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묵 목사(천안살림교회)
NCCK 정의평화위원회 최형묵 목사 ©기독일보DB

[기독일보 박용국 기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총무 이홍정 목사)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최형묵 목사)는 5월 1일, 제129주년 세계노동절을 맞아 노동존중 사회로 나아갈 것을 촉구하며 “노동은 은총의 선물이자 존중받아야 할 권리입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교회협은 성명서를 통해 “우리 사회가 군사독재와 국정농단의 엄혹한 시절을 지나 시민이 주인되는 새로운 민주주의의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고 진단하고, 이는 “노동자들의 헌신과 저항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밝혔다.

교회협은 그러나 안타깝게도 정작 노동자들의 현실은 변하지 않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며 “지금 우리는 경제위기가 아닌 노동위기의 현실을 살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오늘날 패스트트랙 처리 과정에서 몰상식한 행태를 보여준 일부 정치권의 일탈행위에는 아무런 제재도 가하지 못하면서 땀 흘려 일하는 노동자들의 수고와 헌신은 가벼이 여기는 불의한 현실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 노동자 없는 나라는 존재할 수 없다”고 했다.

교회협은 성명서를 통해 ILO핵심협약을 속히 비준할 것, 노동삼권을 완전하고도 실질적으로 보장할 것,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을 없앨 것, 최저임금 1만원을 온전히 실현할 것, 산업재해 근절을 위한 획기적인 대책을 강구할 것 등을 요구하며 “땀 흘려 일하는 이 땅의 모든 이들이 존중받고 기쁨 누리는 그 날까지 끊임없이 기도하고 연대하며 노동존중을 향한 십자가 행진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이다.

[2019년 노동절 성명서] 노동은 은총의 선물이자 존중받아야 할 권리입니다

“만일 한 지체가 고통을 받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고통을 받고 한 지체가 영광을 얻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즐거워하느니라. 너희는 그리스도의 몸이요 지체의 각 부분이라”(고린도전서 12:26-27)

129주년 세계 노동절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땀 흘려 일하는 모든 이들에게 하나님의 은혜와 평강이 늘 함께 하시기를 빕니다. 노동절은 세상 모든 사람들이 수고하고 애쓴 만큼의 정당한 대가를 누리며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며 모두가 마음을 모으는 날입니다. 노동은 하나님께서 주신 은총의 선물이자 모두가 함께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는 군사독재와 국정농단의 엄혹한 시절을 지나 시민이 주인되는 새로운 민주주의의 시대를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전국 방방곡곡을 밝혔던 촛불의 물결은 시민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대한민국의 주인으로 바로 서서 정치권력의 오만과 독선을 심판하고 시민의 힘으로 정의롭고 아름다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겠다고 하는 선언이었습니다. 또한 시민들은 손에 손잡고 분단의 장벽 500Km를 품어 안음으로써 남과 북이 오랜 갈등과 불신의 시대를 넘어 참 된 평화를 향해 나아갈 것임을 선포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놀라운 변화는 바로 노동자들의 헌신과 저항으로부터 시작된 것입니다. 자신의 이익에 매몰되지 않고 사회의 모순을 돌아보며 아파하는 이들과 함께 손을 맞잡은 노동자들의 통찰과 용기가 이 나라를 바꾸는 귀한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정작 노동자들의 현실은 변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경제위기가 아닌 노동위기의 현실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노동현장에서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노동삼권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를 대폭 개선하겠다고 약속했고 실제로 정규직화가 진행되기도 했지만 이는 오히려 노동자들의 상황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고 말았습니다. 원청의 횡포는 계속되고 있으며, 노동자들은 영문도 모른 채 일터에서 쫓겨나 거리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가정은 파괴되고 노동자와 그 가족들은 생존을 위협받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의 열악한 현실은 바뀌지 않았는데 우리 사회는 여전히 경제성장만을 이야기하며 또다시 노동자들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노동이 존중받는 세상, 땀 흘려 일하는 모든 이들이 정당한 대가를 누리며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나라다운 나라를 위해 기도의 행진을 이어 온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오늘날 패스트트랙 처리 과정에서 몰상식한 행태를 보여준 일부 정치권의 일탈행위에는 아무런 제재도 가하지 못하면서 땀 흘려 일하는 노동자들의 수고와 헌신은 가벼이 여기는 불의한 현실에 개탄을 금할 수 없습니다. 노동자 없는 나라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이에 우리는 노동이 존중받고 노동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헌신하고 연대하는 것이 곧 우리에게 맡겨진 귀중한 선교적 사명임을 고백하며, 제129주년 세계노동절을 맞아 아래와 같이 요구합니다.

첫째, ILO 핵심협약을 속히 비준해야 합니다. ILO 핵심협약은 국제사회와의 약속이며 노동자의 최소한의 권리와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밑거름입니다. 더 이상 물러서거나 미루지 말고 속히 ILO핵심협약을 비준하고 철저히 준수해야 합니다.

둘째, 노동삼권을 완전하고도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합니다. 노동자의 마땅한 권리는 어떠한 명분으로도 제약해서는 안 되며 노동자들이 당당하게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조건을 조성해야 합니다. 또한 노동삼권을 제약하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강력한 법적 조치가 취해져야 합니다. 우리는 노동삼권이 사문화 되어 가는 것을 더 이상 두고 보지 않을 것입니다.

셋째,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을 없애야 합니다. 상시적으로 필요한 일자리는 반드시 정규직화해야 하고 각종 편법으로 비정규직을 남발하는 사태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 근절해야 합니다. 불가피하게 비정규직이 허용된 경우라 하더라도 임금과 근무조건에서 차별받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넷째, 최저임금 1만원을 온전히 실현해야 합니다. 최저임금 1만원은 노동자와 그 가족이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밑거름입니다. 산입범위를 조정하여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를 무력화하거나 시기를 늦추려는 모든 시도는 즉각 중단되어야 합니다.

다섯째, 산업재해 근절을 위한 획기적인 대책이 강구되어야 합니다. 김용균 씨의 죽음으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이 이뤄졌지만 여전히 노동자들은 죽음의 위험에 내몰려 있습니다. 위험의 외주화를 실질적으로 근절할 수 있도록 안전에 대한 책임을 원청에게 묻는 ‘노동안전법(가칭)’을 제정하는 등 산업재해 근절을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을 서둘러야 합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제129주년 세계노동절을 맞아 노동현장의 불의한 현실로 인해 고통 받고 신음하는 모든 이들을 기억하며, 하루 속히 그들이 겪고 있는 불의한 현실이 해결되고 기쁨의 날을 맞이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또한 땀 흘려 일하는 이 땅의 모든 이들이 존중받고 기쁨 누리는 그날까지 끊임없이 기도하고 연대하며 노동존중을 향한 십자가 행진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2019년 5월 1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최 형 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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