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폴리 목사 순교자의 소리
순교자의 소리 에릭 폴리 목사(오른쪽)가 성경을 담은 풍선을 북한으로 날려보내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 ©순교자의 소리

순교자의 소리와 자유북한운동연합은 공통점이 거의 없다. 순교자의 소리는 성경을 담은 고도 풍선(중력을 뚫고 올라가는)을 최첨단 기술을 사용하여 보내는 반면, 박상학 대표가 이끄는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정치적 전단지가 담긴 비닐 풍선을 기본적 기술을 사용하여 보낸다. 순교자의 소리는 매년 성경을 보내고 있으며, 풍선이 북한에 더 안전하고 정확하게 떨어지게 하는 기술을 개발하는데 모든 시간과 돈을 투자한다.

그러나 순교자의 소리와 자유북한운동연합의 공통점은 남북한(조선)이 지금까지 유지해 온 타협할 수 없는 비전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 비전은 북한과 남한의 평범한 시민들이 국가의 중재 없이 직접, 자유롭게, 충분히 상호 교류하는 것이며, 이는 남북한 역사와 남북한 시민들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가장 중요한 기반이 된다. 그러나 정치 조직만으로는 이 비전이 실현될 수 없기 때문에, 남한과 북한의 평범한 시민과 외국인과 자유북한운동연합과 목회자 모두가 목숨과 재산을 걸고 그 비전을 이루어야 한다고 우리는 확신한다.

남북한 정부의 참석이나 개입 없이 평범한 시민들이 서로 직접 의사소통을 하는 것은 판문점 선언의 정신이 아니다. 판문점 선언의 정신은 문화교류, 스포츠교류, 경제 교류 등 소위 남북한 사람들의 ‘교류’를 국가가 중재하는 것이다. 이러한 교류는 남북한 정부가 결정하여, 적절하다고 판단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이루어진다. 그 교류에 참석하는 사람들은 각각 정부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교류에서 나누는 대화와 접촉은 당연히 정부의 기준에 부합되어야 할 것이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은 이러한 교류에 의한 관계가 어떤 것인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2018년 5월, 통일부는 처음으로 순교자의 소리와 교류에 대한 비전을 나누었는데, 전화를 걸어 성경을 담아 북한으로 보내는 풍선사역을 중단하라고 강하게 요구했다. 당시 통일부 관계자는 “더 이상 풍선사역을 하면 안되지만, 통일부 지침을 따르면 우리가 마련한 문화 교류의 장에서 조만간 북한 주민들에게 성경을 전해줄 수 있을 겁니다”라고 말했다.

2년이 지난 지금, 남한 정부는 풍선을 북한에 보내는 것을 범죄행위로 규정했다. 범죄행위로 규정한 까닭은, 그것이 판문점 선언의 정신, 곧 ‘국가가 중재하는 교류’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풍선을 보내는 것은 남북한 정부 모두에게 위협적이다. 왜냐하면 남북한의 평범한 시민들이 서로 의미있는 대화와 관심사를 나누는데 있어서 국가의 중재가 필요없고 이 중재를 통해 어떤 유익도 얻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북한은 풍선을 보내는 남한의 전 지역에 대대적인 폭력을 가하는 범죄행위를 자행하여 북한에 풍선을 보내는 행위에 보복하겠다고 단언했다. 북한의 인류학에서 ‘인간’이란 국가에 유용하고 충성한다고 인정되는 사람에게 국가가 부여하는 이름이다. 그 사람이 더 이상 국가에 유용하거나 충성스럽지 않다고 판단할 경우, 국가가 취소할 수 있는 조건부 이름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탈북민들을 “똥개”, “인간의 가치가 없는 쓰레기”라고 묘사한 김여정의 말은 단순한 정치적 발언이 아니다. 북한 인류학에서 나온 정확한 표현이다.

이는 또한 북한이 남한에서 풍선을 보내는 전 지역을 공격하는 것이 옳다고 믿는 이유이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사건을 보도하면서, “쓰레기들을 보호한 자는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만일 남한 사회가 풍선 보내는 행위를 허락한다면, 그것은 더 이상 김 씨 일가에 유용하거나 충성하는 것이 아니므로, 파괴의 대상으로 정당화되는 것이다. 그러나 만일 남한 사회가 북한에 풍선을 띄우는 사람들을 위험한 범죄자로 취급하면서 대적한다면, 북한은 남한사회를 다시 한 번 ‘인간’으로 간주하고, 남한은 ‘범죄’에 대한 대가를 모면하게 된다.

따라서 판문점 선언의 첫 번째 ‘문화 교류’가 이제 이루어졌다. 남한이 ‘인간’에 대한 정의를 북한에서 말하는 인간의 정의와 ‘교류’한 것이다. 이제 북한 정부가 아니라 남한 당국자들이 풍선을 보내는 일을 평화와 안전과 번영을 위협하는 범죄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심지어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북한에 풍선을 보내는 행위에는 “용서할 수 없는” 동기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푼돈을 버는 것”이라고 추측한다. 북한에 풍선을 보내는 우리는 더 이상 각국의 중재 없이 북한과 남한의 평범한 시민들이 직접, 자유롭게, 충분히 서로 교류할 수 있는 남북한의 비전을 강력하게 지지하는 시민이 아니다. 오히려 그러한 비전을 지지한다는 이유로 이제 우리는 범죄자가 되었다.

지금은 북한에 풍선을 날리는 사람이 “용서받지 못할” 범죄자가 되었지만, 이제 곧 북한에 라디오 방송을 송출하는 사람도 범죄자가 될 것이다. 이는 풍선을 보내는 일에 대한 국가의 반대가 전략에 대한 반대가 아니라 인류학(인간의 정의)에 대한 반대이기 때문이다. 라디오 방송도 남북한 시민들이 국가의 중재없이 직접 교류하는 동일한 비전을 지지한다. 남북한의 평범한 시민들 간의 모든 상호교류를 두 나라 정부가 중재하기 전까지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심기가 절대 가라앉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순교자의 소리는 성경을 풍선에 담아 북한에 보내는 사역을 하고,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서 성경을 읽어준다. 성경의 인류학은 어떤 사람에게 충성하거나 유익을 주어서가 아니라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받았기 때문에 우리 모두를 인간으로 규정한다. 남북한이 ‘인간’이라는 정의를 ‘교류’했다고 해서, 국가가 인간성을 허가하거나 규제할 수 없다. 우리의 인간성은 하나님이 부여하신 영원불변한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정의하는 인간성으로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될 수 없는 인간성을 잘 유지하라고 하나님은 정부를 만드셨다.

이는 비무장지대(DMZ)에 있는 남북한 정부 모두에게 똑같이 도전을 주는 인류학이다.

에릭 폴리 목사(한국 순교자의 소리 공동설립자)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독교 종합일간지 '기독일보 구독신청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