와 관련된 한경직 목사의 설교에서 찾을 수 있는 또 다른 특징은 부자가 보여주는 부도덕함을 지양하고 재물을 올바로 사용하는 선한 청지기가 되라고 권면했다는 점”이라며 “설교에서 청지기 같이 봉사해야 할 영역을 교회 현장에만 국한시키지 않고 그리스도인들의 삶의 현장으로까지 확대했다. ‘재능의 분야’, ‘시간의 분야’, ‘물질의 분야’에서 청지기로서의 책임을 강조했다”고 했다.

이어 “한경직 목사는 어떤 사람이 열심히 수고하여 얻은 재물을 소유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그 사람의 소유가 아니라 하나님의 소유임을 분명히 했다”며 “한경직 목사는 재물이 하나님의 소유라는 점을 피력하기 위해 어리석은 부자의 비유(눅 12:13~21)를 예로 들면서 재물의 유한함을 강조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물을 소유한 그리스도인이라면 되어야 할 바람직한 부자상을 선한 청지기로 제시하면서 재물을 정직하게 모으고 바로 그 재물을 ‘교육, 의료, 자선 그리고 온갖 교회와 사회 봉사’에 쓸 것을 강조했다”며 “즉 부자에 대한 성경의 부정적인 묘사와 비판을 지적하며 특별히 구약성경의 ‘아쉬르’가 보여주지 못한 부자의 좋은 예를 선한 청지기에 적용하여 그리스도인이 재물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실천 방안을 제시했다”고 했다.

아울러 “부자를 비판하고 선한 청지기를 강조했던 한경직 목사의 설교가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었던 이유는 그의 청빈한 삶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라며 “그는 대형교회의 목사로서, 한국 교계의 지도자로서, 많은 특권과 혜택을 누릴 수도 있었으나 구약성경의 ‘아쉬르’가 되지 않고 몸소 선한 청지기가 되어 청렴하고 절제를 강조하는 설교를 직접 자신의 삶으로 보여주었다. 이것이 수십 년이 지난 오늘에도 우리의 삶의 자리에서 큰 울림이 되는 이유”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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