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코에서 시작되었다(5)

빈코증후군

빈코증후군
20여만 명의 환자를 보았지만 절대 잊을 수 없는 몇몇 환자가 있다. 아주 까칠하게 생긴 남자였다. 생긴 모습도 일반적이지 않았지만, 별난 점은 초진 설문지에 이름 세 글자 이외에는 아무 표시도 하지 않은 점이다.

일반적으로는 환자가 가장 괴로운 점을 강조해서 쓰게 마련이다. 이런 이들은 여러 병원에서 시간과 돈을 들였는데도 치료에 실패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질문도 거기에 준해서 해야 한다.

하나씩 물어보니 답변을 했다. 국내의 3대 병원과 서울 강남의 B 한의원, 광고 많이 하는 P 한의원 등 여러 곳을 돌아다녔다고 했다. 날아간 돈이 무려 4500만 원이라고도 했다. 한약, 시술, 수술 등 안 해본 게 없단다. 마지막으로 모 병원에서 좌측 코뼈를 모두 제거했는데, 1년 동안은 너무 편해서 완치되었다고 좋아했단다. 그런데 거짓말같이 다시 막혔다고 했다.

가진 돈을 다 투자했음에도 재발했기에 너무 화가 나고 억울해서 목을 매달았는데, 친구가 발견해 살아났다고 했다. 그래도 억울해 수면제 한 통을 원샷한 적이 있고, 연탄가스를 마시고 죽으려고도 했지만, 주변 사람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했다고 했다.

그제야 죽을 운명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크리스천은 아니었지만, 하나님이 꼭 그렇게 하게 한 것 같은 생각에 교회에 다니는 집사님께 자초지종을 얘기했더니, 그분이 필자를 소개해주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와서 보니 규모와 시설은 물론이며 의사의 면면에서 자신이 다녔던 대형 병원과는 비교가 되지 않아 짜증이 확 났다고 했다.

할 말이 없었다. 그의 지적은 사실이니까. 그래도 그는 검사에 응해 주었다. 그리고 코 면적을 측정한 검사 결과를 설명하자, 처음으로 내 눈을 바라보았다. 나도 모르게 이런 말을 했다.
"유명해서 온 것이 아니라 소개해서 온 것이라면, 그 또한 하나님의 뜻이 아닐까요. 전 크리스천이라 가볍게 보지 않습니다...."

치료 22회를 경과한 날엔 그가 말했다.
"왜, 유명하지 않으신 거예요? 방송에도 나오시고 많이 알리셔야 저 같은 사람이 없을 거 아니에요...."

콧속의 뼈를 모두 잘라냈다는 것은 숨길을 상중하로 나눠주는 날개 모양의 갑개 가운데, 맨 아래에 있는 하비갑개(下鼻甲蓋)를 제거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런데 그는 코 상태가 전체적으로 좋지 않았던 데다, 많은 치료와 시술과 수술을 경험하며 생긴 '기대 반, 염려 반'의 예민함까지 더해져 의사에게 부담을 주었던 모양이다.

모 대학병원 담당 과장님이 비갑개 전체를 절제했다는데 그 때문에 그는 '빈코증후군'이라는 부작용이 발생해 있었다. '빈코증후군'은 코가 뚫려 있어도 코로 숨이 안 쉬어지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공구조물을 다시 이식하거나 코를 좁히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비갑개 제거를 통한 코 숨길 구조의 확장은 회복할 수 없는 불가역적 치료기법이니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빈코증후군(empty nose syndrome)은 염증으로 비대해진 하비갑개나 중비갑개를 절제하는 수술을 했을 때 발생할 수 있다. 중·하비갑개를 과도하게 절제하면 비강 내 공간은 넓어지지만, 기류 변화가 발생해 코막힘이 발생한다. 코점막의 기능 저하로 위축성 변화와 건조가 유발돼 인후염, 모세기관지염, 폐렴, 두통, 수면장애, 피로감, 우울증, 후각장애 등의 부작용이 발생한다. 빈코증후군은 갑개 절제 환자의 약 20%에서 발생한다는 통계도 있다.

필자는 이 책에서 일관되게 인체는 엄청난 역학적 구조로 되어 있고 첨단과학이 따라잡을 수 없는 놀라운 생명체라고 말해왔다. 수술 부작용으로 발생한 빈코증후군의 비밀을 좀 더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미 항공우주국(NASA) 출신 유체역학 박사인 이도형 한양대 교수님께 고견을 청했다. 의학 전공자들을 위한 책이 아닌 관계로 부득이하게 이 교수님 설명을 요약해 적은 점을 이해해주시기 바란다.

"하비갑개나 중비갑개 중 하나 또는 중·하비갑개를 모두 제거하면 제거한 부분만큼 단면적이 넓어지니 그곳으로 대부분의 유동이 흘러갈 것입니다. 그런데 비갑개는 유동을 빠르게 해주는 유선형화(streamlining) 기능이 있으니, 이것이 제거되면 흐름에 혼란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비갑개는 유체가 규칙적이고 일정하게 흐르는 층류(層流)에 도움을 주는데, 이를 제거했으니 유체가 불규칙한 운동을 하면서 흘러가는 난류(亂流)가 일어나는 것입니다. 그 난류로 점막에 마찰 항력이 커지면 숨쉬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예측이 가능해지는 것이지요."

필자가 개발·정립한 통뇌법 중 비골(코뼈) 교정은 비중격을 포함한 코뼈를 정상 상태로 재배치하는 가역적이고 안전한 치료법이다. 여기에 부비동의 염증을 제거해 부비동의 부피를 축소함으로써 코의 숨길 전체를 리모델링하는 비강내치요법을 더하면 대부분의 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통뇌법의 치료기법과 응용의 광범위함에 필자도 깜짝 놀랄 때가 자주 있다.

「통뇌법 혁명: 중풍 비염 꼭 걸려야 하나요?」중에서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독교 종합일간지 '기독일보 구독신청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