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칼럼] 오늘 아침에도 여느 때처럼 샤워를 하면서 노래를 흥얼거렸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는 나도 모르게 '고요한 바다로 저 천국 향할 때'를 부르고 있었다. 나에게는 마치 '나비야 나비야~'처럼 귀에 익숙한 찬송가였다. 어릴 적부터 어머님께서 부르시고 또 부르시던 찬송가였기에...

찬송가 503장 고요한 바다로
▲찬송가 503장 '고요한 바다로'

아마 내가 중학생이었던 어느 날, 어머님께서 "종구야, 저 벽에 붙어 있는 상장들 전부 꺼내 불 싸질러 버려라..." (부모님께서는 돌아가실 때까지 나를 '종구'로 부르셔서 한 번도 자신 아들의 이름을 제대로 불러 보시지 못했던 분들이다^^)

우리 집 넓은 방에는 방벽을 한 바퀴 돌고도 남을 만한, 아버지께서 받아오신 상장들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대통령상, 국무총리상, 내무부장관상...

선친께서는 경륜이 뛰어나 여러 목수들을 휘하에 거느리시던 도목수(都木手)였다. 하지만 목수일이란 게 항시 일이 있는 직업이 아닌지라... 어머님께서는 행상은 물론, 5남 2녀를 먹이고 입히기엔 부족해 구멍가게를 하실 수밖에 없었다.

생전에 개척교회 세 개를 ‘세우신’ 아버님께선 그것도 모자라 남는 시간에 대구 서구 외진 우시장 마을에 전기를 넣어 빛을 밝히셨고 수도를 넣어 맑은 물을 끌어 오셨다. 한 푼도 받지 않으시고 오히려 집 돈을 가져다 쓰시면서...

아버님은 동네 유지(有志)가 되셨고 어머님은 늘 애창 찬송가를 부르셨다.

어릴 적에는 어머님이 그냥 그 찬송가가 좋아서 부르시는 줄만 알았다. 쉰을 훌쩍 넘긴 지금까지도 너무나 많이 들어온, 마치 공기처럼 익숙한 곡이라... 그냥...

그런데 오늘 아침 어머님께서 2절,

 “이 풍랑 인연하여서 더 빨리 갑니다”

왜 이 부분을 부르시면서 환하게 미소 지우셨던가를 깨닫게 되었다.

당신께서 살아오신 삶의 풍랑 '덕택에'...
하루 한 순간이라도 '더 빨리' 요단강을 건너시고 싶으셨던 어머님!

당신 소원대로
서둘러
홀연히 요단강을 건너셨던...

엄마, 보고 싶어요!

김박사커피밀 김종규 대표
▲김종규 칼럼니스트(김박사커피밀 대표)

■ 김종규 칼럼니스트는… 고려대학교에서 불어불문학을 전공(학‧석사)하고 캐나다 Laval 대학 대학원에서 불어학(언어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서울대학원 등 10여 개 유수대학에 출강하여 많은 제자들을 배출하였다. 현 평화공동체 <철들지않는사람들> 사무국장과 공정무역 유기농커피 <김박사커피밀> 대표(확장·이전 중). salutkim@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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